중국 외교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와 관련해 한국이 '3불-1한'의 정책 '선서'(宣誓)를 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이후 '널리 알린다'는 뜻의 '선시'(宣示)로 수정했다.

11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게재한 왕원빈 대변인의 전날 브리핑 질의응답록에 애초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3불-1한의 정책 선서를 정식으로 했고…"라고 기재했다가 이를 이후 "정책 선시"로 수정했다.

선서(宣誓)와 선시(宣示)는 중국어로는 발음과 성조가 똑같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이 3불 1한 정책을 공식적으로 선시했다는 중국 주장은 이전 정부가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혔던 것을 지칭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언급했다.

선서는 대외적 공식 약속이라는 뉘앙스가 강한 반면, 선시는 사람들에게 입장을 널리 표명했다는 뜻에 가깝다. 중국 외교부는 영문 발언록에서는 해당 대목을 공식적 발표라는 뜻의 'officially announced'라고 표기했다.

사드 3불은 문재인 정부 당시 한국이 중국에 표명한 입장으로 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1한은 이미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 제한을 의미한다.

중국은 한국이 '3불 1한'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구속력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반면 한국 정부는 '3불 1한'이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며 한국이 기존에 갖고 있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애초 '선서'라고 표기했다가 뒤늦게 뉘앙스가 완화된 '선시'로 바꾼 것은 이런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중국 당국이 처음에 의도한 표현이 '선서'였는지 '선시'였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3불 1한'의 구속력을 두고 여전히 한중 간에 미묘한 견해차가 이어지는 만큼 향후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외교적 공간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한국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