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와 조달 비용 증가에도 카드사들이 올 상반기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카드 이용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데다 관계사 투자를 꾸준히 늘린 데 따른 수익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은 총 1조668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1조4938억원)보다 11.7% 증가한 규모다.

카드사별 실적은 엇갈렸다. 순익 규모로 보면 신한카드가 전년 대비 12.4% 증가한 4127억원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4000억원대에 진입했다. 여기에는 서울 당산동 부동산 매각 이익(455억원)도 포함됐다. 이어 삼성카드가 11.9% 늘어난 3159억원, 국민카드가 2.8% 줄어든 245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영업수익은 늘었지만 미래 불확실성을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21% 늘려 쌓은 결과 순이익은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의 상반기 순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5% 감소한 1557억원이었다. 신용판매를 포함한 카드 취급액 증가에도 카드론 등 금융부문 수익이 줄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 취급을 엄격히 한 결과”라면서 “이자 비용 증가, 디지털 인력 확충에 따른 비용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하나카드도 고위험 대출을 선제적으로 줄인 데다 특별퇴직 비용까지 반영되면서 16.4% 줄어든 1187억원의 순익을 공시했다.

비씨카드는 전년 동기보다 192% 급증한 108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마스터카드 지분 매각으로 법인세 비용이 급증했던 지난해의 기저효과를 본 데다 올해엔 관계사인 케이뱅크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지분법 이익(140억원)도 급증했다. 비씨카드는 케이뱅크 지분 34%를 보유한 대주주다.

롯데카드도 63.2% 증가한 1772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실적 호조를 이어갔다. 상반기 순익만 보면 현대카드를 밀어내고 업계 4위에 올라섰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회원 수, 카드 이용률 증가 등으로 신용판매사업 수익성이 강화됐다”며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 실적 개선도 한몫했다”고 했다.

카드사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부실 위험과 경기 둔화 우려가 도사린 하반기엔 성장보다는 내실 경영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