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오 제이드 “보헤미안 스피릿으로 '자유' 풀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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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파리서 결성한 피아노 트리오
'따로 또 같이' 박지윤·이정란·이효주
2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서 연주회
드보르자크 3번·브람스 1번 들려줘
'따로 또 같이' 박지윤·이정란·이효주
2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서 연주회
드보르자크 3번·브람스 1번 들려줘
2004년 프랑스 파리의 어느 날. 2002년 파리국립고등음악원(CNSM) 입학 동기이자 ‘절친’ 사이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과 첼리스트 이정란, 피아니스트 이효주는 처음으로 악기의 합을 맞췄다. 이들이 가장 먼저 연습하고 완성한 곡은 이정란이 추천한 드보르자크의 ‘둠키’. 보헤미안 감성이 물씬 풍기는 선율에 다들 반했다.
각자 공부하는 틈틈이 어울려 3중주를 연주하던 이들은 실내악을 제대로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2006년 CNSM 실내악 전문사 과정에 등록했다. 이를 계기로 트리오 팀을 결성하고 이름을 옥(玉)이란 의미의 ‘제이드(jade)’로 지었다. 그해 여름 프랑스 퐁푸로와드 수도원 음악 페스티벌에서 ‘트리오 제이드’란 이름으로 처음 무대에 섰다. 베토벤 ‘대공’과 함께 ‘둠키’를 연주했다.
2년의 실내악 과정을 최우수 졸업으로 마친 이들은 이후 각자 추구하는 음악의 길을 가면서도 1년에 서너 차례 뭉쳐 ‘트리오 제이드’의 이름으로 무대에 섰다. 국내에는 5년 뒤인 2011년 예술의전당 여름 실내악 축제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이때 연주한 곡도 ‘둠키’였다.
오스트리아 슈베르트 실내악 콩쿠르 ‘1위 없는 3위’ 수상(2015) 등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입상하고, 베토벤 삼중 협주곡 프랑스 투어, 금호아트홀 베토벤 전곡 시리즈 등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연주활동을 펼치며 한국 피아노 3중주의 위상을 높여 왔다. 그 사이 박지윤은 명문 악단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의 동양인 최초 종신 악장이 됐고, 이정란과 이효주는 국내로 돌아와 실력파 솔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첫 사랑’ 보헤미안 음악으로 정기 연주회
이들이 ‘보헤미안’이란 타이틀로 6년만에 정기 연주회를 연다. 오는 2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체코 작곡가 요제프 수크의 ‘엘레지’, 드보르자크의 3중주 3번 f단조, 브람스 3중주 1번 B장조를 연주한다. 지난 11일 서울 역삼동 YMCC에서 ’보헤미안 레퍼토리‘를 연습 중인 트리오 제이드를 만났다. “정기 연주회는 우리가 연주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해 올린다는 점에서 각종 외부 초청 연주와는 다릅니다. 2014년에 러시아, 2015년엔 프랑스, 2016년에는 슈베르트 레퍼토리를 했었죠. 1년에 한번씩은 열려고 했는데 이후 여러 사정으로 열지 못했던 정기 연주회를 하게 돼 기쁩니다.”(이효주)
