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도 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 상장지수펀드(ETF)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지 한달가량이 지났지만, 예상보다 거래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중국 투자자들의 홍콩 ETF 투자가 훨씬 활발하게 일어났다.

16일 홍콩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이달 9일까지 홍콩을 통한 중국 본토 83개 ETF의 거래금액은 5억2300만 위안(약 1005억원)이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4일 83개 ETF에 대해 중국-홍콩 교차거래를 허용했다. 미국·한국 등의 외국인 투자자도 홍콩을 통해 중국 ETF 직접 투자를 할 수 있게 한 셈이다. 본토 ETF 시장을 어느정도 개방해 해외 자본 유입을 더욱 활발히 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 미국 등의 투자자들은 이미 자국 ETF를 통해 중국 본토에 간접 투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또 중국 본토 ETF 구성 기업들에 대한 정보비대칭성이 여전해 직접 투자에 나서는 해외투자자들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거꾸로 중국 투자자들의 홍콩 ETF 투자는 활발히 일어났다. 중국 정부는 ETF 문호를 개방하면서도 외자유출을 막기위해 중국 본토투자자가 살 수 있는 홍콩 ETF를 단 4개로 제한했다. 하지만 중국 본토 투자자의 4개 ETF에 대한 거래금액만 지난 한달간 58억5000만 홍콩달러(약 9771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투자자들의 홍콩 상장 ETF 직접투자 수요가 예상보다 컸다는 해석이다.

특히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홍콩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 기업 ETF에 대한 관심이 컸다. 4개 ETF중 가장 점유율이 높은건 'CSOP 항셍테크 인덱스' ETF였다. 알리바바·텐센트·메이투안 등의 빅테크 기업들을 담고 있는 ETF로 자금 순유입 기준 60% 이상이 이 상품에 투자됐다.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ETF, '홍콩 트랙커펀드' ETF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