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는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투자 기업을 ‘귀빈’ 대접하면서 파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미국 주(州) 정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주정부는 기업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과감한 지원을 통해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 공장 유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조지아주 서배너시에 55억달러 규모(연간 생산 30만 대)의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조지아주는 두 달 뒤인 7월 현대차에 18억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2023년부터 26년간 현대차에 4억7200만달러 상당의 재산세를 감면해 주고, 5년 동안 현대차가 창출하는 일자리 한 개당 5250달러씩 소득공제해 주기로 한 것이다. 미국 주정부에서 제공한 투자 인센티브 중 역대 가장 큰 규모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방한 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면담한 뒤 미국 투자와 관련해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텍사스주도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삼성전자의 대규모 유치를 이끌어냈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텍사스주는 이에 대한 인센티브로 10년 동안 재산세를 90% 깎아주고, 이후 10년 동안은 85%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텍사스 산업펀드(TEF)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27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재들의 판매세를 면제하는 등 파격적인 세금 혜택도 제공했다. 삼성전자는 20년에 걸쳐 약 200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텍사스주 오스틴에 2곳, 테일러에 9곳 등 반도체 공장 11곳을 신설하는 중장기 계획을 잡고 있다.

하림그룹과 델라웨어주의 긴밀한 관계도 잘 알려져 있다. 하림그룹은 2011년 델라웨어주의 식품가공회사를 5000만달러에 인수한 뒤 주정부로부터 VIP 대접을 받았다. 당시 잭 마켈 주지사는 김홍국 하림 회장을 주정부 영빈관으로 초대했을 뿐 아니라 하림과의 ‘핫라인’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마켈 주지사는 하림 익산공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하림그룹도 이런 과감한 지원에 호응했다. 2013년 델라웨어 주정부 제안을 받아들여 피너클 공장 인수를 위해 1억달러를 투자했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대통령실이 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만찬에 초청되기도 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미국 주정부들이 기업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의지에 따른 것”이라며 “국내 지자체도 미국 주정부의 기업 유치 노력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