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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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사업이 금융을 넘어 비금융 분야에서도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 먹거리로 '헬스케어' 분야가 꼽히고 있다. 공공 의료 분야에 축적된 양질의 데이터에 민간 기업의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하면 혁신적 헬스케어 서비스가 개발될 것이란 기대가 일고 있어서다.

한국은 아직 엄격한 규제 등에 건강과 관련한 정보를 활용하는 데 제한이 큰 편이다. 건강 및 보건 관련 마이데이터의 민간 활용을 정착시킨 덴마크는 보건 데이터청을 통해 인구 전체의 질병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연구자가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단, 특정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얻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연구 목적을 명시해야 한다. 열람이 허가되면 다양한 데이터를 열람하고 분석할 수 있다.

반면 국내는 환자의 진료 기록을 포함한 개인 의료 정보를 매우 민감한 데이터로 분류해 공개와 활용에 제한을 두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고, 정보에 대한 이용자들의 자기 결정권 행사를 위해서는 개방적 데이터 생태계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바이오 디지털헬스 중심 국가 도약하자"

정부는 국정과제로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 국가 도약’을 선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열린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여러 곳에 분산된 개인 의료 데이터를 통합하는 ‘마이 헬스웨이’를 내년 초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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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의료 플랫폼 기업과 연계해 일상 속에서 폭넓게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 개발과 정밀 의료 연구개발의 핵심 인프라를 위한 100만 명의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에도 나선다. 이 같은 정부의 다각적 노력은 산업 활성화로 연결될 것으로 관측된다.

마이데이터 생태계 기반 조성을 약속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공공 의료 체계는 세계적으로도 모범 사례로 꼽힐 만큼 선진 시스템을 자랑한다. 건강 데이터는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축적돼 있다.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은 92%에 달해 세계 1위 수준을 자랑한다. 업계는 이런 데이터가 개방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의료정보학회는 병원이 이 같은 보건의료 데이터를 얼마나 개방하고 활용하는지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보건의료 데이터 개방’ 평가지수를 개발하기도 했다.
사진=대한의료정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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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보리더스포럼과 함께 개발한 평가 지수는 데이터의 △개방 거버넌스 △개방 환경 구축 △개방 현황 △품질 관리 △보안 관리 총 5개 영역에서 9개 상위 지표와 18개 세부 지표로 구성돼 있다. 9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해 데이터 개방과 활용에 대한 성숙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민간 기업들이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 나서거나 헬스케어 전문 기업과의 협업, 양해각서(MOU) 체결 등도 활발하다.

뱅크샐러드 등 관련 서비스 속속 출시

기업들은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해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 뱅크샐러드가 대표적이다. 뱅크샐러드는 ‘유전자 검사’ 및 ‘내 발병률 미리 보기’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건강 데이터에 대한 이용자 경험을 확대하고, 개개인의 통합 건강 관리 및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대중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뱅크샐러드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는 국내 1위 유전자 분석 업체 마크로젠과 협업해 내놓은 서비스다. 지난해 말 출시 이후 서비스 신청 평균 경쟁률이 30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현재까지 서비스 누적 신청자는 22만 명 이상이다. 유전자 검사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뱅크샐러드
사진=뱅크샐러드
‘내 발병률 미리보기 서비스’는 인공지능 기반 의료사업체 셀바스AI와 협업해 선보였다. 사용자의 개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뇌졸중, 당뇨병, 심장병, 치매, 위암, 대장암, 간암, 폐암, 전립선암(남성), 유방암(여성) 등 총 10가지 주요 질병에 대한 통계적 발병 가능성을 예측한다. 건강검진 기록과 사용자의 연령, 성별, 가족력 항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질병별 평균 의료비, 또래와 비교 등 질병 관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여기에 고객이 가입한 보장 보험을 적용할 경우 얼마나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분석·제공한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과 비금융 이종 데이터를 융합한 새로운 마이데이터 모델을 제시하는 서비스"라고 했다.

헬스테크 기업 헥토헬스케어는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 ‘또박케어’를 출시했다. 건강 데이터, AI 알고리즘 분석으로 현재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일상 속 건강 습관을 기록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루 걸음 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간·월간 평균 걸음 수와 이동거리 통계, 목표 걸음 달성 현황 등을 보여준다. AI 음식인식 카메라로 식단을 촬영하면 자동으로 칼로리 계산도 도와준다.

금융업계도 헬스케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KB손해보험은 KB헬스케어 설립 승인을 얻은 후 서비스 개시에 나섰다. 헬스케어 서비스 ‘KB 오케어’를 시범 출시하고, 업계 최초로 한국웰케어산업협회와 빅데이터 판매 계약을 맺었다. 건강 데이터 활용을 본격화하는 움직임이다.

헬스케어 강국 위한 '실험적 마인드' 필요

공공과 민간의 노력에도 아직 디지털 헬스케어 강국을 향한 길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료법 제21조 또는 제21조 제2항에 따라 민간 기업에는 개인 진료 기록을 전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마련된 전자정부법 하위 조항인 '본인에 관한 행정정보의 제공 등에 관한 고시'에 정보 주체의 요구에 의해 제공할 수 있는 본인 정보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보유하고 있는 건강 관련 정보가 포함됐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를 정부가 운영하는 앱으로만 전송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열람할 수 있는 의료정보 또한 최대 120만 명의 진료 데이터로 제한하고 있다. 건강보험 진료 환자 중 약 3%만 선별해 비식별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등 의료데이터 활용에 소극적이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헬스케어·플랫폼 업계는 헬스케어 데이터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과 혁신의 기회가 있는데 이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감한 건강 데이터 활용에 심사숙고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폐쇄적인 데이터 개방 정책 때문에 서비스 경쟁력이 저하되고 혁신 성장이 가로막히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플랫폼들의 혁신적 기술을 활용한 중개 시스템을 중심으로 제도와 인프라를 마련하는 방안도 대두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 혁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 공공기관 등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건강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개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이를 활용하고 융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이동성에 대한 보장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