이들은 2년 전인 2020년 8월 브람스 3중주 전곡(1~3번)으로 정기 연주회를 열려고 했다. 하지만 공연을 며칠 앞두고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이 코로나 확산으로 폐쇄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취소해야만 했다. 이들이 2년 만에 다시 내놓은 연주회 레퍼토리는 브람스에서 보헤미안 중심으로 바뀌었다. “브람스 전곡으로 연주회를 열려고 할 때마다 이상하게도 번번이 무산됐어요. 브람스의 중후함이 여름이란 계절감과 맞지 않는 것도 있고요. 그래서 저희 셋이 가장 좋아하는 브람스 1번은 남겨놓되, 이와 비교해 손색없는 작품을 찾았는데 바로 드보르자크 3번이었죠.”(이정란)
드보르자크 3번은 연주 길이가 40분 가까이 되는 대곡이다. 4번 ‘둠키’만큼 유명하지 않지만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들이 이번 연주회에서 가장 내세우는 곡이다. “우리 셋 다 ‘둠키’ 이상으로 좋아하는 곡인데 그동안 연주할 기회가 없었어요. 브람스의 영향을 받아 4악장의 고전적 양식을 갖추면서도 2악장과 3악장에 작곡가 특유의 보헤미안 선율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연습하면서 이심전심이라 할까요. 다들 연주회의 타이틀로 ‘보헤미안’을 떠올렸어요.”(이정란)
첫 곡은 드보르자크의 사위인 수크의 ‘엘레지’를 연주한다. “6분가량 되는 아름다운 소품인데 처음 들어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 거에요. 중간에 드보르자크 오페라 ‘루살카’의 아리아 ’달의 노래‘를 연상시키는 모티브도 나와요. 2부에는 이들과 친분이 돈독했던 브람스의 1번을 연주하는데 동시대에 함께 호흡하며 교류한 세 음악가의 작품이 우리 시대에는 어떻게 들릴지 궁금합니다.”(박지윤)
이들이 학생 시절 처음 호흡을 맞췄고 남다른 인연을 가진 ‘둠키’는 이번 연주회에서 들을 수 없을까. “자유로운 보헤미안의 정신을 제대로 풀어내 마치 체코 보헤미아에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드렸으면 하는 연주회입니다. ‘둠키’가 빠질 수 없겠죠. 앙코르를 기대해 주세요.”(이정란)
◆연주에 묻어나는 우정…“칠순에 기념연주회 열고파”
이들은 이번 연주회를 마치고 다시 흩어진다. 박지윤은 파리로 돌아가 다음 달 중순 시작되는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시즌 연주를 준비한다. 이정란은 다음달 23일 예술의전당에서 보헤미안 레퍼토리로 독주회를 갖고, 이효주는 오는 11월 드뷔시와 쇼팽을 함께 연주하는 리사이틀을 열 계획이다. 박지윤은 “늘 하던 대로 오케스트라 일정을 보고 한국에 올 수 있는 기간을 확인한 후 트리오 제이드의 다음 연주 스케줄을 함께 짤 계획”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런 ‘따로 또 같이’ 활동을 10여년간 지속해 오며 연주회장에서 끈끈한 팀워크와 남다른 호흡을 과시해 왔다. 그동안 갈등이나 다툼은 없었을까. “한 번 연주하고 헤어지는 팀이 아닌데 왜 없었겠어요. 그럼에도 언제까지나 함께할 사람들입니다. 어릴 때부터 음악 이상으로 삶으로 나눈 게 많다보니 그런 것들이 연주에 묻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20주년, 30주년뿐 아니라 칠순에도 기념 연주회를 열어야죠.”(이효주)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각자 공부하는 틈틈이 어울려 3중주를 연주하던 이들은 실내악을 제대로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2006년 CNSM 실내악 전문사 과정에 등록했다. 이를 계기로 트리오 팀을 결성하고 이름을 옥(玉)이란 의미의 ‘제이드(jade)’로 지었다. 그해 여름 프랑스 퐁푸로와드 수도원 음악 페스티벌에서 ‘트리오 제이드’란 이름으로 처음 무대에 섰다. 베토벤 ‘대공’과 함께 ‘둠키’를 연주했다.
2년의 실내악 과정을 최우수 졸업으로 마친 이들은 이후 각자 추구하는 음악의 길을 가면서도 1년에 서너 차례 뭉쳐 ‘트리오 제이드’의 이름으로 무대에 섰다. 국내에는 5년 뒤인 2011년 예술의전당 여름 실내악 축제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이때 연주한 곡도 ‘둠키’였다.
