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란이 서방국가와 화해하는 기류가 흐르며 원유 증산 기대감이 증폭돼서다.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도 겹치며 수요가 축소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장보다 0.24%(0.29달러) 상승한 배럴당 86.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배럴당 85달러까지 내려간 뒤 소폭 상승했다. 지난 1월 28일(86.82달러) 이후 다시 유가가 86달러 수준에 머물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물 브렌트유도 0.17%(0.16달러) 오른 92.5달러에 장 마감했다. 장중 3% 이상 떨어지기도 했지만 반전 상승했다. 92달러에 머무는 것도 지난 2월 이후 최저 종가 기록이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 반영됐다. 원유 수급이 더 늘어날 거란 전망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이란은 지난 15일 핵합의 관련 유럽연합(EU) 중재안에 대한 서면 답변을 제출했다. 앞서 EU는 이란과 미국의 입장을 종합해 최종 중재안을 핵합의 당사국(이란·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에 전달하고, 이에 대한 답변 기한을 15일 자정으로 정한 바 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란 외무부가 중재안에 대한 서면 답변을 EU에 보냈다”며 “미국이 현실을 직시하고 유연성을 보인다면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 대변인은 “우리는 이란의 답변을 살펴보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란 핵합의 진전에 유가 안정화…배럴당 86달러 유지 [오늘의 유가동향]
이란에 가해지던 제재가 완화되면 원유 공급량이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워런 패터슨 ING은행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만약 서방국가가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거나 수정하게 되면 하루 130만배럴씩 증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산으로 인해 유가가 떨어져도 급감하진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배럴당 80달러가 한계라는 분석이다. 캐나다 CBIC자산운용사의 에너지 트레이더인 레베카 바빈은 “대다수의 트레이더가 이란과의 원유 거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투자심리를 고려하면 배럴당 80달러가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가 악화할 거란 전망도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중국 7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 3.8% 증가하는데 그치며 전망치(4.3%)를 밑돌아서다. 7월 소매 판매도 전년 동기 2.7% 늘며 전망치인 5%를 밑돌았다. 소비와 생산 지표 모두 전망치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원유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다. 상하이 봉쇄 조치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투자회사 석든 파이낸셜의 지올디 윌크스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제를 명확히 판단할 수 없지만, 투자자들의 기대보단 덜 장밋빛일 것”이라며 “원유 등 소비 지표는 확실히 전망보다 낮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