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이 투자한 미국 에이서 테러퓨틱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ACER-001’(성분명 소듐 페닐 부티레이트)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단풍시럽뇨병(MSUD) 치료제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에이서는 ACER-001을 스위스 릴리프 테라퓨틱스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EU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환자를 만성적으로 쇠약하게 하는 희귀 질환에 대한 치료 및 예방 의약품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지정 시 최대 10년간 EU 시장 독점이 가능하다. 또 유럽의약품청(EMA) 신약허가 신청 수수료 면제, 연구 공정(프로토콜)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ACER-001은 2014년 MSUD에 대해 미국에서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MSUD는 ‘BCAA’라 총칭하는 3가지 필수 아미노산(류신, 발린, 이소류신)의 대사 장애로 발생하는 유전성 대사 질환이다. 이들 아미노산의 혈중 농도가 높아져 땀과 소변, 귀지 등에서 단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어린이의 발달 지연 및 발작, 인지적 어려움 등을 유발한다.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용화된 MSUD 치료제는 없다. BCAA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단백질 제한 식이요법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에이서는 지난달 28일 FDA에 ACER-001의 MSUD 임상 2a상을 신청했다. 에이서는 이번 임상에서 치료 효과가 있는 적정 ACER-001 투여량을 확인할 예정이다.

아드리안 쿼텔 에이서 최고의료책임자(CMO)는 “미국 및 이번 EU의 희귀의약품 지정은 긴급하게 MSUD 치료제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재 유일한 MSUD 치료법은 단백질 제한 식이요법 뿐이기 때문에 여전히 생명을 위협하는 광범위한 합병증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에이서는 ACER-001을 요소회로질환(UCD)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 UCD는 질소가 체내에 축적돼 암모니아 상태로 잔류하면서 뇌에 영향을 줘, 뇌손상이나 혼수상태를 유발하는 희귀 대사질환이다. 역시 심각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회사는 ACER-001에 대해 지난달 FDA에 UCD 치료제로 품목허가(NDA)를 재신청했다. FDA는 이를 수락하고 전문의약품 허가신청자 비용부담법(PDUFA)에 따른 심사 기한을 내년 1월15일로 지정했다.

에이서는 지난해 FDA에 UCD 치료제로 ACER-001의 NDA를 신청했으나 지난달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했다. 제3자 계약 포장 제조업체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게 FDA가 밝힌 CRL 발송 이유였다. 회사는 이번 NDA 재신청과 함께 포장 제조업체가 검사를 받을 준비가 됐음을 FDA에 통지했다.

부광약품은 올 3월 말 기준 에이서 지분 3.81%를 보유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2015~2016년 2년에 걸쳐 총 400만달러(약 50억원)를 에이서에 투자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