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광고모델 조승우 / 사진=hy
윌 광고모델 조승우 / 사진=hy
발효유 시장처럼 완숙기에 접어든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시장개척자는 보수적인 경쟁자들보다 더 많은 위험과 실패를 감수해야 한다. 특히 해당 분야 선두 기업이 주도적 시장지위 유지에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분야 개척을 위해 펼치는 혁신은 후발주자의 도전보다 잃을게 많은 선택이다.

히트상품을 만들더라도 발효유 시장 특성상 제품이 정상적으로 자리 잡기 전에 미투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유사한 제품들 사이에서 장기간 브랜드 성장을 이뤄내는 것은 마케터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자 이루고픈 희망이다.

2000년 출시된 hy의 대표 발효유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이하 윌)은 위 건강 기능성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지난 22년간 한결같이 ‘고객과의 신뢰’를 지켜온 브랜드다. 도전과 끊임없는 혁신, 소비자와의 밀접한 소통은 ‘윌’의 성공을 대변하는 핵심 아이덴티티다.

상황 1 장(腸)건강 발효유 시장의 한계
도전 1 위(胃)건강 발효유 새 영역에 도전

국내 발효유 시장은 1971년 야쿠르트 등장으로 태동했다. 당시 hy는 프레시 매니저를 중심으로 한 구전(口傳)활동 위주의 판촉을 전개하며 ‘유산균’에 대한 소비자 오인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활동은 소비자들에게 발효유 과학성과 기능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었고, 제품의 성공뿐만 아니라 시장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70년대 중반 야쿠르트가 크게 성공하며 경쟁 기업과 유사 제품이 난립했다. 시장은 커졌고, 제품도 다양해졌다. 70년대 액상발효유를 시작으로 80년대 농후발효유, 90년대 드링크 발효유가 인기였다. 꾸준히 성장하던 발효유 시장은 외환위기(IMF)때 불황을 맞았다.

hy를 비롯한 유업계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고, hy는 식품업계 최고(最古) 연구기술력을 응집한 프리미엄 발효유 개발에 나섰다. 2000년 9월, 5년간의 연구를 거쳐 신제품 윌을 출시했다.

윌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출시 첫해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서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기존 발효유들은 모두 장(腸)건강에 집중했지만, 윌은 위(胃)건강에 초점을 뒀다. 기술적 밑바탕에 더해 시대적 배경도 맞아 떨어졌다. 마침 국내에서도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헬리코박터균 배양에 성공한 호주의 배리 마셜 박사를 앞세운 광고는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이 광고는 대표적인 마케팅 법칙 중 하나인 ‘보증 효과의 법칙’을 적용한 것이다. 쉽게 말해 전문가의 권위를 파는 것인데, 그 분야의 권위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를 내세워 이미 소비자에게 검증된 사실을 제품으로 전이시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특히 2005년 마셜 박사가 노벨상을 받으면서 윌의 판매도 더욱 늘어났다.

윌 브랜드의 중요성은 광고모델 선정에서도 드러난다. 당대 최고의 톱스타들이 윌 광고모델로 발탁돼 제품을 홍보했다. 단순한 식품이 아닌 기능성을 갖춘 발효유로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hy 관계자는 “윌 담당 마케터가 원했던 모델들에게 광고 요청을 했을 때 단 한 번의 거절이 없었다”며 “소비자뿐만 아니라 모델에게도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제품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22살을 맞은 윌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약 1조9422억 원에 이르는 발효유 시장에서 단일 제품으로 연 3000억 원 가량 판매되는 브랜드로 성장해 국내 발효유 시장에서 기념비적인 역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

상황 2 시장 흐름에 부합하지만 ‘차별화’ 포인트 필요
도전 2 기술력 기반 제품 혁신으로 ‘소비자 신뢰’ 구축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온라인 구매 수요가 급증했듯이 소비트렌드는 사회·문화적 이슈와 맞물려 빠르게 변화해왔다. hy는 자체 연구기술력을 중심으로 출시 이후 22년 동안 10회에 걸쳐 제품을 개선했다. 이를 통해 차별화된 ‘품질’과 ‘대세감’을 갖추었다. 윌이 기능성 발효유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가 된 이유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식품 영양 정보에 대한 관심이 함께 증가했다. 건강 유지와 다이어트에도 식단의 개념이 등장했다. 2010년 hy는 기존 제품 대비 지방 55%, 칼로리 20%를 줄인 저지방 윌을 출시했다. 이어 선보인 4세대 제품은 특허유산균 10배 강화, 브로컬리 새싹농축액과 양배추 농축분말을 추가해 기능을 강화했다.

