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 칼럼] 담대한 대북 구상, '살라미 먹튀' 안 당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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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의지만으로 지원 '위험'
北, 체제 보장해 줄 핵 포기 안할 것
'단물'만 빼먹고 합의 파기 일쑤
지원하더라도 엄정 검증 필수
조급증 내다 핵 개발 시간 벌어준
역대 정부 실패 복기해봐야
홍영식 논설위원
北, 체제 보장해 줄 핵 포기 안할 것
'단물'만 빼먹고 합의 파기 일쑤
지원하더라도 엄정 검증 필수
조급증 내다 핵 개발 시간 벌어준
역대 정부 실패 복기해봐야
홍영식 논설위원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초 ‘패러다임 전환’ 등 요란한 수식어를 붙인 대북 정책 청사진을 내놨다. ‘햇볕정책’(김대중 정부), ‘평화·번영정책’(노무현 정부), ‘비핵·개방·3000’(이명박 정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박근혜 정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문재인 정부) 등 좌우 정부를 가리지 않았다. 정부마다 강조점은 달랐지만, 당근을 제시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유도하겠다는 점에서는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잘 알다시피 하나같이 허망하기 짝이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이란 이름의 대북 정책을 제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비핵화를 전제로 한 ‘행동 대 행동’을 외치던 정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의아하다.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비핵화 이전에 의지만 보인다면 지원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식량 지원, 발전·송배전 인프라 구축, 항만·공항 현대화, 국제투자·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 구체적 항목도 열거했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은 채 핵을 향해 달리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시급성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비핵화 과정마다 지원한다는 이른바 ‘단계적 동시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특히 그렇다. 이는 자칫 역대 정부에서 숱하게 봐온 대북 정책 실패 방정식을 따라갈 수 있다.
익히 잘 알려져 있듯 북한은 위협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협상력을 높인 다음 단계별로 하나씩 얻은 뒤 핵 검증 단계에서 합의를 파기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특유의 ‘살라미 전술’이다. 역대 우리 정부들이 이 전술에 말려드는 사이 북한은 핵 고도화를 지속해 왔다. 북한은 핵 개발 중단 등 조건으로 대북 지원 내용을 담은 ‘9·19 공동성명’, ‘2·13 합의’, ‘2·29 합의’ 등 숱한 문서에 도장을 찍은 뒤 얼마 안 돼 어김없이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자행했다.
북한의 또 하나의 전술은 남측 대통령 임기 5년을 교묘하게 활용한다는 점이다. 얻을 건 얻은 뒤 임기 말 온갖 구실로 파투를 내는 식이다. 임기 내 성과를 내려는 의욕이 앞서다 보면 북측에 되치기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핵화 단계별 대북 제재 완화 또는 유예를 하겠다는 것도 섣부르다. 제재는 한번 풀어지면 다시 조이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제재 완화가 유엔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당장 미국은 제재 완화에 대한 답은 피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이 핵 포기를 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핵을 체제 안전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 여기기 때문이다. 북한의 눈은 핵보유국 지위에 있다. 이 때문에 제재 완화가 쉽사리 먹힐 가능성이 낮다. 북한이 “피가 마르는 고통을 겪었다”며 협상에 나오도록 한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북한 자금 동결 사례에서 보듯 오히려 제재 강화가 효과를 봤다. 북한이 설령 핵 포기로 나오더라도 이전과 달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요구사항을 늘어놓을 게 뻔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일각에선 ‘담대한 구상’에 대북 안전보장이 빠져 미흡하다는 지적을 한다. 그러나 경제 지원과 제재 완화뿐만 아니라 안전보장까지 약속한다면 협상하기도 전 패를 다 까는 꼴이고, 북한의 콧대만 세워줄 뿐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어렵게 재개한 한·미 연합 실기동 훈련은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 강한 군사력은 협상력을 높여주는 지렛대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핵 동결 수준에서 재래식 군축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역대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놨던 대북 정책들이 왜 하나같이 실패로 돌아갔는지 하나하나 복기해보길 바란다. 