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에도 인력 유지…중동은 기회의 땅"
“현대건설의 원자력 발전소 시공 능력은 이미 글로벌 톱티어입니다. 중동 원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큰 기회가 올 겁니다.”

최영 현대건설 원자력사업단장(사진)은 14일 “현대건설은 글로벌 원전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도약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0년 12월부터 현대건설의 원전사업단을 총괄하는 그는 1992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플랜트 현장 2년을 제외한 28년간 원전 현장에서만 근무한 원전 베테랑이다. 해외 첫 원전수출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현장도 진두지휘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 계획에 국내외 원전 업계와 투자자들이 현대건설을 주목한 이유도 UAE 원전 시공 경험 때문이다. 사우디는 지난 5월 한국을 비롯한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에 1.4GW(기가와트) 규모 원전 2기의 건설 입찰 참여 요청서를 보냈다. 양국 정상회담에선 원전 건설도 핵심 의제로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원전 입찰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전 부지만 여의도 네 배 너비인 UAE 원전 4기를 시공해 이미 중동 지역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최 단장은 “아직 입찰 초기단계라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UAE 원전 시공은 하루 최대 21개국 2만 명 정도가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었다”며 “현대건설은 이런 대규모 공사의 인력, 자재 등을 완벽히 매지니먼트할 수 있다는 점을 현지에서 이미 검증받았다”고 말했다.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은 최근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 전력 수요가 크게 늘면서 효율성이 높은 원전에 주목하고 있다. 최 단장은 “안정성과 효율성이 뛰어난 K원전에 큰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단장이 내세운 또 다른 경쟁력은 국내 유일의 원전 전문인력이다. 다른 건설사가 원전실을 없애거나 인력을 줄일 때도 유일하게 원전실을 유지해온 덕분이다. 최 단장은 “현대건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전 전문인력 4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며 “대다수 기업이 원전 사업부를 없애거나 축소할 때도 인력을 그대로 유지할 정도로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1970년대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지은 30기 원전 중 18기가 현대건설이 맡았을 정도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발판 삼아 지난 6월에는 ‘글로벌 1위 원전 토털 솔루션 공급자’라는 새 청사진을 내놨다.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도 앞서나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사와 함께 인디안포인트 원전해체 사업에 국내 기업 최초로 진출했다.

최 단장은 “원전 전 주기 사업의 기술력을 확보하면 마켓파워도 커지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중동도 향후엔 효율성과 경쟁력이 장점인 대형 원전과 안정성이 높은 SMR을 복합적으로 발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