2014년에는 당류 섭취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고려, 기존 제품 대비 당 함량을 25% 낮추었다. 이어서 2017년에는 새롭게 개발한 위 건강 유산균 ‘HP7(헬리코박터 프로젝트 7)’을 적용해 윌을 한 단계 더 진화시켰다. 출시 20주년을 맞아 특허 유산균 HP7의 함량을 20배로 늘리며 기능성에 대한 소비자 만족을 이어갔다.

2022년 2월 자체 개발한 개별인정형 원료 ‘꾸지뽕잎 추출물’ 50㎎으로 업그레이드한 차세대 윌을 선보였다. hy 연구진은 6년간 250종의 천연물의 효과를 검증해 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개별인정형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hy는 윌로 기능성 발효유 시장을 열었다. 끊임없는 제품 개선으로 22년간 소비자 기대를 충족시켰다. 현재는 자체 개발한 천연물 소재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신뢰하는 브랜드에 지갑을 열게 마련이다. 제품 또는 서비스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세분화된 고객 니즈를 찾아 끊임없이 만족시키는 것이 답이다.


노벨상 박사부터 배우 조승우까지…年 3000억 팔린 발효유

상황 3 온라인 중심 유통환경 변화
도전 3 ‘프레시 매니저’ 라스트마일 경쟁력

마케터(기업)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톱다운(Top-Down) 커뮤니케이션은 현재까지도 흔히 쓰이는 마케팅 기법이다. 기업이 전략을 먼저 결정하고 구체적 방법을 찾아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은 효율적이지만, 소비자(현장) 의견이 전략단계부터 생생하게 반영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수많은 제품 중 오랜 시간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메가히트 브랜드의 시작을 살펴보면 기업이 아닌 소비자 바이럴 즉 흔히 이야기 하는 ‘입소문’이 매개체가 된 ‘보텀업(Bottom-Up)’ 커뮤니케이션이 적용된 사례가 많다.

‘윌’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고객에 의해 먼저 소문이 난 케이스로 철저하게 보텀업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다. hy 특유의 유통조직이 크게 기여했다. 당시 약 1만3500여 명 프레시 매니저(이하 FM)들이 직접 고객을 만나 퍼트린 입소문이 성공의 핵심이었다.

윌은 지난 20년간 10세대에 걸친 혁신으로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더불어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FM 조직도 변화하는 유통환경과 고객 니즈에 맞게 진화해 나가며 윌의 성공을 뒷받침 중이다.

2015년 hy는 온라인 사업 확대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 구축 사업에 돌입했다. 대면이 중심이던 기존 프레시 매니저 유통채널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간과 장소 관계없이 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플랫폼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고객 관리는 더욱 스마트하게 진화했다. 2020년 온라인 통합플랫폼 ‘프레딧’ 구축으로 고객이 쉽게 제품을 주문하고 선택한 제품을 빠르게 전달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구매 패턴에 맞춰 이동형 단말기(POS)와 카드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관리 효율성을 한층 높였다.

언택트 시대에 맞춰 진화하는 것은 고객서비스만 아니다. 전달용구, 방식, 시스템도 꾸준히 변화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친환경 냉장 모빌리티 ‘코코’다. 코코는 콜드 앤 쿨(cold&cool)을 뜻한다. 세계 최초 탑승형 냉장카트로 2014년 12월 hy가 도입했다. ‘타고 다니는 냉장고’인만큼 고객 손에 전달되는 순간까지 신선한 냉장상태로 배송 가능하다. 라스트 1마일까지 냉장상태를 유지해 신선식품의 포장을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새벽배송과 바로배송 등 ‘속도’를 중심으로 다변화 되어가는 배송시장 속에서도 지속 성장 중인 ‘프레시 매니저’ 배송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프레시 매니저’는 활동 이래 약 50년간 꾸준히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시간에 지정된 장소에 배송해 왔다. 특히 코로나 이전에도 ‘비대면 배송’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집 앞에 걸어 둔 ‘전달 주머니’를 활용해 배송하기도 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민감한 소비재 시장에서 3000억 원이 넘는 브랜드를 리뉴얼한다는 건 마케터에게 어려운 의사결정이다. 특히 정체된 시장에서는 더욱 부담이 된다. 작은 실수로도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뉴얼에는 △새로움 △신뢰감 △일관성 등을 고려한 탄탄한 브랜드 관리 전략이 요구된다.

