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한동훈 장관이 꼭 해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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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제국' 영국을 '젊은 나라'로
극적 회춘시킨 이민개방정책
"우수 외국인들로 저출산 보완"
독일·프랑스·일본도 '수용 경쟁'
한국도 '이민청' 설립 서둘러야
이학영 논설고문
극적 회춘시킨 이민개방정책
"우수 외국인들로 저출산 보완"
독일·프랑스·일본도 '수용 경쟁'
한국도 '이민청' 설립 서둘러야
이학영 논설고문
1980년대 중반, ‘늙은 제국’ 영국의 속병이 심각한 단계로 깊어져 갔다. 쇠락해가던 경제가 마거릿 대처 총리의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숨통을 트기 시작했지만, 더 큰 위기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위기 앞에서 노(老)대국은 속수무책이었다. 1985년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비중이 15%에 달했다. 유럽에서 핀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늙은 나라였다.
그로부터 37년이 흐른 올해, 영국은 유럽에서 네 번째 젊은 나라로 탈바꿈했다. 유럽연합(EU) 평균보다 2%포인트 높았던 고령인구 비중이 오히려 2%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젊은 인구 확대는 영국 국민에게 대처의 자유주의 개혁보다 훨씬 더 큰 선물을 안겨줬다. 일해서 나라에 세금을 내는 젊은 인구가 많을수록 국가에는 활력이 높아진다. 그래야 고령 은퇴인구에게 연금을 줄 수 있고,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안전망도 유지할 수 있다.
영국이 어떤 마법을 부렸기에 이런 ‘인구 활력 회복’ 기적이 일어난 걸까. 비결은 간단하다. 과감한 이민 수용 정책을 편 것이다. 분야별 식견과 기술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외국인들에게 영주권은 물론 시민권을 제한 없이 주는 문호개방정책의 효과는 놀라웠다. 과거 추세대로라면 22%로 치솟았을 연금 수령 노인 인구 비중이 19%로 억제됐고, 세금 납부로 나라 곳간을 채워주는 경제활동인구가 25%가량 더 늘어났다.
흑인 등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원조 순혈주의 국가’로 꼽혔던 영국이 얼마나 극적으로 바뀌었는지는 최근 진행된 차기 총리 경선 과정이 단적으로 보여줬다. 사임을 발표한 보리스 존슨 총리 후임을 뽑는 보수당 당수 선거에서 본선에 오른 6명 가운데 3명이 인도와 아프리카 이민자 가정 출신인 ‘유색’ 영국인이었다. 기본소양을 갖춘 외국인을 국적과 피부, 종교에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야말로 시들어가던 영국에 활력을 되찾게 한 최고의 정책이었음이 여러모로 입증되고 있다.
그랬던 영국에 요즘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영국의 ‘회춘 비결’을 알아챈 독일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이 비슷한 정책을 채택하면서 유능한 외국인 수용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해외 이민을 계획하는 각국 전문 인력에게는 ‘국적 쇼핑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는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가 능력 있는 외국인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국가 매력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갤럽이 실시하는 ‘이민하고 싶은 나라’ 순위 조사에서 오랫동안 미국에 이어 2위를 지켰던 영국이 브렉시트(EU 탈퇴) 이후 캐나다와 독일에 밀려 4위로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7위로까지 하락하면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영국의 성취와 고민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교훈을 챙겨야 할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은 합계출산율(한 여자가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작년 기준 0.81명으로 세계 꼴찌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복합적인 거대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어제부터 ‘줄어드는 인구, 소멸하는 한국’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다.
