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기술적 지표 → '랠리 지속', 펀더멘털은 아직?
15일(현지 시각) 중국에서 나온 7월 경제 지표가 줄줄이 예상치를 대폭 밑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월 소매 판매는 지난해 동기보다 2.7% 증가해 시장 예상(5% 증가)과 6월(3.1% 증가) 수치를 대폭 하회했으며, 산업생산은 3.8%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예상(4.5% 증가)을 밑돌았습니다. 또 1~7월 도시 고정자산투자(FAI)는 5.7% 증가해 예상(6.2% 증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경제가 예상보다 더 부진해지자, 인민은행은 갑작스러운 금리 인하를 발표했습니다. 1년 만기 중기유동성 지원창구(MLF) 금리를 지난 1월 이후 처음 기존 2.85%에서 2.75%로 떨어뜨렸고, 7일 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도 2.10%에서 2%로 내렸습니다. 그만큼 중국 경제의 부진이 심각하다는 방증입니다.

중국 경제의 하락은 미국 경제에도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를 가속해 미국에도 영향을 줄 터이니까요.

이날 미국에서 나온 경제 지표들도 하나같이 좋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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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30분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하는 8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뉴욕주의 제조업 경기)는 신규 주문과 출하량이 급감해 42포인트 하락한 마이너스 31.3으로 떨어졌습니다.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또 2001년 7월 시작된 설문조사 역사상 두 번째 낮은 수치이며, 하락 폭으로도 두 번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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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발표된 전미 주택사업자협회(NAHB)의 8월 주택시장 지수(예비치)는 전달보다 6포인트 떨어진 49를 기록해 위축 국면으로 떨어졌습니다. 8개월 연속 하락해 2020년 5월 이후 최저로 낮아진 것입니다. 예상치는 55였습니다. 로버트 디에츠 NAH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정책과 지속해서 오르고 있는 건설 비용이 주택 경기 침체를 가져왔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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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지표가 나온 뒤 미국 채권 시장에서는 국채 금리가 하락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5.2bp 내린 2.787%, 2년물 금리는 7.8bp 떨어진 3.178%에 거래됐습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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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는 -0.15~-0.46%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6월 중순부터 거침없이 올라온 시장의 힘은 정말 강했습니다. 오전 10시께 잠시 흔들리던 주요 지수는 오전 11시 30분이 지나자 플러스권으로 전화했습니다. 그리고 상승세를 가속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45%, S&P500 지수는 0.40%, 나스닥은 0.62%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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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 덕분입니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즉각 국제 유가의 폭락을 불렀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2.9% 떨어진 89.41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장중 한때 6% 가까이 급락해 배럴당 87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초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3% 떨어진 95.18달러에 거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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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안다의 크레이스 얼럼 전략가는 "중국의 수치는 정말 걱정스럽다. 여전히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게 가장 부정적"이라면서 "코로나 감염 사례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유가에 대한 하방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미국과 이란 사이에 핵 협상이 타결되면 당분간 유가는 세 자릿수와 작별을 고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유가를 급락시킨 요인은 중국 경기 둔화뿐 아니라 이란 핵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우리는 세 가지 문제에 대해 미국과 메시지를 교환했고,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그들에게 알렸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얼럼 전략가는 "합의가 이뤄질지는 합의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만, 타결된다면 유가가 90달러 아래로 하락해서 거기에 머물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유가가 배럴당 6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온 씨티의 에드 모스 원자재 전략가는 "암울한 거시 경제 전망으로 인해 유가는 계속해서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80~85달러 선에 거래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멕시코만의 허리케인 등 상승 위험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유럽 중국 등의 글로벌 경기 둔화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가가 계속 떨어져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지속해서 하락할 것입니다. 그러면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필요성도 점점 감소하겠지요. 경기 침체의 우려도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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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에서도 인플레이션이 꺾어지는 모습이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지불 가격은 전달보다 9포인트 하락한 55.5로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사실 지난 7월에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의 지불 가격이 가장 먼저 인플레이션 하락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각 지역 연방은행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고 결국 소비자물가(CPI), 생산자물가(PPI)에서 최종적으로 물가 상승률 하락이 확인됐습니다. 