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상기후에 투자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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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미래의 환경 변화를 염두에 둔 투자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물과 농업기업, 농산물에 투자하는 ETF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록적인 기상 이후 현상이 지속되면서 대체재가 없는 물과 농산물 등에 대한 주목도는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경ESG] 투자 트렌드
지난 2020년에 개봉한 영화 <허리케인 쓰나미>에서 과학자 조쉬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전 세계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는 아내마저도.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급급하거나 우리 세대에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안일함이 그들의 귀를 막은 것이다. 결국 3년 뒤 설마 했던 대재앙이 찾아온다.
영화가 개봉할 당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삼킨 터라 케케묵은 재난 영화에 관심을 갖는 이는 많지 않았다. 흥행에 실패한 이 영화는 뒤늦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소비되고 있다. 과거 이런 류의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과 극적 결말에 집중했다. 아주 먼 미래에 벌어질지 모를 일 정도로 치부했기 때문. 심각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홍수, 가뭄 현상은 그저 영화 같은 일로 여기기엔 결코 가볍지 않다. ‘105년’ 만의 폭우, ‘500년’ 만의 가뭄 등 최근 발생한 자연재해를 수식하는 표현이 심각성을 말해준다. 조쉬가 곧 들이닥칠 대재앙을 예견한 것처럼.
전례 없는 이상기후 현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위장환경주의(그린워싱)가 아닌 진짜 미래의 환경변화를 염두에 둔 투자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메마른 라인강…물 ETF는 뛰었다
유럽 대륙을 관통하는 라인강이 바닥을 드러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탓이다. 독일연방수문학연구소(BfG)는 지난 8월 12일 라인강의 수위를 측정하는 주요 지점 중 하나인 독일 카우프의 수위가 40cm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40cm’는 화물을 운반하는 바지선이 떠다닐 수 있는 최소 수위로 알려져 있다. 연구소는 조만간 수위가 30cm 미만으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강을 통한 운송이 막힐 경우 유럽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관련 연구 당시 강을 통한 운송이 6개월간 중단되면 50억 유로(6조7000억원)가량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SK증권 역시 “서유럽 내륙 수상 운송의 80%, 독일 내 천연가스, 석탄, 원유 등 에너지 운송의 30%가 이 라인강을 통해 이뤄진다”고 파악했다.
실제로 귀한 몸이 된 ‘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다시금 높아졌다. 지난해 말 60.84달러로 고점을 찍은 대표 물 상장지수펀드(ETF) 인베스코 워터 리소시스(invesco water resources, PHO)는 지난 6월 바닥(43.51달러)을 찍은 뒤 두 달 남짓 만에 25%가량 급등했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가뭄이 잇따르면서 큰 폭으로 조정을 받던 물 ETF에 뭉칫돈이 몰려든 영향이다. 물과 관련한 기업, 즉 수자원 개발과 공급·인프라·정수·오염수 처리 등에 투자하는 펀드인 삼성글로벌워터펀드 역시 최근 한 달 새 6.28%(8월 15일 기준) 올랐다. 지난해 11월호에 게재된 ‘지구가 말라간다… 블루골드 물에 투자하는 법’ 기사에 담긴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해마다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온은 1991~2020년 평균보다 0.4 ℃ 가까이 높았다. 역사적으로 가장 뜨거운 7월을 보낸 셈이다. 이 때문에 블루골드라 불리는 물 관련 산업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국 조사 분석 기관 글로벌워터 인텔리전스(GWI)에 따르면 세계 물 산업 시장 규모는 2024년까지 연평균 3.4%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기준 약 50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반도체 시장 대비 2배에 달하는 물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기록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지속되며 연초부터 시장의 외면을 받던 물 관련 ETF에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대체재가 없는 물에 대한 주목도는 향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해당 ETF 및 테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뜨거운 지구, 식량 위기 부추긴다
이상기후 현상이 식량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폭염 현상은 물류 차질, 전력 부족, 생산 차질, 식량 부족의 위험을 더욱 확대해 세계경제 성장에 추가적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지난 7월 최고기온 기록을 연일 경신했다. 각국의 최고기온은 스페인 45.7℃, 포르투갈 46.3℃, 영국 40.3℃, 프랑스 42.0℃ 등을 나타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폭염으로 17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년 여름 반복되는 이슈는 향후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폭염이 경제에 미치는 여러 위협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식량 위기다. 한국농촌경제원에 따르면 2022~2023년 전 세계 밀 생산량은 2021~2022년보다 784만 톤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폭염 피해가 속출한 유럽 국가의 밀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곡물 수출 재개에 합의하며 급등하던 곡물 가격 지수가 7월 들어 8% 가까이 하락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며 “유럽과 미국이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잦아진 이상기후 현상으로 식량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승한 한국금융분석원 연구원 역시 “최근 가뭄, 홍수, 이상고온 등으로 세계 각국의 곡물 재배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부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주요 곡물 가운데 하나인 대두 가격이 다시 직전 고점을 향하는 등 미국뿐 아니라 세계 상품 시장 전반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던 곡물 가격이 최근 한풀 꺾인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7월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6월(154.3)보다 8.6% 하락한 140.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산 밀과 옥수수 수출이 재개된 덕이다.
실제 농업 기업에 투자하는 반에크 애그리비즈니스 ETF(MOO)는 지난 7월 중순 바닥을 찍고 재차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농기계업체 디어를 포함해 동물약품회사 조에스티, 종자 및 농업 바이오업체 코르테바 등이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다. 미국 농산물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인베스코 DB 애그리컬처(DBA)도 반에크 애그리비즈니스 ETF와 마찬가지로 최근 반등하고 있다.
