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김안과병원 설립자 겸 이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김안과병원 집무실에서 60주년을 맞은 소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김희수 김안과병원 설립자 겸 이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김안과병원 집무실에서 60주년을 맞은 소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1962년 서울 영등포에서 작은 안과 의원으로 시작한 김안과병원이 올해 개원 60주년을 맞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안과 전문병원으로 성장해 ‘국민 안과’에 이어 ‘안과 사관학교’란 명성도 얻었다. 지난 12일 열린 6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대전에서 귀경한 김희수 김안과병원 설립자 겸 이사장을 이날 병원 내 집무실에서 만났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진료하는 김안과병원은 이날도 이른 시간이었지만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안과 인재 사관학교’로 자리매김

"60년전 시작한 김안과병원…2000만명 찾은 '국민 안과' 됐죠"
김 이사장은 “지난 60년간 다녀간 환자 수가 2000만 명을 넘었는데 계산해 보니 우리 국민 2.5명 중 한 명꼴로 김안과병원에서 진료받은 셈”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안과병원으로 자리잡은 만큼 글로벌 무대에서 세계적인 병원과 겨룰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안과병원은 최근 ‘안과의 표준을 만들어가는 김안과병원’을 새로운 비전으로 정했다. 의료진 및 직원은 물론 환자들까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 끝에 나온 목표다. 김 이사장은 “환자에게 꼭 필요하고 의료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병원이 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안과병원은 60주년을 기념해 김 이사장의 호(號)인 명곡(明谷)을 딴 ‘김안과병원 명곡 임상의학상’을 제정해 이달 중 수상한다. 대부분 의학상이 논문 중심으로 심사하는 데 비해 김안과병원은 환자를 치료하고 수술하는 등의 임상의학 기여도를 높이 평가할 예정이다.

그는 “1995년 안과 레지던트 수련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여태까지 김안과병원을 거쳐 간 안과의사가 줄잡아 220명이 넘을 만큼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며 “김안과병원 출신의 수많은 의사가 전국에서 활발하게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젠 해외 개발도상국 의사들이 김안과병원을 찾아 선진 의료기술을 배워간다고 했다.

‘환자 중심주의’로 차별화

병원의 시작은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에서 선진 의료기술을 배워온 김 이사장이 1962년 영등포에서 문을 연 작은 안과 의원이었다. 당시 영등포 지역엔 철공소가 즐비해 눈을 다쳐서 온 환자가 많았다. 당장 치료받지 못해 일을 못 하면 생계를 위협받을까봐 병원 문을 늘 열었다. 365일 연중무휴로 진료하는 ‘환자 중심주의’ 운영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진료과목 세분화·전문화, 세계 최초의 망막병원 설립, 안연구소 설립 등 파격 행보를 이어가며 기존 병원과 차별화했다. 김안과병원은 의료진 및 수술실, 병상, 외래환자 수, 수술 건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내 안과 최대 규모다.

현재 병원은 김 이사장의 둘째 딸인 김용란 대표원장 등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김 대표원장의 남편인 김성주 원장은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김안과 다솜병원’ 원장을 맡고 있다. 아들 김용하 씨는 최근 건양대 총장에 취임했고, 셋째 딸인 김용덕 교수는 건양사이버대 부총장을 맡고 있다. 병원 측은 “설립자의 정신을 후대로 이어가기 위해 가족이 전면에 나서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김안과병원은 환자들이 대를 이어 찾아올 만큼 신뢰받는 병원”이라며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는 게 의료진의 기본 도리”라고 했다.

올해 95세인 김 이사장은 스포츠댄스와 요가, 하모니카, 장구, 골프, 서예 등 취미생활만 열댓 개에 이를 만큼 정정하다. 최근엔 구순이 넘어서 배우기 시작한 그림과 글씨를 곁들여 인생의 지혜를 풀어낸 시화집 <나이를 먹어서야 시의 마음을 알게 되었네>를 출간했다.

그는 매일 오후 9시에 취침하고 오전 5시에 기상한다. 금연과 절주, 소식, 긍정적인 사고와 규칙적인 생활이 그가 꼽은 건강관리 비결이다.

■ 김희수 이사장은…

△1928년 충남 논산 출생
△1950년 연세대 의대 졸업
△1958년 미국 일리노이대 대학원 수료
△1962년 김안과의원 개원
△1980년 건양중 개교
△1983년 건양고 개교
△1990년 건양대 설립
△2000년 건양대병원 개원
△2001~2017년 건양대 총장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