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술대회] 미·중 통화정책 차별화의 국내 영향과 대응방안
Ⅰ. 서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이례적인 양적 완화 정책을 내세웠던 전 세계 국가들은 최근 인플레이션 급등에 상이한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긴축 행보를 강화하는 반면,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대체로 미국의 기조를 따르지만, 미·중 모두와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에 있는 만큼 이들의 통화정책 차별화에 대한 분석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미·중 통화정책 차별화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본론
1. 글로벌 통화정책 차별화 양상
(1) 미국
미국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긴축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지난 5월에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한 데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인상이다. 이는 지난해까지 팬데믹으로 침체된 경기회복을 위해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며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한 것과 상반된 행보이다.
미 연준이 통화정책을 긴축기조로 전환한 것은 팬데믹으로부터 점차 회복되는 경기와 인플레이션 상승 하에서 추후의 경기과열을 막기 위함이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1년 만에 최고치인 9.1%를 기록하는 등 물가상승 압력이 가시화됨에 따라, 통화 긴축 시점이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고용지표를 비롯한 각종 지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당분간 연준이 긴축기조를 지속할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 고용통계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6월 실업률은 3.6%로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조사됐다. 급격한 긴축정책에도 고용 위축이 발생하지 않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미국의 긴축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 중국
상대적으로 물가압박이 작은 중국은 경제성장률 회복을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만큼 제조업 분야의 자국 생산율이 높고 곡물의 수입 의존도도 10%로 낮아 수입물가의 영향이 적다. 팬데믹 이전 7%대를 유지하던 중국의 성장률은 올해 제로 코로나 정책까지 덮치며 4.8%로 떨어져 역대 최악의 성장률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중국은 올해 목표인 ‘성장률 5.5%’ 달성을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 및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지급준비율을 0.5%p 인하하고,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물 대출금리를 작년과 올해에 걸쳐 두 달 연속 인하했다. 또한, 최근 23가지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며 유동성 공급을 비롯한 실물 경제 지원 강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힘쓰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를 인식하고는 있지만, 최근 도시봉쇄로 인한 성장률 악화와 부동산 시장의 여전한 둔화세를 고려할 때 완화적인 통화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 글로벌 통화정책 차별화의 국내 영향
(1) 자본 시장 영향
미국의 금리 인상은 원화 가치를 하락시킬 뿐만 아니라 자본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해 국내 자본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한·미 간 금리 격차가 감소하면서 일각에서는 금리 차가 역전될 가능성 또한 제기하고 있다. 과거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었을 때에는 금리 역전이 급속한 자본유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자본의 흐름은 금리 외에도 환율, 경상수지 및 대외건전성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원화 가치 하락과 경상수지 악화는 금리 격차가 자본이탈과 대외신용도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하는 등 높은 환율 변동성을 보이고 무역수지가 지난 5월부터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은 외환시장에서의 원화 가치를 더욱 하락시켜 국내 자본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의 통화완화 기조는 국내로 자본이 유입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국의 통화완화 기조는 동아시아 전반의 자본 시장 리스크를 키워 자본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내 자본 시장은 여전히 MSCI 기준 신흥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본 시장 내 불확실성이 가중될 우려가 존재한다.


(2) 무역 시장 영향
먼저, 미국의 긴축정책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는 에너지 및 원자재 등의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상수지 악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반도체, 조선 등 주요 수출산업은 원가 하락으로 단기적인 수출 호재를 맞을 수 있으나, 달러당 1,300원을 오르내리는 환율의 고공행진은 이러한 측면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 순수입국이자 곡물 수입 의존도가 80%인 국가로, 수입물가 급등은 무역수지 악화에도 치명적이다. 또한, 원자재를 수입해 이를 반제품 및 완제품 형태로 만들어 수출하는 산업구조상, 생산자의 원가 부담이 상품 가격에 전가되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마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완화 기조로 인한 위안화 약세는 단기적으로 한국의 제3국에 대한 총수출을 감소시킨다. 기계, 자동차 등 수출 경합도가 높은 산업에서 위안화 대비 원화절상은 ‘지출전환’ 효과를 발생시켜 총수출 감소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국의 수출 증가 시 대중 중간재 수출도 함께 증가하는 ‘수직적 무역통합 효과’로 수출 감소가 일정 부분 상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한·중 수출 경합도가 급상승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경합도가 높은 산업에서의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 대응방안
(1) 환율 안정 노력
통화정책 차별화에 따른 경기변동 및 자본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대내외 변수들로 인해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구두개입을 통해 자국 화폐의 약세에 대해 과도한 환율 변동을 억제할 것이라는 신뢰를 제공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또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병행해 환율 상승기대와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율의 오버슈팅을 방지해야 한다. 외화 유동성 확보는 급격한 자본이탈을 막을 뿐 아니라 자본이탈의 위기 발생 시 방어능력으로도 작용한다. 따라서, 외화보유액 등 외화 유동성 관련 지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통화스와프와 ‘피마 레포(FIMA REPO) 제도’ 등을 활용해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구두개입이나 외환시장 개입정책 등의 기존 정책과 병행해, 환율 변동성 단계별로 활용한다면 환율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2) 기업 지원 확대
달러 강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과 위안화 약세로 인한 수출경쟁력 감소에 대응해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무역금융지원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40% 가까이 상승한 원자재 가격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수입업체를 위해 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 지원이나 수입 물류비 지원 등의 실효성 있는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또한, 리스크가 크고 구조가 복잡한 기존의 환 헤지 상품 대신, 중소기업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 헤지 상품을 개발해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환율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위안화 약세로 인한 수출 감소에 대응해 수출업체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역시 필요하다. 반도체 등 수출우위에 있는 첨단산업은 산학 및 민관협력을 통해 더욱 체계적인 육성 전략을 수립하고 신시장개척에 나설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더해, 수출 경쟁력이 경합적인 산업들은 품질 차별화 전략을 취할 수 있도록 금리 및 수수료 인하 등의 우대금융을 제공하고, FTA를 활용한 가격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출 매력도를 증가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Ⅲ. 결론
미·중 통화정책 차별화는 국내 경제에 총공급·총수요 충격을 일으켜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를 동반할 위험성을 내포한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생산자 부담이 증대하는데, 이러한 공급 충격 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를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 국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6.0% 상승하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한, 중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한 원화절상은 총수출 감소로 이어져 무역수지 적자 폭을 확대시킬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무역 여건 약화는 국내 총수요 충격을 일으킨다. 이는 팬데믹으로부터 경기회복을 진행 중인 우리 경제에 물가상승과 경기침체의 이중고로 작용하며,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통화정책 차별화가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해 체계적인 분석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적절한 환율안정정책과 기업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잠재적인 위험요인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금융당국의 대외 리스크 관리 역량을 함양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