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은혁의 공시 읽어주는 기자

352억 규모 유상증자 수차례 연기
유증 납입 6개월 데드라인 맞출까
마스크에서 건기식 사업 무게추 옮겨

👀주목할 만한 공시


"금융감독원은 에스디생명공학이 지난달 27일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지분증권)에 대한 심사 결과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경우 또는 증권신고서 중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등으로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마켓PRO] 에스디생명공학, 정정공시만 7차례…유상증자 목숨 건 이유는?
한때 '문채원 마스크팩'으로 유명세를 탔던 에스디생명공학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사업에서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건기식 사업에 힘을 실어줄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번번이 정정 공시가 올라오며 증자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352억45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납입일을 오는 9월 30일에서 10월 20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에스디생명공학의 해당 유상증자 최초 공시는 지난 5월 13일 이뤄졌다. 당시 밝힌 최초 납입일은 7월 15일이다. 이후 정정 공시를 통해 7차례 납입일을 미뤘다.

유상증자 정정공시만 7차례…철회하면?

여러 차례 정정 공시가 이뤄진 배경에는 금융감독원의 정정신고서 요청이 있다. 통상 금감원에서 정정신고서를 요구할 때는 기업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가 형식에 맞지 않거나 중요 기재 사항을 누락했을 때, 혹은 거짓 정보를 담은 것으로 판단될 때다.

문제는 이번 유상증자가 최초 납입일보다 6개월 이상 미뤄지거나 철회될 경우 공시 변경으로 인한 불성실공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이 공시한 최초 납입일은 7월 15일이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6개월 데드라인은 내년 1월 15일이 된다.

에스디생명공학이 최종적으로 유상증자를 철회하는 경우에도 공시 번복으로 인정, 불성실공시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 나아가 금감원으로부터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은 후 회사가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 증권신고서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기업은 5점 이상 벌점을 받으면 1거래일 거래가 정지된다. 불성실공시로 인한 벌점이 1년간 15점을 넘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벌점 기준은 공시위반 사유나 경중에 따라 달라지지만 공시 불이행은 4점이 부과된다.

빚 갚는 유상증자…알고보니 건기식 사업 때문?

에스디생명공학은 이번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 전액을 전환사채(CB) 등 채무 상환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증자 이후 CB에 대해 조기 상환을 하면 재무구조가 개선될 여지가 높다.

에스디생명공학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0년 말 68.88%에서 올 1분기 말 248.42%로 높아졌다. 같은기간 자본총계 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32.29%에서 166.49%로 늘어났다. 순차입금 비율은 통상 100% 이상 넘어가면 개선 대상으로 여겨진다.
박설웅 에스디생명공학 대표. /사진=한경 DB
박설웅 에스디생명공학 대표. /사진=한경 DB
앞서 에스디생명공학은 올 1분기 말 기준 38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1회차 CB 210억원, 2회차 CB 170억원이다. 1회차와 2회차의 주당 전환가격은 4176원, 3378원이다.

전환가가 현 주가(11일 종가 2900원)보다 높은 상태라 향후 상환 요청이 예상돼 미리 자금을 유증으로 확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회차 CB는 오는 10월 30일부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고, 2회차 CB는 내년 6월 18일부터 가능하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 4월 인천물류센터 매각 등 보유 현금으로도 CB 상환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자금은 건기식 사업에 활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재무구조가 개선된 상황에서 건기식 부문 생산성까지 높아질 경우 이익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건기식 매출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2020년 4.9%에서 지난해 15.1%, 올 1분기 17.2%를 기록했다.

결국 이번 유증 여부에 따라 건기식 사업 향방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유증이 밀리거나 추후 회사 측이 유증을 철회할 경우 보유 중인 현금으로 CB 상환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