문제는 역대 정부가 저출산·고령화를 막기 위한 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왔는데도 상황이 더 나빠져 왔다는 사실이다. 해결책을 근본에서부터 바꿔야 할 때가 됐다. 적극적인 해외 이민자 수용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될 상황이 된 지 오래다. 법무부가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민청’을 설립해 체계적인 이민 수용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순혈주의 울타리에 스스로를 가뒀던 이웃 나라 일본도 인구 감소 해법으로 적극적인 이민 수용에 나서기로 이미 결단을 내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월 17일 취임사에서부터 이민청 설립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배경일 것이다. “선진화된 이민법제와 시스템을 구축해 우리 사회와 지역 경제에 동력이 될 수 있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적재적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외국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한 그의 연설 내용에 이민청 설립이 시급한 이유가 잘 설명돼 있다.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최우선적으로, 한시라도 빨리 이뤄내기를 기대한다.
그로부터 37년이 흐른 올해, 영국은 유럽에서 네 번째 젊은 나라로 탈바꿈했다. 유럽연합(EU) 평균보다 2%포인트 높았던 고령인구 비중이 오히려 2%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젊은 인구 확대는 영국 국민에게 대처의 자유주의 개혁보다 훨씬 더 큰 선물을 안겨줬다. 일해서 나라에 세금을 내는 젊은 인구가 많을수록 국가에는 활력이 높아진다. 그래야 고령 은퇴인구에게 연금을 줄 수 있고,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안전망도 유지할 수 있다.
영국이 어떤 마법을 부렸기에 이런 ‘인구 활력 회복’ 기적이 일어난 걸까. 비결은 간단하다. 과감한 이민 수용 정책을 편 것이다. 분야별 식견과 기술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외국인들에게 영주권은 물론 시민권을 제한 없이 주는 문호개방정책의 효과는 놀라웠다. 과거 추세대로라면 22%로 치솟았을 연금 수령 노인 인구 비중이 19%로 억제됐고, 세금 납부로 나라 곳간을 채워주는 경제활동인구가 25%가량 더 늘어났다.
흑인 등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원조 순혈주의 국가’로 꼽혔던 영국이 얼마나 극적으로 바뀌었는지는 최근 진행된 차기 총리 경선 과정이 단적으로 보여줬다. 사임을 발표한 보리스 존슨 총리 후임을 뽑는 보수당 당수 선거에서 본선에 오른 6명 가운데 3명이 인도와 아프리카 이민자 가정 출신인 ‘유색’ 영국인이었다. 기본소양을 갖춘 외국인을 국적과 피부, 종교에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야말로 시들어가던 영국에 활력을 되찾게 한 최고의 정책이었음이 여러모로 입증되고 있다.
그랬던 영국에 요즘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영국의 ‘회춘 비결’을 알아챈 독일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이 비슷한 정책을 채택하면서 유능한 외국인 수용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해외 이민을 계획하는 각국 전문 인력에게는 ‘국적 쇼핑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는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가 능력 있는 외국인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국가 매력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갤럽이 실시하는 ‘이민하고 싶은 나라’ 순위 조사에서 오랫동안 미국에 이어 2위를 지켰던 영국이 브렉시트(EU 탈퇴) 이후 캐나다와 독일에 밀려 4위로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7위로까지 하락하면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영국의 성취와 고민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교훈을 챙겨야 할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은 합계출산율(한 여자가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작년 기준 0.81명으로 세계 꼴찌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복합적인 거대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어제부터 ‘줄어드는 인구, 소멸하는 한국’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다.
문제는 역대 정부가 저출산·고령화를 막기 위한 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왔는데도 상황이 더 나빠져 왔다는 사실이다. 해결책을 근본에서부터 바꿔야 할 때가 됐다. 적극적인 해외 이민자 수용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될 상황이 된 지 오래다. 법무부가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민청’을 설립해 체계적인 이민 수용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순혈주의 울타리에 스스로를 가뒀던 이웃 나라 일본도 인구 감소 해법으로 적극적인 이민 수용에 나서기로 이미 결단을 내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월 17일 취임사에서부터 이민청 설립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배경일 것이다. “선진화된 이민법제와 시스템을 구축해 우리 사회와 지역 경제에 동력이 될 수 있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적재적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외국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한 그의 연설 내용에 이민청 설립이 시급한 이유가 잘 설명돼 있다.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최우선적으로, 한시라도 빨리 이뤄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