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30년] ② 나빠진 양국 국민감정…"어떻든 많이 만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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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갈등·한한령 계기로 악화…'송송커플' 신드롬서 급반전
전문가 "미중 전략경쟁 가속화가 구조적 원인" 진단
"경험 쌓여야 우호감정 생겨…대학도 교류프로그램 확대해야" "인터넷상에서 젊은 세대 사이에 한국과 중국의 불신이 심하다.
중국을 '중공'이라고 부르고 한국을 '남조선'이라고 부를 정도로 악화해 있다.
개선 없이는 한중관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까 싶다.
"
윤석열 정부 초대 주중대사로 부임한 정재호 대사가 지난 5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꺼낸 말이다.
그의 문제의식은 여론조사 수치로도 뒷받침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7월 15~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한국 주변 5개국(미국·북한·일본·중국·러시아)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중국(23.9점)은 북한(29.4점)과 일본(29.0점)보다 한참 낮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23.3점)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20대 이하(10점)와 30대(17.5점) 등 젊은 층일수록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낮다.
중국에선 특정 국가에 대한 공식적인 호감도 조사가 금지돼 있어 객관적 수치를 알 수 없다.
대신 민심이 표출되는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를 들여다보면 짐작이 간다.
중국과 갈등을 빚는 사안에서 한국을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처럼 중국과 관련 없는 한국 소식에도 "중국의 70년대 수준" 등 한국을 비하하는 반응들이 많다.
"중국이 일본보다 더 싫다"(28세 서울 거주 윤모씨), "일본도 싫지만 한국은 더 싫다"(20대 중국인 류모씨)는 정서인 셈이다.
국민감정으로 따지면 한중 수교 30주년이 무색할 정도다.
중국에서 한류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크게 흥행하며 주인공 송혜교, 송중기가 '송송커플' 신드롬을 일으켰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2016~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이에 맞선 중국의 한한령(限韓令)과 경제 제재가 결정적 계기였다.
이런 흐름은 최근 벌어진 김치와 한복 종주국 갈등까지 이어지며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다만 미중 관계가 협력에서 전략경쟁 관계로 변화한 구조적 원인이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오바마 행정부와 시진핑 집권 체제에 들어서면서 미중관계가 점차 전략적 경쟁 관계로 전환됐고, 그 와중에 사드 사태가 있었다"며 "트럼프 행정부 시기 양국이 더 노골적으로 전략적 경쟁자가 됐고, 한미동맹체제를 외교, 안보, 경제, 정치의 근간으로 삼던 한국에는 중국이 대단히 불편한 존재로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중요한 점은 국민감정 악화가 매우 밀접한 경제 관계를 가진 양국 모두에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대목이다.
중국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별 수출·수입액에서 모두 1위다.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25%에 달한다.
홍콩을 포함하면 30%에 이른다.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거론되는 유럽 수출 의존도는 10% 수준에 머문다.
전문가들은 악화한 양국 간 국민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선 코로나19로 막힌 인적·문화적 교류를 재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 원장은 "양국 민간에 우호적인 감정이 생겨나려면 무조건 많이 만나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면서 "양국 국민이 개인적으로 만나고 교류를 해야지 막연히 추상적인 개념으로 다가가선 애틋한 정이 생길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 장벽이 하루빨리 제거돼야 하고, 그 이후 양국 간 비자 면제 등 보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양국관계에서 정치외교적인 요소가 문화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도 "청년 세대에서 특히 심각한 국민감정 악화를 해소하려면 오프라인에서 교류가 많아야 한다"며 "대학에서도 청년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해 상호 교류를 늘리면 확실히 그 국가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의 역할도 얘기했다.
그는 "사소한 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서 떠도는 루머를 확실하게 팩트 체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김치 논쟁을 예로 들면 '김치공정'이라고 자극적으로 보도할 것이 아니라 김치와 파오차이가 서로 다른 음식이라는 점을 알리며 오해를 풀어주는 역할을 언론이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5∼11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현대미술특별전'을 기획한 김선현 연세대 교수는 "사드 갈등 이후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양국 교류가 단절돼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며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에서 여러 행사가 열리고 있다.
