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아카데미 휩쓴 만 20세 글로벌 팝스타
화려한 레이저·무대영상으로 분위기 돋궈
2018년 이어 두 번째 방한…광복절 맞아 태극기 펼쳐
미국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20)는 노래만 놓고 보면 둘 다 아니다. 단순한 비트와 몽환적이고 속삭이는 듯한 음색으로 인기를 얻은 가수여서다. 대중에게 빌리 아일리시를 알린 '배드 가이(Bad Guy)'도 특유의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곡이다.
지난 1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6 빌리 아일리시'는 이런 편견을 단숨에 깬 공연이었다. 빌리 아일리시의 노련한 호응 유도, 화려한 무대영상과 레이저로 이날 무대는 마치 EDM(전자음악) 축제를 방불케했다. "오늘만큼은 마음껏 소리지르고, 뛰고, 춤춰달라"는 빌리 아일리시의 말에 1층은 물론 2층 지정석에 앉아있던 관객까지 일어나 발을 굴렀다.
30m 무대 뛰어다니며 관객들과 소통
이날 빌리 아일리시를 보러 공연장을 찾은 관객은 2만 여명. 공연 시작 전부터 세차게 내린 비도 이들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빌리 아일리시의 공연은 2018년 8월 이후 4년 만이다. 티켓 예매가 20분 만에 마감됐을 정도로 관객들의 기대가 컸다.2015년 데뷔한 빌리 아일리시는 빌보드 1위를 비롯해 그래미 어워즈,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평정한 세계적인 팝스타다. 특유의 우울하고 몽환적인 곡으로 미국 Z세대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실제 빌리 아일리시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 자신이 겪었던 병을 솔직하게 내보이면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미국 10대들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첫 곡인 '베리 어 프렌드(Bury a Friend)'부터 빌리 아일리시는 길이 30m가량의 무대를 뛰어다니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원래는 비교적 잔잔한 노래지만 드럼과 비트를 극대화해 고척돔을 가득 채웠다. 지난해 7월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 수록곡 '데어포어 아이 엠(Therefore I Am)'을 부를 땐 무대 위에 엎드려 관능적인 안무를 선보이기도 했다.
레이저를 통해 곡의 분위기를 돋구기도 했다. 전체 24곡 중 레이저를 전면적으로 활용한 곡은 총 5곡. '엔디에이(NDA)'에선 기타 리듬에 맞춰 레이저가 하나씩 켜졌다. '골드 윙(Gold Wing)을 부를 땐 노란색 레이저가 무대 위 빌리 아일리시를 동그랗게 감쌌다.
무대서 태극기 펼친 빌리 아일리시
무대영상도 한몫했다. 첫곡 '베리 어 프렌드'에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사람이 빠르게 다가오는 듯한 영상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했고, '빌리 보사노바(Billie Bossa Nova)'에선 춤을 추는 남녀의 다리를 클로즈업한 영상으로 관능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게팅 올더(Getting Older)'를 부를 땐 빌리 아일리시의 어릴 적 모습을 찍은 홈비디오가 나오기도 했다.빌리 아일리시의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강렬한 비트의 몽환적인 곡 이외에도 가창력을 보여줄 수 있는 어쿠스틱한 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이 돈트 워너 비 유 애니 모어(IDWBYA)', '더 써티스(The 30th)' 등을 부를 땐 관객들도 핸드폰 불빛을 흔들며 노래를 감상했다. '로스트 커즈(Lost Cause)'에선 한 관객이 태극기를 무대로 던지자, 빌리 아일리시가 태극기를 들어 펼쳐보이기도 했다.
빌리 아일리시는 연신 관객을 향해 "사랑한다, 고맙다"를 외쳤다. 그는 "4년 전 오늘 여기서 콘서트를 했는데, 다시 오게 돼 너무 기쁘고 고맙다"고 했다. 마지막 곡 '굿바이(Goodbye)'를 부르고 나서도 관객들을 향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 서울! 굿나잇!"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