임기 내 성과에 급급해 조급증을 내다간 북한에 이용당하고 핵 고도화 시간만 벌어줄 뿐이다. ‘살라미 먹튀’를 당하지 않으려면 비핵화 단계별 지원 또는 제재 완화를 하더라도 엄정한 검증을 통해 되돌릴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담대한 구상’은 자칫 ‘담대한 지원’에만 그치고 말 것이다. 지원 이전에 핵 억지력 확보가 필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이란 이름의 대북 정책을 제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비핵화를 전제로 한 ‘행동 대 행동’을 외치던 정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의아하다.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비핵화 이전에 의지만 보인다면 지원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식량 지원, 발전·송배전 인프라 구축, 항만·공항 현대화, 국제투자·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 구체적 항목도 열거했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은 채 핵을 향해 달리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시급성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비핵화 과정마다 지원한다는 이른바 ‘단계적 동시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특히 그렇다. 이는 자칫 역대 정부에서 숱하게 봐온 대북 정책 실패 방정식을 따라갈 수 있다.
익히 잘 알려져 있듯 북한은 위협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협상력을 높인 다음 단계별로 하나씩 얻은 뒤 핵 검증 단계에서 합의를 파기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특유의 ‘살라미 전술’이다. 역대 우리 정부들이 이 전술에 말려드는 사이 북한은 핵 고도화를 지속해 왔다. 북한은 핵 개발 중단 등 조건으로 대북 지원 내용을 담은 ‘9·19 공동성명’, ‘2·13 합의’, ‘2·29 합의’ 등 숱한 문서에 도장을 찍은 뒤 얼마 안 돼 어김없이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자행했다.
북한의 또 하나의 전술은 남측 대통령 임기 5년을 교묘하게 활용한다는 점이다. 얻을 건 얻은 뒤 임기 말 온갖 구실로 파투를 내는 식이다. 임기 내 성과를 내려는 의욕이 앞서다 보면 북측에 되치기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핵화 단계별 대북 제재 완화 또는 유예를 하겠다는 것도 섣부르다. 제재는 한번 풀어지면 다시 조이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제재 완화가 유엔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당장 미국은 제재 완화에 대한 답은 피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이 핵 포기를 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핵을 체제 안전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 여기기 때문이다. 북한의 눈은 핵보유국 지위에 있다. 이 때문에 제재 완화가 쉽사리 먹힐 가능성이 낮다. 북한이 “피가 마르는 고통을 겪었다”며 협상에 나오도록 한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북한 자금 동결 사례에서 보듯 오히려 제재 강화가 효과를 봤다. 북한이 설령 핵 포기로 나오더라도 이전과 달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요구사항을 늘어놓을 게 뻔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일각에선 ‘담대한 구상’에 대북 안전보장이 빠져 미흡하다는 지적을 한다. 그러나 경제 지원과 제재 완화뿐만 아니라 안전보장까지 약속한다면 협상하기도 전 패를 다 까는 꼴이고, 북한의 콧대만 세워줄 뿐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어렵게 재개한 한·미 연합 실기동 훈련은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 강한 군사력은 협상력을 높여주는 지렛대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핵 동결 수준에서 재래식 군축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역대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놨던 대북 정책들이 왜 하나같이 실패로 돌아갔는지 하나하나 복기해보길 바란다. 임기 내 성과에 급급해 조급증을 내다간 북한에 이용당하고 핵 고도화 시간만 벌어줄 뿐이다. ‘살라미 먹튀’를 당하지 않으려면 비핵화 단계별 지원 또는 제재 완화를 하더라도 엄정한 검증을 통해 되돌릴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담대한 구상’은 자칫 ‘담대한 지원’에만 그치고 말 것이다. 지원 이전에 핵 억지력 확보가 필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