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개가 현장 안전관리…'디지털 건설시대' 속도
먼지 날리고 소음이 요란한 건설 현장이 달라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앞다퉈 ‘스마트 건설 기술’을 공사 현장에 접목하고 있어서다. 근로자의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는 데다 중대재해에 취약한 업종 특성상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공사 현장의 디지털화가 확산할 전망이다. 정부도 건설업의 생산 기반이 인력·현장에서 장비·공장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판단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근로자 고령화에 대비하고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건설사들이 디지털전환(DT)을 서두르고 있다. 대우건설은 건설 현장에서 사용할 웨어러블(입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근로자용 웨어러블 로봇을 허리 보조 로봇과 보행 보조 로봇으로 구분해 개발한 뒤 건설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근로자에게 전달되는 하중 등을 측정하고 근로 시간과 작업 빈도를 분석해 각종 질환을 예방하고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AI) 재해 예측 시스템’을 구축해 전국 건설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과거 발생했던 사고·재해 정보와 결빙 구간의 차량 전도, 자재 낙하 사례 등을 현장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공사 현장에선 선제적으로 위험 점검 절차를 수행하고 있다.

롯데건설과 포스코건설 등은 4족 보행 로봇을 활용한 건설 현장 데이터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4족 보행 로봇 스팟(사진)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시각화해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드론에 초정밀 영상레이더 센서 기술을 추가해 비탈면이나 열악한 지반을 파악한 뒤 현장 시공의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 때 빅데이터, AI 기술을 접목하면 급등하고 있는 안전 관리 비용이나 인건비에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건설업 디지털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설 전 과정에 걸쳐 디지털화된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기술을 의미하는 BIM(건설정보모델링)을 신규 공공사업부터 의무화할 방침이다. 건설사의 BIM 역량 강화를 위해 종합심사낙찰제 평가 항목에 BIM 역량 평가 부분도 신설할 계획이다. 또 드론, 로봇 등 첨단장비를 안전 점검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시설물 관리 주체를 관행적으로 인력에 의한 점검 방식만 인정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건설업 디지털화 수준을 제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생산성이 현재보다 25%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디지털전환은 건설업이 평균 6% 수준으로, 농업(10%)과 제조업(28%)에 크게 뒤처져 있다. 박도휘 삼정KPMG 수석연구원은 “공사 현장의 디지털화를 통해 근로자 안전과 환경 문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