그런 흐름이 8월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헤드는 "인플레이션의 정점이 우리 뒤에 있다는 사인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는 Fed의 매파적 정점이 우리 뒤에 있고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힘을 실어준다. 우리는 현재 위험 선호도의 상승세가 정당화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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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소재 업종을 제외하고 모든 업종이 오르는 광범위한 랠리가 벌어졌습니다. 테슬라 포드 맥도널드 스타벅스 등 각 업종의 대표 주식들이 상당 폭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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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월가에선 경고의 목소리가 더 큽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반등이 지나치다"라고 밝혔습니다. 거시경제적 측면, 통화 정책적 측면, 그리고 기업 실적의 측면 모두에서 주식에 불리한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위험/보상도 더 매력적이지 않으며 향후 몇 개월 동안의 실망스러운 기업 이익은 증시의 다음 하락을 촉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속적이고 더 높은 임금 비용과 한계에 다다른 소비자 가격 책정의 조합은 마진 압력을 뜻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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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은 "팬데믹 기간 서비스에서 상품으로 이동했던 소비자 지출이 이제 서비스로 돌아가면서 상품 수요가 약화하고 있다"라며 "유통업체에서 반도체 회사에 이르기까지 재고 과잉이 그 증거"라고 밝혔습니다. 블랙록은 "이런 변화는 주식에 타격을 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S&P500 기업의 이익의 62%는 상품과 관련되어 있지만, 서비스 관련 이익은 38%에 그친다는 겁니다. 블랙록은 "금융과 에너지 부분을 제외하면 S&P500 기업의 이익 성장은 본질적으로 중단된 것으로 추정된다"라면서 "현재 월가의 기대치도 여전히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블랙록은 "시장이 예상보다 낮은 CPI로 인해 상승했지만 우리는 이번 반등을 쫓아갈 추적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Fed의 비둘기파적 전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시기상조이다 △기업 실적에 대한 시장 시각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다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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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는 9월부터 감축액 상한이 두 배로 늘어나는 Fed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주가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Fed의 채권 매매와 S&P500 수익률 사이의 역사적 관계를 살펴보면, 2023년까지 양적 긴축(QT)이 현 수준에서 S&P500 지수의 7% 하락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기술적 지표 → '랠리 지속', 펀더멘털은 아직?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 지수 선물의 순매도 포지션(주요 지수에 대한 하락 베팅의 척도)은 지난주 다시 증가했으며 2020년 6월 이후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빅숏' 마이클 버리는 지난 2분기 말까지 메타, 알파벳 등 모든 보유 주식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기술적 지표 → '랠리 지속', 펀더멘털은 아직?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상승장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에 따르면 지금은 기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타이밍입니다. 단기 기술적 지표 세 가지를 보면 강력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첫 번째가 10대 1 상승일(10:1 up day), 즉 오른 주식이 내린 주식의 10배에 달한 날인데, 6월 저점에서 반등하기 시작한 뒤 벌써 사흘이 나왔습니다. 첫 번째는 7월 19일이었고 세 번째가 지난주 CPI가 발표됐던 8월 10일입니다. 두 번째 단기 지표는 20일 신고가 종목 수(20 day highs), 세 번째는 10일 상승/하락 종목 비율(10 day advance/10 day decline ratio)인데, 모두 네드데이비스의 단기 상승장 판별을 위한 기준선을 넘었습니다. 에드 클리솔드 수석 전략가는 "세 가지 기술적 지표가 기준을 넘었다는 것은 단기적 상승세가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기술적 지표 → '랠리 지속', 펀더멘털은 아직?
이게 지속가능한 랠리가 되려면 중기 기술적 지표도 기준을 넘어야 합니다. 즉 5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한 주식이 90%가 넘는 게 중요한데, 지난 금요일로 89%가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이 신호는 약세장 바닥에서 중앙값으로 1.8개월 뒤 나타났는데, 6월 16일을 기준으로 하면 그게 지난 8월 11일입니다. 또 평균적으로는 2.7개월이었는데 이는 9월 6일을 가리킵니다. 즉 오는 9월 6일까지 앞으로 약 20일 사이에 50일 이동평균선을 넘는 주식이 90%를 넘게 된다면 중기적 지표로도 바닥을 탈출한다는 것이죠. 1970년 이후 약세장에서 이런 중기 신호가 발생했던 때는 모두 16번이 있었습니다. 그중 12번 진짜로 바닥을 벗어나 강세장이 시작됐었습니다. 다만 1978년, 1987년, 1998년, 2001년에는 그렇지 못했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기술적 지표 → '랠리 지속', 펀더멘털은 아직?
클리솔드 전략가는 "기술적으로 상승장 전환이 완전하게 확인되려면 장기 상승장 전환을 알리는 기술적 지표, 즉 200일 이동평균선을 넘는 주식이 전체의 61%에 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건 아직 42% 수준입니다. 장기 상승장 전환은 아직 기술적으로 확인될 단계는 아닌 셈입니다. 물론 S&P500 지수의 200일 이동평균선(4327) 돌파는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클리솔드 전략가는 "지금은 강세장을 가르치는 기술적 지표와 거시경제적 걱정 간의 차이가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클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CPI도 변동성이 덜한 절사 평균 CPI(trimmed mean CPI)의 경우 여전히 상승하고 있고, 가장 금리에 민감한 주택시장 관련 지표는 계속 약세를 보이며, 기업 실적도 향후 몇 분기 둔화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핵심은 기술적 요인이 펀드멘털을 이끈다는 것"이라며 "경제가 침체에 빠지거나 시장이 새로운 저점을 만들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거시적 우려로 인해 기술적 요인을 무시하는 것은 시장의 역사를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시장 전망은 그대로 유지한다"라며 "저점에 대한 또 다른 테스트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6월 중순 저점에서 강한 반등에 힘입어 우리는 고무되었다. 주식 밸류에이션은 최근 몇 주 동안 약간 상승했지만, 연초 수준에 훨씬 못 미치며 많은 부정적 뉴스와 불확실성이 이미 할인되었음을 시사한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Fed의 목표응 훨씬 웃돌고 있어 금리 인상은 계속될 것이지만, 최근의 공격적 인상 속도는 향후 회의에서 완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