이상기후 현상이 ESG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폭염 등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한 데다 겨울철 맹추위가 기승을 부릴 경우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겨울로 갈수록 에너지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폭염과 가뭄으로 독일 내륙 수운 라인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독일 발전소 전력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했다”며 “러·우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고유가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며, 당분간 ESG 투자도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영화가 개봉할 당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삼킨 터라 케케묵은 재난 영화에 관심을 갖는 이는 많지 않았다. 흥행에 실패한 이 영화는 뒤늦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소비되고 있다. 과거 이런 류의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과 극적 결말에 집중했다. 아주 먼 미래에 벌어질지 모를 일 정도로 치부했기 때문. 심각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홍수, 가뭄 현상은 그저 영화 같은 일로 여기기엔 결코 가볍지 않다. ‘105년’ 만의 폭우, ‘500년’ 만의 가뭄 등 최근 발생한 자연재해를 수식하는 표현이 심각성을 말해준다. 조쉬가 곧 들이닥칠 대재앙을 예견한 것처럼.
전례 없는 이상기후 현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위장환경주의(그린워싱)가 아닌 진짜 미래의 환경변화를 염두에 둔 투자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메마른 라인강…물 ETF는 뛰었다
유럽 대륙을 관통하는 라인강이 바닥을 드러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탓이다. 독일연방수문학연구소(BfG)는 지난 8월 12일 라인강의 수위를 측정하는 주요 지점 중 하나인 독일 카우프의 수위가 40cm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40cm’는 화물을 운반하는 바지선이 떠다닐 수 있는 최소 수위로 알려져 있다. 연구소는 조만간 수위가 30cm 미만으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강을 통한 운송이 막힐 경우 유럽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관련 연구 당시 강을 통한 운송이 6개월간 중단되면 50억 유로(6조7000억원)가량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SK증권 역시 “서유럽 내륙 수상 운송의 80%, 독일 내 천연가스, 석탄, 원유 등 에너지 운송의 30%가 이 라인강을 통해 이뤄진다”고 파악했다.
실제로 귀한 몸이 된 ‘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다시금 높아졌다. 지난해 말 60.84달러로 고점을 찍은 대표 물 상장지수펀드(ETF) 인베스코 워터 리소시스(invesco water resources, PHO)는 지난 6월 바닥(43.51달러)을 찍은 뒤 두 달 남짓 만에 25%가량 급등했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가뭄이 잇따르면서 큰 폭으로 조정을 받던 물 ETF에 뭉칫돈이 몰려든 영향이다. 물과 관련한 기업, 즉 수자원 개발과 공급·인프라·정수·오염수 처리 등에 투자하는 펀드인 삼성글로벌워터펀드 역시 최근 한 달 새 6.28%(8월 15일 기준) 올랐다. 지난해 11월호에 게재된 ‘지구가 말라간다… 블루골드 물에 투자하는 법’ 기사에 담긴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해마다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온은 1991~2020년 평균보다 0.4 ℃ 가까이 높았다. 역사적으로 가장 뜨거운 7월을 보낸 셈이다. 이 때문에 블루골드라 불리는 물 관련 산업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국 조사 분석 기관 글로벌워터 인텔리전스(GWI)에 따르면 세계 물 산업 시장 규모는 2024년까지 연평균 3.4%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기준 약 50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반도체 시장 대비 2배에 달하는 물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기록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지속되며 연초부터 시장의 외면을 받던 물 관련 ETF에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대체재가 없는 물에 대한 주목도는 향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해당 ETF 및 테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뜨거운 지구, 식량 위기 부추긴다
이상기후 현상이 식량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폭염 현상은 물류 차질, 전력 부족, 생산 차질, 식량 부족의 위험을 더욱 확대해 세계경제 성장에 추가적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지난 7월 최고기온 기록을 연일 경신했다. 각국의 최고기온은 스페인 45.7℃, 포르투갈 46.3℃, 영국 40.3℃, 프랑스 42.0℃ 등을 나타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폭염으로 17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년 여름 반복되는 이슈는 향후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폭염이 경제에 미치는 여러 위협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식량 위기다. 한국농촌경제원에 따르면 2022~2023년 전 세계 밀 생산량은 2021~2022년보다 784만 톤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폭염 피해가 속출한 유럽 국가의 밀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곡물 수출 재개에 합의하며 급등하던 곡물 가격 지수가 7월 들어 8% 가까이 하락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며 “유럽과 미국이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잦아진 이상기후 현상으로 식량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승한 한국금융분석원 연구원 역시 “최근 가뭄, 홍수, 이상고온 등으로 세계 각국의 곡물 재배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부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주요 곡물 가운데 하나인 대두 가격이 다시 직전 고점을 향하는 등 미국뿐 아니라 세계 상품 시장 전반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던 곡물 가격이 최근 한풀 꺾인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7월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6월(154.3)보다 8.6% 하락한 140.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산 밀과 옥수수 수출이 재개된 덕이다.
실제 농업 기업에 투자하는 반에크 애그리비즈니스 ETF(MOO)는 지난 7월 중순 바닥을 찍고 재차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농기계업체 디어를 포함해 동물약품회사 조에스티, 종자 및 농업 바이오업체 코르테바 등이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다. 미국 농산물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인베스코 DB 애그리컬처(DBA)도 반에크 애그리비즈니스 ETF와 마찬가지로 최근 반등하고 있다.
이상기후 현상이 ESG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폭염 등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한 데다 겨울철 맹추위가 기승을 부릴 경우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겨울로 갈수록 에너지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폭염과 가뭄으로 독일 내륙 수운 라인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독일 발전소 전력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했다”며 “러·우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고유가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며, 당분간 ESG 투자도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