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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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가 닥친 상황에서 럭셔리 기업들이 실적 잔치를 하고 있다. 경기변동에도 끄떡없는 소득 상위 1% ‘슈퍼리치’의 통 큰 소비는 계속되고 있어서다. 수백 만원짜리 가방과 신발, 억대를 호가하는 슈퍼카는 여전히 잘 팔린다는 설명이다.

LVMH·페라리 실적 호조

세계 명품 1위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67억유로(약 49조원)로 전년 동기(287억유로) 대비 28% 증가했다. 루이비통과 크리스찬 디올, 셀린느와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코, 불가리 등 간판 명품 브랜드들이 인기를 주도했다. 가죽과 주얼리 및 시계, 주류 등 모든 사업부문 매출이 20~30%씩 성장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은 “지정학적 상황 등을 고려하며 명품 분야에서의 입지를 더 강화할 것”이라며 “하반기도 자신있다”고 밝혔다.

구찌와 입생로랑으로 대표되는 케어링그룹도 상반기에 전년 동기(80억4700만유로) 대비 23% 증가한 99억3000만유로(13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베르사체와 지미추 등을 보유한 카프리홀딩스는 2분기(자체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이 15% 늘었다. 존 아이돌 카프리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경기침체가 와도) 럭셔리 산업의 회복력은 증명돼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슈퍼카 기업 페라리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 실적 전망치를 높여잡았다. 2분기 매출이 12억9100만유로(1조7000억원)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가격이 32만2000달러(4억2000만원)부터 시작하는 하이브리드 차종 페라리 ‘296 GTB’, 최소 60만달러대인 ‘812 GTS’ 등이 잘 팔렸다.

페라리는 연간 매출 전망치를 기존 최대 48억유로에서 49억유로로, 주당순이익 전망치는 4.55~4.75유로에서 4.8~4.9유로로 올려잡았다. CNBC는 “페라리 주 고객인 고소득층은 경기 침체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소량 생산을 하는 페라리 특성상 공급난 차질의 타격도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명품 산업 성장 지속할 것”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럭셔리 시장의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럭셔리 시장 규모는 3126억달러(408조2600억원)로 전년(2942억달러) 대비 6.3% 성장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3055억달러) 시장 규모를 3년 만에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경기침체에서도 명품 산업의 소비 둔화는 가장 느리게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 소비자인 수퍼리치들은 여간해서는 경기에 타격을 받지 않는다. 미국 명품 브랜드 조사기관인 럭셔리인스티튜트의 밀튼 페드라자 CEO는 “경기침체기에 명품 브랜드 고객 중 80%는 소비를 줄이지만, 이들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라며 “나머지 70%의 매출은 20%의 초고소득층에게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경기 침체 여부와 상관없이 권력의 상징으로서 럭셔리 제품을 보유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부유층 소비 전문 조사기관 애질리티 리서치의 암리타 반타 상무이사는 “팬데믹 이후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며 럭셔리 산업의 성장세가 더 강해졌다”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최근 부유층들은 자신들의 부를 소비할 자격이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