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청약 고민한다면 당장 포기"…내 집 마련 기회라는데? [이송렬의 우주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인터뷰
'공급 폭탄'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대구 집값
"내년 연말께 침체 분위기 누그러질 가능성"
"대구 실수요자, '내 집 마련' 기회될 것"
'공급 폭탄'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대구 집값
"내년 연말께 침체 분위기 누그러질 가능성"
"대구 실수요자, '내 집 마련' 기회될 것"
"대구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가격 하락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습니다. 내년에도 마찬가지겠지만, 연말에는 이런 분위기가 조금은 누그러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사진·39)는 '대구 부동산 시장이 언제쯤 회복될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전국 부동산 시장 가운데 힘든 곳을 짚으라고 하면 대구를 빼놓을 수 없다"며 이렇게 답했다.
대구 집값은 속절없이 내려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 주(1일) 기준 대구 집값은 0.13% 하락했다. 38주 연속 하락이다. 올해 들어서는 대구 전체적으로 3.99% 내렸고 달서구(-6.2%), 중구(-5.13%) 등이 낙폭이 컸다. 전셋값도 마찬가지다. 전셋값은 올해 4.79% 떨어졌는데, 중구는 최대 11.9% 급락했다.
원인은 '공급 폭탄' 때문이다. 대구는 이미 2020년 1만3660가구가 공급, 적정 수요 1만1870가구를 웃돌기 시작했다. 이어 △2021년 1만6904가구 △2022년 1만9812가구 △2023년 3만4419가구 △2024년 2만804가구 등 적정 수요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공급됐거나 예정됐다.
박 대표는 "가장 큰 원인은 공급 때문"이라며 "지역 내 공급이 끊임없이 쏟아지다 보니 일차적으로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게 되고, 전셋값 약세가 매맷값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가는 6억~7억원 수준으로 나오다 보니 시장에서 흡수하는 속도가 느리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6월 말 기준 6718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7910가구인데 이 가운데 24%가 대구에 몰려있는 셈이다. 대구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은 지역은 △달서구(2346가구) △동구(1384가구) △중구(1022가구) △수성구(844가구) △남구(720가구) 등 5곳이다. 다만 수성구는 조정대상지역이라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을 피했다.
박지민 대표는 "대구 달서구와 동구는 노후한 주택이 많아 대구 내에서 재정비가 필요했던 지역이었다"며 "관련 사업 추진이 필요해지면서 이를 관할하는 지자체에서도 사업 승인을 많이 내줬다. 작년부터 공급이 대량으로 풀렸는데, 부동산 침체기와 맞물리면서 가격 급락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대구 시장 대부분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고, 미분양 관리 지역 등으로 지정됐지만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규제가 해제되면 매수가 붙고 매수가 늘어나면서 물량이 해소되는 게 정상이지만 집값 추가 하락 우려 등 외부 압력이 너무 강해 매수세를 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거시 환경도 시장에 비우호적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하는 등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박지민 대표는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려면 매물이 없어 수요자가 더 많은 상황이 만들어지거나 아니면 실수요자들이 납득할 정도로 가격이 획기적으로 낮아야 하는데 대구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전국 부동산 시장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거나 금리 인상을 멈추고 다시 돈을 풀지 않는 한은 시장이 회복될 여지는 없다"고 했다.
박 대표는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여지는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대구 집값을 끌어내리는 매물인 5억원대 분양권 매물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속속 입주에 나서면서 싼 매물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5억원대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지면 6억원대에서 적게나마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조금씩 분위기는 풀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지금 대구에서 청약을 고민하는 실수요자들은 당장 포기하시는 게 낫다"며 "최근 대구에서 나오는 분양 물량 등은 6억원대가 많다. 어차피 투자가 아닌 실거주가 목적이면 신축 분양권을 잡는 것이 유리하다. 5억원대, 많게는 4억원대 후반까지 새집을 마련할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주가 얼마 남지 않은, 매매가 가능한 분양권은 시장에 얼마 남지 않았다"며 "신축이 너무 많이 공급되다 보니 5년, 10년 된 단지와도 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신축 분양권 가격이 기존 단지 매맷값보다 낮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후 시장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지면 분양권을 통해 입주했던 기존 주택을 정리하고 새로운 신축을 분양받는 전략을 가져가면 될 것"이라며 "유주택자의 경우 투자나 세컨드하우스 등을 고민하고 있다면 현시점에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박지민 대표는 2017년부터 건국대와 동국대, 부동산 투자카페 등에서 청약·분양권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카페 '월용카페'와 네이버 블로그 '월용이의 부동산 일지' 등을 운영 중이다. 청약 1000건 이상을 당첨시킨 이력이 있다.
사진·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사진·39)는 '대구 부동산 시장이 언제쯤 회복될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전국 부동산 시장 가운데 힘든 곳을 짚으라고 하면 대구를 빼놓을 수 없다"며 이렇게 답했다.
