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 "합스부르크 600년展 등 값진 세계문화유산 선보일 것"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 세계적인 박물관들은 해외에서 국보급 미술품을 자주 빌려와 전시합니다. 외국에 가지 않고도 세계적인 걸작들을 볼 수 있게 하는 거죠. 국립중앙박물관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빈미술사박물관 특별전’을 시작으로 값진 문화유산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이겠습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56·사진)은 1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문화의 정수와 세계의 수준 높은 문화유산을 박물관에서 함께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열리는 ‘합스부르크 600년’ 전시에서는 16~20세기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르네상스·바로크 시대 미술의 정수를, 내년 6월부터 열리는 그리스·로마 전시에서는 ‘아프로디테상’과 ‘하데스의 문’ 등 고전 미술 걸작들을 각각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에서 들여와 소개한다는 복안이다.

지난달 14일 취임한 윤 관장은 문화재계에서 ‘베테랑 중의 베테랑’으로 통한다. 1997년 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로 공직에 발을 들인 뒤 25년간 각지의 국립박물관에서 일했고, 국립민속박물관장과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경북대 사학과를 나온 그가 서울대 출신 인사들이 문화재·역사 분야 기관장을 독식하던 관례를 깬 것도 이런 풍부한 현장 경력 덕분이라는 평가다.

윤 관장이 이날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세계와 함께하는, 세계로 나아가는 박물관’. 그는 “합스부르크 600년 전에서는 1892년 고종이 오스트리아 황제에게 선물한 투구와 갑옷을 함께 선보인다”며 “세계 속의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문화의 매력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소장품을 해외 유수의 박물관에서 적극 전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을 미국의 시카고 박물관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체 이건희 컬렉션(2만3181점) 중 93%(2만1613점)를 관리 중이다.

윤 관장은 “‘국가대표 박물관’으로서의 내실도 탄탄히 다지겠다”며 말을 이었다. 관람객의 만족도가 낮은 전시실을 ‘감동을 주는 공간’으로 새단장하겠다는 설명이다. 윤 관장은 “지난해 11월 개관한 ‘사유의 방’은 원래 소장하고 있던 반가사유상 두 점을 전시한 공간이지만 파격적인 전시 방식 덕분에 박물관을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며 “고려청자를 전시하는 청자실을 사유의 방에 버금가는 전시실로 만들겠다”고 했다.

전시 구성이 단조롭다는 비판을 받아온 기증관도 대폭 개편한다. 윤 관장은 “기증자들의 숭고한 뜻을 계승해 더 많은 국민이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도록 전시관을 주제별로 개편하고, 기증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윤 관장은 “장애인 등 취약 계층도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박물관 문턱을 확 낮추겠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점자 전시 자료·안내판과 촉각 전시품을 확대하고,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수어 해설 콘텐츠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11월에는 장애인에게 특화한 문화 교육공간인 ‘장애인 스마트 강의실’도 마련한다. 그는 “모든 국민이 소외되지 않고 문화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