오스트리아 슈베르트 실내악 콩쿠르 ‘1위 없는 3위’ 수상(2015) 등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입상하고, 베토벤 삼중 협주곡 프랑스 투어, 금호아트홀 베토벤 전곡 시리즈 등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연주활동을 펼치며 한국 피아노 3중주의 위상을 높여 왔다. 그 사이 박지윤은 명문 악단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의 동양인 최초 종신 악장이 됐고, 이정란과 이효주는 국내로 돌아와 실력파 솔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첫 사랑’ 보헤미안 음악으로 정기 연주회
이들이 ‘보헤미안’이란 타이틀로 6년만에 정기 연주회를 연다. 오는 2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체코 작곡가 요제프 수크의 ‘엘레지’, 드보르자크의 3중주 3번 f단조, 브람스 3중주 1번 B장조를 연주한다. 지난 11일 서울 역삼동 YMCC에서 ’보헤미안 레퍼토리‘를 연습 중인 트리오 제이드를 만났다. “정기 연주회는 우리가 연주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해 올린다는 점에서 각종 외부 초청 연주와는 다릅니다. 2014년에 러시아, 2015년엔 프랑스, 2016년에는 슈베르트 레퍼토리를 했었죠. 1년에 한번씩은 열려고 했는데 이후 여러 사정으로 열지 못했던 정기 연주회를 하게 돼 기쁩니다.”(이효주)
이들은 2년 전인 2020년 8월 브람스 3중주 전곡(1~3번)으로 정기 연주회를 열려고 했다. 하지만 공연을 며칠 앞두고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이 코로나 확산으로 폐쇄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취소해야만 했다. 이들이 2년 만에 다시 내놓은 연주회 레퍼토리는 브람스에서 보헤미안 중심으로 바뀌었다. “브람스 전곡으로 연주회를 열려고 할 때마다 이상하게도 번번이 무산됐어요. 브람스의 중후함이 여름이란 계절감과 맞지 않는 것도 있고요. 그래서 저희 셋이 가장 좋아하는 브람스 1번은 남겨놓되, 이와 비교해 손색없는 작품을 찾았는데 바로 드보르자크 3번이었죠.”(이정란)
드보르자크 3번은 연주 길이가 40분 가까이 되는 대곡이다. 4번 ‘둠키’만큼 유명하지 않지만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들이 이번 연주회에서 가장 내세우는 곡이다. “우리 셋 다 ‘둠키’ 이상으로 좋아하는 곡인데 그동안 연주할 기회가 없었어요. 브람스의 영향을 받아 4악장의 고전적 양식을 갖추면서도 2악장과 3악장에 작곡가 특유의 보헤미안 선율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연습하면서 이심전심이라 할까요. 다들 연주회의 타이틀로 ‘보헤미안’을 떠올렸어요.”(이정란)
첫 곡은 드보르자크의 사위인 수크의 ‘엘레지’를 연주한다. “6분가량 되는 아름다운 소품인데 처음 들어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 거에요. 중간에 드보르자크 오페라 ‘루살카’의 아리아 ’달의 노래‘를 연상시키는 모티브도 나와요. 2부에는 이들과 친분이 돈독했던 브람스의 1번을 연주하는데 동시대에 함께 호흡하며 교류한 세 음악가의 작품이 우리 시대에는 어떻게 들릴지 궁금합니다.”(박지윤)
이들이 학생 시절 처음 호흡을 맞췄고 남다른 인연을 가진 ‘둠키’는 이번 연주회에서 들을 수 없을까. “자유로운 보헤미안의 정신을 제대로 풀어내 마치 체코 보헤미아에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드렸으면 하는 연주회입니다. ‘둠키’가 빠질 수 없겠죠. 앙코르를 기대해 주세요.”(이정란)
◆연주에 묻어나는 우정…“칠순에 기념연주회 열고파”
이들은 이번 연주회를 마치고 다시 흩어진다. 박지윤은 파리로 돌아가 다음 달 중순 시작되는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시즌 연주를 준비한다. 이정란은 다음달 23일 예술의전당에서 보헤미안 레퍼토리로 독주회를 갖고, 이효주는 오는 11월 드뷔시와 쇼팽을 함께 연주하는 리사이틀을 열 계획이다. 박지윤은 “늘 하던 대로 오케스트라 일정을 보고 한국에 올 수 있는 기간을 확인한 후 트리오 제이드의 다음 연주 스케줄을 함께 짤 계획”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런 ‘따로 또 같이’ 활동을 10여년간 지속해 오며 연주회장에서 끈끈한 팀워크와 남다른 호흡을 과시해 왔다. 그동안 갈등이나 다툼은 없었을까. “한 번 연주하고 헤어지는 팀이 아닌데 왜 없었겠어요. 그럼에도 언제까지나 함께할 사람들입니다. 어릴 때부터 음악 이상으로 삶으로 나눈 게 많다보니 그런 것들이 연주에 묻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20주년, 30주년뿐 아니라 칠순에도 기념 연주회를 열어야죠.”(이효주)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