대구 집값은 속절없이 내려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 주(1일) 기준 대구 집값은 0.13% 하락했다. 38주 연속 하락이다. 올해 들어서는 대구 전체적으로 3.99% 내렸고 달서구(-6.2%), 중구(-5.13%) 등이 낙폭이 컸다. 전셋값도 마찬가지다. 전셋값은 올해 4.79% 떨어졌는데, 중구는 최대 11.9% 급락했다.
원인은 '공급 폭탄' 때문이다. 대구는 이미 2020년 1만3660가구가 공급, 적정 수요 1만1870가구를 웃돌기 시작했다. 이어 △2021년 1만6904가구 △2022년 1만9812가구 △2023년 3만4419가구 △2024년 2만804가구 등 적정 수요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공급됐거나 예정됐다.
박 대표는 "가장 큰 원인은 공급 때문"이라며 "지역 내 공급이 끊임없이 쏟아지다 보니 일차적으로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게 되고, 전셋값 약세가 매맷값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가는 6억~7억원 수준으로 나오다 보니 시장에서 흡수하는 속도가 느리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투과지구 풀리고 규제 해제됐는데…"시장 분위기 안 바뀔 것"
정부는 지난 6월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규제 등급을 낮추고, 나머지 7개 지역에 대해선 조정대상지역을 전면 해제했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쉽사리 뒤집히지 않고 있다. 대구 시장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대구 8개 구·군 가운데 절반인 4개구(중·동·남·달서구)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규제가 풀려도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아서다.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6월 말 기준 6718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7910가구인데 이 가운데 24%가 대구에 몰려있는 셈이다. 대구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은 지역은 △달서구(2346가구) △동구(1384가구) △중구(1022가구) △수성구(844가구) △남구(720가구) 등 5곳이다. 다만 수성구는 조정대상지역이라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을 피했다.
박지민 대표는 "대구 달서구와 동구는 노후한 주택이 많아 대구 내에서 재정비가 필요했던 지역이었다"며 "관련 사업 추진이 필요해지면서 이를 관할하는 지자체에서도 사업 승인을 많이 내줬다. 작년부터 공급이 대량으로 풀렸는데, 부동산 침체기와 맞물리면서 가격 급락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대구 시장 대부분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고, 미분양 관리 지역 등으로 지정됐지만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규제가 해제되면 매수가 붙고 매수가 늘어나면서 물량이 해소되는 게 정상이지만 집값 추가 하락 우려 등 외부 압력이 너무 강해 매수세를 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내년도 어려울 것…분위기 누그러질 가능성은 있다"
대구 부동산 시장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적정 수요를 뛰어넘는 공급이 지속될 전망이어서다. 분양가 상한제 개편으로 분양가 상승도 예고돼 있다. 정부는 분양가에 세입자 주거 이전비, 영업손실 보상비, 명도 소송비 등을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거시 환경도 시장에 비우호적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하는 등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박지민 대표는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려면 매물이 없어 수요자가 더 많은 상황이 만들어지거나 아니면 실수요자들이 납득할 정도로 가격이 획기적으로 낮아야 하는데 대구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전국 부동산 시장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거나 금리 인상을 멈추고 다시 돈을 풀지 않는 한은 시장이 회복될 여지는 없다"고 했다.
박 대표는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여지는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대구 집값을 끌어내리는 매물인 5억원대 분양권 매물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속속 입주에 나서면서 싼 매물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5억원대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지면 6억원대에서 적게나마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조금씩 분위기는 풀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구 실수요자, 지금이 기회
대구에서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지금이 기회라는 판단이다. 청약보다는 매매를 고민하는 것이 더 낫다는 설명이다.박 대표는 "지금 대구에서 청약을 고민하는 실수요자들은 당장 포기하시는 게 낫다"며 "최근 대구에서 나오는 분양 물량 등은 6억원대가 많다. 어차피 투자가 아닌 실거주가 목적이면 신축 분양권을 잡는 것이 유리하다. 5억원대, 많게는 4억원대 후반까지 새집을 마련할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주가 얼마 남지 않은, 매매가 가능한 분양권은 시장에 얼마 남지 않았다"며 "신축이 너무 많이 공급되다 보니 5년, 10년 된 단지와도 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신축 분양권 가격이 기존 단지 매맷값보다 낮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후 시장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지면 분양권을 통해 입주했던 기존 주택을 정리하고 새로운 신축을 분양받는 전략을 가져가면 될 것"이라며 "유주택자의 경우 투자나 세컨드하우스 등을 고민하고 있다면 현시점에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박지민 대표는 2017년부터 건국대와 동국대, 부동산 투자카페 등에서 청약·분양권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카페 '월용카페'와 네이버 블로그 '월용이의 부동산 일지' 등을 운영 중이다. 청약 1000건 이상을 당첨시킨 이력이 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