양국 국민이 열린 마음으로 이런 행사에 참여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문가 "미중 전략경쟁 가속화가 구조적 원인" 진단
"경험 쌓여야 우호감정 생겨…대학도 교류프로그램 확대해야" "인터넷상에서 젊은 세대 사이에 한국과 중국의 불신이 심하다.
중국을 '중공'이라고 부르고 한국을 '남조선'이라고 부를 정도로 악화해 있다.
개선 없이는 한중관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까 싶다.
"
윤석열 정부 초대 주중대사로 부임한 정재호 대사가 지난 5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꺼낸 말이다.
그의 문제의식은 여론조사 수치로도 뒷받침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7월 15~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한국 주변 5개국(미국·북한·일본·중국·러시아)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중국(23.9점)은 북한(29.4점)과 일본(29.0점)보다 한참 낮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23.3점)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20대 이하(10점)와 30대(17.5점) 등 젊은 층일수록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낮다.
중국에선 특정 국가에 대한 공식적인 호감도 조사가 금지돼 있어 객관적 수치를 알 수 없다.
대신 민심이 표출되는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를 들여다보면 짐작이 간다.
중국과 갈등을 빚는 사안에서 한국을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처럼 중국과 관련 없는 한국 소식에도 "중국의 70년대 수준" 등 한국을 비하하는 반응들이 많다.
"중국이 일본보다 더 싫다"(28세 서울 거주 윤모씨), "일본도 싫지만 한국은 더 싫다"(20대 중국인 류모씨)는 정서인 셈이다.
국민감정으로 따지면 한중 수교 30주년이 무색할 정도다.
중국에서 한류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크게 흥행하며 주인공 송혜교, 송중기가 '송송커플' 신드롬을 일으켰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2016~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이에 맞선 중국의 한한령(限韓令)과 경제 제재가 결정적 계기였다.
이런 흐름은 최근 벌어진 김치와 한복 종주국 갈등까지 이어지며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다만 미중 관계가 협력에서 전략경쟁 관계로 변화한 구조적 원인이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오바마 행정부와 시진핑 집권 체제에 들어서면서 미중관계가 점차 전략적 경쟁 관계로 전환됐고, 그 와중에 사드 사태가 있었다"며 "트럼프 행정부 시기 양국이 더 노골적으로 전략적 경쟁자가 됐고, 한미동맹체제를 외교, 안보, 경제, 정치의 근간으로 삼던 한국에는 중국이 대단히 불편한 존재로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중요한 점은 국민감정 악화가 매우 밀접한 경제 관계를 가진 양국 모두에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대목이다.
중국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별 수출·수입액에서 모두 1위다.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25%에 달한다.
홍콩을 포함하면 30%에 이른다.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거론되는 유럽 수출 의존도는 10% 수준에 머문다.
전문가들은 악화한 양국 간 국민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선 코로나19로 막힌 인적·문화적 교류를 재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 원장은 "양국 민간에 우호적인 감정이 생겨나려면 무조건 많이 만나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면서 "양국 국민이 개인적으로 만나고 교류를 해야지 막연히 추상적인 개념으로 다가가선 애틋한 정이 생길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 장벽이 하루빨리 제거돼야 하고, 그 이후 양국 간 비자 면제 등 보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양국관계에서 정치외교적인 요소가 문화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도 "청년 세대에서 특히 심각한 국민감정 악화를 해소하려면 오프라인에서 교류가 많아야 한다"며 "대학에서도 청년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해 상호 교류를 늘리면 확실히 그 국가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의 역할도 얘기했다.
그는 "사소한 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서 떠도는 루머를 확실하게 팩트 체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김치 논쟁을 예로 들면 '김치공정'이라고 자극적으로 보도할 것이 아니라 김치와 파오차이가 서로 다른 음식이라는 점을 알리며 오해를 풀어주는 역할을 언론이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5∼11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현대미술특별전'을 기획한 김선현 연세대 교수는 "사드 갈등 이후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양국 교류가 단절돼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며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에서 여러 행사가 열리고 있다.
양국 국민이 열린 마음으로 이런 행사에 참여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