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인한 폭염에 전 세계 농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사상 최악의 가뭄 때문에 농업용수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멕시코 정부는 맥주 생산을 중단하라고 권고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토마토 가격이 치솟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심각한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주류업체들에 맥주를 비롯한 주류 생산 중단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주류 생산기지를 가뭄에 시달리는 북부에서 수량이 풍족한 남부로 옮겨달라고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이 시설을 옮기면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멕시코는 많은 맥주를 수출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인 ‘코로나’를 비롯해 ‘모델로’ ‘도스에퀴스’ 등을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장했다. 멕시코의 최대 수출 시장은 미국이다. 멕시코 통계청인 이네기(INEGI)에 따르면 2019년 멕시코의 맥주 수출 규모는 50억달러를 넘겼고, 이 중 94%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하지만 올해는 가뭄으로 고전하고 있다. 하이네켄, AB인베브, 컨스털레이션브랜즈 등 글로벌 맥주업체의 생산 시설이 있는 멕시코 북부 지역에 최악의 가뭄이 찾아와서다. 멕시코 북부 최대 도시인 몬테레이에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다. 몬테레이에는 하이네켄의 콰우테모크 양조장을 비롯해 코카콜라 현지 제조사인 펨사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례적인 가뭄 현상은 멕시코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멕시코수자원공사(Conagua)는 현재 멕시코 전체 지역의 41%가 가뭄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에서는 가뭄으로 캘리포니아주의 토마토 농가가 타격을 입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건비·연료비가 상승한 가운데 농업용수 공급량까지 줄어 재배 비용이 폭등했다. 캘리포니아 농업회사인 울프파밍에 따르면 토마토 평균 재배 비용은 에이커(약 4046㎡)당 4800달러로 10년 전 2800달러에서 71% 상승했다.

비용 증가로 도매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캘리포니아에서 토마토 경매가는 t당 105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토마토 관련 제품 가격도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IRI에 따르면 지난달 토마토소스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7% 올랐고, 케첩은 23% 뛰었다. 릭 블랭컨십 울프파밍 부사장은 “토마토 농가가 ‘로또를 맞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비용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해 이익을 모두 갉아먹고 있다”고 했다.

세계 토마토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6월 네이처지에 실린 식품 연구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해 미국, 중국, 이탈리아에서 2050년까지 토마토 생산량이 6% 감소할 전망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