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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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모든 사업장에 근로자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18일부터 시행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은 이를 어기면 최대 1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중소기업계는 “휴게시설을 설치할 여력이 없는 영세업체들이 대거 불법으로 내몰릴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7일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18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법에 따르면 전국 모든 사업장은 면적 6㎡, 높이 2.1m 이상의 휴게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상시근로자 20명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20억원 이상)이나 전화상담원 배달원 경비원 등 취약 직종 근로자가 2명 이상인 상시근로자 10명 이상 사업장은 위반 시 1000만~1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법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받는 사업장은 약 23만 개다. 이 중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사업장은 약 2만 개로 추산된다.

영세업체들은 울상이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서울은 임차료가 워낙 높아 영세업체들이 6㎡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과태료보다 임차료가 더 많이 들 판이라 법을 어기는 사업장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업체 "월세 공장에 일할 곳도 좁은데, 휴게시설이라니…"
최소면적 6㎡…"임대료 비싸", 50인 미만은 과태료 1년 유예

영세 사업장들은 당장 18일부터 시행되는 근로자 휴게시설 의무화(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해 “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사업장 내 공용 공간을 축소하는 추세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적용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17일 “영세 업체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사업장은 과태료 부과를 내년 8월 18일까지 1년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오는 10월 31일까지 특별지도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기간에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개선 계획서 제출을 요구하고 시정 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업체가 이를 거부하면 즉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 휴게시설 전담 감독관을 지정해 집중 점검에 나선다. 과태료 부과액도 위반 횟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1차 위반 시 과태료 50만원, 2차는 250만원, 3차는 500만원을 부과하는 식이다.

영세업체의 사정을 감안해 산업단지 등에 있는 20인 미만 사업장이 모여 공동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허용한다. 다만 전체 바닥면적은 기업당 평균 6㎡ 이상이어야 한다. 이외에 휴게시설 설치, 설비·비품 구매비용으로 223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중소기업계는 법 적용을 더욱 완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이대로 강행하면 법을 어기는 사업장이 속출할 것”이라며 “과태료 부과 대상을 축소하고 공동 휴게시설 설치 대상을 확대하는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23억원의 지원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개정 산안법은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