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기쁨에 들지 않은 작은 목소리 모아 詩로 썼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소연
두 번째 시집 <거의 모든 기쁨>
두 번째 시집 <거의 모든 기쁨>
“모든 기쁨이 아니라 ‘거의’ 모든 기쁨, 모든 슬픔이 아니라 ‘거의’ 모든 슬픔이 시가 돼요. 세상일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 100% 완전한 건 없잖아요. 모두에 속하지 않은 일부, 작은 목소리들을 시로 담았습니다.”
두 번째 시집 <거의 모든 기쁨>을 출간한 이소연 시인(사진)은 15일 서울 도봉동 김근태기념도서관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번 시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거의’라는 단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김근태기념도서관 상주 작가로 선발돼 이곳에서 시를 쓰고 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시집 제목은 수록 시 ‘부분 일식’ 가운데 “생일이 끝났을 땐/거의 모든 기쁨이 사라졌다”는 구절에서 따왔다. 시인은 지난해 가을 일어난 부분 일식을 보면서 “사라졌지만 또 남아있는, 변화의 움직임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소연 시인은 앞서 2020년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를 출간했다.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을 바라보며 폭력적 상황에 처한 여성의 목소리를 시로 기록했다.
그는 시 쓰기의 동력을 ‘분노’에서 찾는다. 기후위기, 성차별 등 “나의 분노를 가장 품격 있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를 쓴다. 그에게 분노란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이다. “싸움은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애정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해요. 애정이 없다면 그냥 포기하고 말죠.”
그렇기에 무엇이 폭력인지, 폭력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첫 시집에서 그는 ‘철’ 연작을 통해 ‘철’을 폭력의 상징으로 그렸다.
최근에는 ‘철과 피’ 시리즈를 쓰고 있다. “철제다리 아래 붙어 사는 따개비는 철을 먹고 자랍니다. 그러면 철이 생명이잖아요. 시들시들한 화분에 고철못 녹물을 부어주면 생생해지죠. 철을 새롭게 바라보려고 해요.”
이번 시집에 담긴 시는 전부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썼다. 대학 시간강사로 일하는 남편 이병일 시인을 인터뷰해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을 그린 시 ‘어느 고전주의자의 실눈 뜨기’, 코로나 백신 관련 시위를 보면서 쓴 시 ‘주먹’ 등 감염병과 사회, 신체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코로나를 한 단어로 쓴다면 ‘혼란’이었어요. 음모론을 비롯해 많은 주장이 있었지만 나는 내 주먹을 어디를 향해 치켜들어야 할지, 어느 목소리에 힘을 보태야 할지 확신할 수 없었죠.”
단언할 수 없는 마음에 주목하는 시인이 확신을 갖는 건 오로지 시뿐이다. 모든 곳에 시가 있다. 이소연 시인은 시집에 실은 에세이에서 “세상 모든 것에 깃들어 있는 시를 볼 수 있어서 나는 이 세상이 지겨울 수가 없다”고 썼다.
그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에서 시의 실마리를 얻는다. 그가 생각하기에 시를 이해하는 법도 ‘타인과 만나 함께 읽는 것’이다.
“같은 시를 읽어도 해석이 각기 다른 게 시의 매력이죠.” 시집 출간 이후 낭독회를 활발하게 진행 중인 이유다. 오는 20일에는 디자인이음 베어카페에서, 24일에는 원당마을 한옥도서관에서 독자들을 만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두 번째 시집 <거의 모든 기쁨>을 출간한 이소연 시인(사진)은 15일 서울 도봉동 김근태기념도서관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번 시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거의’라는 단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김근태기념도서관 상주 작가로 선발돼 이곳에서 시를 쓰고 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시집 제목은 수록 시 ‘부분 일식’ 가운데 “생일이 끝났을 땐/거의 모든 기쁨이 사라졌다”는 구절에서 따왔다. 시인은 지난해 가을 일어난 부분 일식을 보면서 “사라졌지만 또 남아있는, 변화의 움직임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소연 시인은 앞서 2020년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를 출간했다.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을 바라보며 폭력적 상황에 처한 여성의 목소리를 시로 기록했다.
그는 시 쓰기의 동력을 ‘분노’에서 찾는다. 기후위기, 성차별 등 “나의 분노를 가장 품격 있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를 쓴다. 그에게 분노란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이다. “싸움은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애정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해요. 애정이 없다면 그냥 포기하고 말죠.”
그렇기에 무엇이 폭력인지, 폭력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첫 시집에서 그는 ‘철’ 연작을 통해 ‘철’을 폭력의 상징으로 그렸다.
최근에는 ‘철과 피’ 시리즈를 쓰고 있다. “철제다리 아래 붙어 사는 따개비는 철을 먹고 자랍니다. 그러면 철이 생명이잖아요. 시들시들한 화분에 고철못 녹물을 부어주면 생생해지죠. 철을 새롭게 바라보려고 해요.”
이번 시집에 담긴 시는 전부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썼다. 대학 시간강사로 일하는 남편 이병일 시인을 인터뷰해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을 그린 시 ‘어느 고전주의자의 실눈 뜨기’, 코로나 백신 관련 시위를 보면서 쓴 시 ‘주먹’ 등 감염병과 사회, 신체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코로나를 한 단어로 쓴다면 ‘혼란’이었어요. 음모론을 비롯해 많은 주장이 있었지만 나는 내 주먹을 어디를 향해 치켜들어야 할지, 어느 목소리에 힘을 보태야 할지 확신할 수 없었죠.”
단언할 수 없는 마음에 주목하는 시인이 확신을 갖는 건 오로지 시뿐이다. 모든 곳에 시가 있다. 이소연 시인은 시집에 실은 에세이에서 “세상 모든 것에 깃들어 있는 시를 볼 수 있어서 나는 이 세상이 지겨울 수가 없다”고 썼다.
그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에서 시의 실마리를 얻는다. 그가 생각하기에 시를 이해하는 법도 ‘타인과 만나 함께 읽는 것’이다.
“같은 시를 읽어도 해석이 각기 다른 게 시의 매력이죠.” 시집 출간 이후 낭독회를 활발하게 진행 중인 이유다. 오는 20일에는 디자인이음 베어카페에서, 24일에는 원당마을 한옥도서관에서 독자들을 만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