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촉발한 양두구육(羊頭狗肉) 논란이 여권을 강타했다.

언론전을 예고한 이 전 대표는 15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양두구육은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대선 과정에서 밝힌 모든 가치와 지향점을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자성어 '양두구육'은 '양 머리를 걸고 뒤에선 개고기를 판다' 의미로 겉은 번지르르하나 속은 변변치 않은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앞서 SNS에 양두구육을 언급했던 이 전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잘 팔았던 사람이 나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개고기에 빗댔다는 해석에 여권은 발칵 뒤집혔다.

지난 대선 때 원내대표로 이 전 대표와 함께 선거를 치른 김기현 의원은 "전 개고기를 판 적도 없고, 사람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미애 의원 또한 "당 대표였던 분의 입에서 자당 대통령 후보를 개고기에 빗대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14일 자신의 SNS에 "윤 대통령에게 정치에 미숙함은 있을지 모르나,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결코 개고기 비유로 비하될 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라디오 방송서 "양두구육 표현에 대한 비판을 할수록 많은 국민들 머릿속에 대통령을 개고기로 치환해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양두구육을 비판할수록 윤 대통령이 개고기가 된다는 의미냐?"라고 묻자 "(양두구육에 대해)반박할수록 대통령을 더욱 곤란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감정 북받친 이준석 (사진=연합뉴스)
감정 북받친 이준석 (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15일 "'이 XX 저 XX' 발언은 상징적인 의미"라며 "'이 XX 저 XX'는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했다. 그걸 듣고 사람들이 '대통령이 이준석을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그러니까 쟤 때려도 되겠다' 하면서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과 윤핵관 호소인들이 저를 때리려 들어오는 지령 비슷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해당 발언과 관련해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게 욕을 먹으면서 대표직을 했다면 왜 그런 욕을 먹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또한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 인터뷰에서 "본인으로서 억울한 점도 있고 화도 날 것이지만 정치인은 해야 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데 전체적인 기자회견은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36일 만인 13일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표는 62분 동안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정작 이번 갈등 국면의 발단이 된 자신의 성 상납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 자기반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000자가 넘는 회견문을 읽었지만 회견문에는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한 부분은 없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2013년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대전의 한 호텔에서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고, 지난달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 대표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며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