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천자문의 첫 구절은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는 우주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통상의 하늘색은 파랗지만, 천자문에선 하늘의 색이 검다고 적시하고 있다. 천자문이 지어진 것은 약 1500년 전.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은 햇빛의 산란에 따른 착시에 불과할 뿐 대기권 밖 하늘은 검다는 사실을 당시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옛 성현들의 넓고 깊은 우주관이 탄복을 자아낸다.
우주가 까맣게 보이는 것은 암흑물질(dark matter) 때문이다. 암흑물질이란 이름처럼 빛을 내거나 반사하지 않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물질이다. 이 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중력 효과에 의해 간접적으로 존재 자체만 확인됐을 뿐 어떤 성분으로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전혀 알려진 바 없다. 1930년대 초 스위스 천체물리학자 프리츠 츠비키가 은하 질량을 관측하면서 암흑물질의 존재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어 1970년대 미국의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이 은하에서 별들의 움직임을 관측해 처음으로 존재를 확인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는 4%에 불과하다. 우리가 사는 지구와 지구에서 관측되는 1조 개의 은하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보통물질을 제외한 나머지는 암흑물질(27%)과 암흑에너지(69%)로 구성돼 있다. 아직 인류가 모르는 영역이다. 이런 암흑물질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세계 20여 개국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도 암흑물질 규명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다음달 강원도에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힐 지하 연구시설을 준공할 예정이다. 암흑물질은 우주 속 은하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미래에는 어떻게 진화할지 등을 설명할 중요한 실마리다. 성공하면 과학분야 ‘한국인 최초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연구라는 평가다.
한국은 올 들어 6월 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달 궤도선 ‘다누리호’까지 전이궤도에 올리면서 드넓은 우주 개발의 발판을 마련했다. 동시에 우주 암흑물질을 규명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연구에도 나섰다. 올해는 거시는 물론 미시의 우주를 향한 도전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