시장은 건강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능성을 더한 제품이 각광받고 있다. 2020년 12월 시행된 ‘일반식품 기능성표시제’도 같은 맥락이다. 체중관리, 피부미용, 면역력증진 등 다양한 니즈를 겨냥한 제품들이 출시되며 시장 경쟁은 과열되고 있다.

hy가 차별화된 품질 향상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투 제품이 넘쳐나는 레드오션이지만, 연구기술력을 기반으로 소비자와 쌓아온 신뢰가 있기에 경쟁업체의 도전에도 시장을 주도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출시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마케팅 전략도 마찬가지다. ‘위에는 윌’이라는 메시지를 신뢰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노벨상을 받은 배리 마셜 박사부터, 김정운 교수, 이영표 해설위원, 배우 유인촌, 한석규, 이정재, 조승우 등을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기능성 발효유 시장을 열고, 22년간 국민적 신뢰를 받아온 윌은 발효유 ‘제품’이라는 한계를 벗고, 위 건강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 브랜드 ‘윌’이 다양한 라인업으로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 기대된다.

한경제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소비자들은 수없이 많은 기업의 메시지에 노출된다. 아침에 일어나 TV, 라디오를 켜는 순간부터 버스, 지하철, 신문, 잡지의 각종 인쇄 광고, 창밖의 옥외 광고, 길가의 전단지, 판매원의 외침, 온라인 사이트 광고까지.

이뿐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매일 다른 소비자들이 작성하는 수많은 온라인 리뷰, SNS 메시지 등에도 노출된다. 다시 말해, 요즘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는 메시지는 너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기업의 메시지를 매번 정확하게 이해하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애초부터 무리일 것이다. 모든 소비자들이 각 기업의 메시지를 열심히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착각일 뿐이다. 소비자들은 심지어 어떤 메시지를 어떤 기업으로부터 들은 것인지 조차 구분하기 힘들다.

이 때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꾸준히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이에 대한 방향과 전략을 설정하는 것을 특별히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전략”이라고 한다. 즉, IMC란 기업이 전달하는 모든 메시지가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전달되도록 관리하는 마케팅 활동이다.

hy 윌의 성공에도 프리미엄 발효유, 위(胃) 건강이라는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전달한 것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판단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프레시 매니저를 적극 활용한 대인판매 전략은 고객과의 ‘신뢰’를 형성하게 했고, 이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 일관성 있는 메시지가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었다.

필자도 어린 시절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던 프레시 매니저를 기억한다. 당시 야쿠르트 아줌마는 제품의 판매자이면서, 마치 동네 이웃과 같은 친근한 존재였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존재한다. 초등학생인 필자의 아들 역시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 매니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와 유행을 쫓는 것이 일상화된 경쟁 환경에서 수십년간 같은 메시지를, 같은 방식으로 이처럼 일관성 있게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마스터카드 역시 1997년에 시작한 Priceless 캠페인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야구장에서 아버지와 어린 아들 간의 ‘값을 매길 수 없는(priceless)’ 대화의 가치를 보여줬던 Priceless 캠페인은 현재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바뀌어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것이 현재 마스터카드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마케터가 소비자에게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언제나 매우 강력한 힘을 갖는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향상심(向上心)’은 향상되고자 하는 마음이다. 현재보다 나아지려는, 발전하려는 마음을 가리킨다. 지금 자신의 처지가 못마땅한 사람이 향상심이 없으면 계속해서 나쁜 상황에 머물게 된다. 부족하고 나쁜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마음이 없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현재 자신이 그럭저럭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다르지 않다. 향상심이 없다면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현상유지를 위해서도 향상심은 필수라는 얘기다.

향상심으로 BTS(방탄소년단)의 매력을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BTS의 성공요인을 규명하려는 연구들은 음악, 퍼포먼스, 팬덤, SNS활용, 스토리텔링 전략 등에 집중해왔다. 이 가운데 스토리텔링 측면에 주목한 연구들은 “BTS가 10대와 20대가 겪는 어려움, 고민, 사회문제 등을 가사로 풀어내고 있어, ‘BTS가 청소년의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하는 아이돌’”이라고 설명해왔다.

한 연구는 “BTS의 가사가, 잃어버렸던 꿈을 소환시켜 그 꿈을 위해 정진함으로써 더욱 온전한 내가 되기를 열망하는 청년세대에게 향상심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hy의 윌은 22년 동안 10회에 걸쳐 제품을 개선했다. 1위 브랜드라서 현실에 안주하기 쉬웠을텐데 계속해서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그렇게 오랜 기간 향상심을 발휘함으로써 ‘미투’제품이 넘쳐나는 레드오션에서 22년간 브랜드 성장을 이뤄냈다.

향상심의 반대말은 ‘퇴굴심(退屈心)’이다. 뒤로 물러나고 굴복하려는 마음이다. 일상의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회피하려는 자세다.

잘 나가는 브랜드를 맡고 있어서 안주하고픈 마케터나, 성과가 부진해 퇴굴심에 익숙한 마케터라면 BTS의 노래들로 향상심을 깨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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