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올해 2분기에 아마존, JP모건 등 미국 주식을 대거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며 수익이 불어나 미국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보고서를 인용해 PIF가 지난 6월 말 기준 75억달러(약 9조 9000억원)를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PIF가 투자한 기업은 JP모건,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17개다. 기업마다 4억~5억달러를 투자했다. 대부분 주가 차익을 염두에 둔 재무적 투자로 알려졌다.

올해 금리인상 기조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PFI는 미국 주식을 더 사들였다. PIF가 보유한 미국 주식 평가액은 2분기 동안 30억달러 감소한 408억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미국 대표지수인 S&P500이 20% 떨어질 정도로 하락세가 강해서였다.

PIF가 이번에 매수한 주식 대부분도 S&P500에 편입돼 있다. 펀드 포트폴리오 실적 추적업체인 웨일위즈덤에 따르면 PIF는 지난 2년간 미국 주식 투자에서 38%의 손실률을 기록한 걸로 추정된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사우디 왕가가 출자해 결성된 국영 펀드다. 펀드 운용 규모는 약 6000억 달러(약 785조원)에 달한다. 사우디는 이 국부펀드를 통해 수년간 미 주식을 매입하며 자본시장을 좌우하는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들어 유가가 급등하며 펀드 운용이 한층 여유로워졌다. PIF가 지분 4%를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의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는 올해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PIF는 올해 들어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에 30억달러, 영국의 명품 완성차업체 애스톤마틴에 4억달러 등을 새로 투자하기도 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경제개혁 정책의 일환이다. PIF의장이자 사우디의 국왕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를 대신해 국정을 운영하는 빈 살만 왕세자는 2016년 사우디 경제 개혁을 고안했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였다.

국내에선 400억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 한다. 관광업, 광업, 완성차 제조업 등을 육성해 석유 일변의 산업구조를 개편한다는 포부다. 하지만 WSJ에 따르면 여전히 석유산업이 사우디 경제의 중심이다. 올해 2분기 유가 상승으로 인해 사우디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11.8% 늘었다.

유가 급등은 국제 정세도 바꿨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던 빈 살만 왕세자의 외교적 고립을 풀어주는 계기가 됐다. 과거 사우디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겠다고 언급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마저 빈 살만 왕세자를 접견하러 나선 요인 중 하나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