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하르츠 개혁 언급하며…尹 "4차 산업혁명 맞게 노동법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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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노동·교육개혁 초당적 추진
"정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사안 아냐
이해 관계자 의견 세세히 수렴할 것"
만5세 취학 거센 반발 '의식' 한 듯
노동현장 불법행위 원인 철저 분석
하청·원청 '이중 임금구조' 에둘러 지적
평소 강성 귀족노조 비판 발언은 빠져
눈치 살피다 개혁의지 후퇴할라 우려
"정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사안 아냐
이해 관계자 의견 세세히 수렴할 것"
만5세 취학 거센 반발 '의식' 한 듯
노동현장 불법행위 원인 철저 분석
하청·원청 '이중 임금구조' 에둘러 지적
평소 강성 귀족노조 비판 발언은 빠져
눈치 살피다 개혁의지 후퇴할라 우려
“정부가 어떤 방향을 갖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연금·노동·교육개혁 등 새 정부의 3대 개혁 과제에 대해 밝힌 입장이다. 노동개혁에 대해선 “(고용과 해고가 어려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면서, 사회 안전망도 함께 보강하겠다”고 약속했다. 학제 개편 등과 같은 민감한 제도개혁이 정권 초 좌초되자, ‘국민 눈높이’에 맞춰 신중하게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날 발언은 3대 구조 개혁과제를 처음 꺼내들었던 지난 5월 국회 시정연설과 비교해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은 당시 3대 과제를 거론하면서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정치권을 몰아세웠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만 5세 취학이나 주 52시간 근로제도 개편 등 아주 초보적인 단계의 노동,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이해관계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며 “지지율이 낮은 현 상황에선 민감한 제도 개편에 대해선 국민 여론을 살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산업 현장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한다는 정부 입장이 중요하다”면서도 “분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가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청과 하청 근로자가 같은 일을 하면서도 하청 근로자가 지나치게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경제계에선 민주노총뿐 아니라 한국노총까지 거세게 반발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실제 추진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 필요성을 외치지만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노동경제학자는 “새 정부의 노동 정책은 법과 원칙 대응과 임금·근로시간제 개선 등 두 가지”라며 “산업구조에 맞게 노동시장을 개혁하려면 노동 관련법을 대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좌동욱/백승현 기자 leftking@hankyung.com
○3대 개혁 추진 시 여론 반영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국정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의 뜻”이라며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했다. 인사 등 정무적 사안뿐 아니라 정부 개혁 과제를 설명할 때도 ‘여론’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 등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도 필요하면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 “교육개혁,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 3대 개혁은 정부가 어떤 방향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여론을 세세하게 파악해 실증자료도 많이 생산해내고 거기에 터를 잡아 초당적으로, 초정파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덧붙였다.이날 발언은 3대 구조 개혁과제를 처음 꺼내들었던 지난 5월 국회 시정연설과 비교해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은 당시 3대 과제를 거론하면서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정치권을 몰아세웠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만 5세 취학이나 주 52시간 근로제도 개편 등 아주 초보적인 단계의 노동,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이해관계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며 “지지율이 낮은 현 상황에선 민감한 제도 개편에 대해선 국민 여론을 살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개혁 발언 수위도 달라져
노동개혁에 대한 발언 수위도 달라지고 있다. 우선 대선 때 강조했던 “강성 귀족 노조를 개혁하겠다”는 발언은 ‘쏙’ 들어갔다. 불법파업을 엄단한다는 입장은 그대로지만, 원·하청 이중 임금구조 개선 등 노동계 측 입장을 함께 얘기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사회를 본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이것으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마치겠다”며 마무리 발언을 하는 도중 ‘잠깐만’이라며 말을 끊고 노동 현안에 대한 답변을 이어갔다. 대우조선해양 등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답변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 따로 부연 설명을 한 것이다.윤 대통령은 “산업 현장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한다는 정부 입장이 중요하다”면서도 “분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가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청과 하청 근로자가 같은 일을 하면서도 하청 근로자가 지나치게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독일식 하르츠 개혁 추진할 듯
노동 개혁의 방향에 대해선 2002년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롤모델로 삼겠다는 의사도 비쳤다. 윤 대통령은 “지금의 노동법 체계는 과거 2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법체계”라며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산업구조하에서는 적용될 노동법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에서 사민당이 노동개혁을 하다가 정권을 17년 놓쳤다고 한다”며 “그러나 독일 경제와 역사에 매우 의미있는 개혁을 완수했다”고 했다. 2002년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페터 하르츠 폭스바겐 노무담당 이사를 통해 추진했던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을 말한 것이다. ‘하르츠 개혁’으로 불리는 일련의 노동 정책으로 당시 집권 사민당은 장기간 정권을 잃었지만 독일 경제는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하지만 경제계에선 민주노총뿐 아니라 한국노총까지 거세게 반발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실제 추진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 필요성을 외치지만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노동경제학자는 “새 정부의 노동 정책은 법과 원칙 대응과 임금·근로시간제 개선 등 두 가지”라며 “산업구조에 맞게 노동시장을 개혁하려면 노동 관련법을 대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좌동욱/백승현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