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가족기업의 자산가치 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의 맨해튼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받는 과정에서 미국 수정헌법 5조에 따른 묵비권을 행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만 대답했다.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는 400번 이상 “같은 대답(same answer)”이라는 문구를 반복하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트럼프 일가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보유 부동산의 가치를 축소하는 한편 은행 대출을 더 일으키기 위해 자산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장녀 이방카 트럼프는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묵비권을 행사하진 않았다.

미국 언론에서는 이번 묵비권 행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법·정치적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수사가 재판으로 넘어간 뒤 배심원 판단에서 묵비권 행사가 그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의 2024년 대선 도전에도 적신호가 들어올 수 있다. 정적들의 비난과 의혹 제기를 피할 수 없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유세 중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난하기 위해 “무죄라면 왜 묵비권을 행사하는가”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가족과 회사, 주변인이 근거 없고 정치적인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면 (묵비권과 관련해) 선택의 여지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가 재임 시절 확보한 기밀자료를 불법 반출한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미국 정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