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은 포괄적 의미로 쓰면 기업의 영업활동 전반을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좁은 의미의 마케팅을 말한다. 좁은 의미의 #마케팅은 돈이 드는 영업활동, 홍보는 돈이 들지 않는 영업활동으로 정의한다. 마케팅은 주로 광고를 통해서 하고 대가를 지불한 SNS 활동이고, 홍보는 언론 활동이나 SNS를 통해서 사업주가 직접 한다. #코트라에 있을 때 홍보부에 있었기 때문에 이 두 차이를 어느 정도 알고, 그 중요성도 잘 안다. 그런데 둘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면 난 홍보를 택한다. 그래서 지금 내가 #발볼넓은운동화, #접지신발, 무지외반증구두라는 독특한 시장에서 영업하고 있지만 난 주로 #홍보를 통해 고객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사업의 목적은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경영의 기본적인 기능은 단 두가지, 마케팅과 혁신이다. 마케팅과 혁신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만 다른 활동들은 모두 비용을 만들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장사를 하다보면 자기 제품을 널리 알려서 고객을 늘리고 싶어 하는 게 사장의 마음이다. 그래서 사업가는 늘 마케팅과 혁신을 꾀한다. 그런데 혁신하지 않는 혁신도 있다. 음식점의 오래된 점포들이 전형적으로 혁신을 하면 안 된다. 아니 설령 혁신하더라도 드러내놓고 하지 않는 게 좋다. 과거의 취향을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움은 오히려 어색함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장사하면서 혁신하지 않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세상은 자꾸 변하는데, 우리 가게. 우리 제품만 변하지 않는 것 같은 불안감이 쌓이기 때문이다. 자기 제품의 가치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으면 남들이 하는 것처럼 뭔가 아주 삼빡하고 기가 찬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제대로 장사하는 기분이 든다. 오래된 냉면집에서 혁신을 한다고 물냉면에 치즈 가루라도 넣어야 하는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부응하는 안도감이 든다. 오히려 똑같은 맛을 오래 유지했기 때문에 그 냉면 집을 찾는 고객도 있다고 본다. 냉면 맛이야 거기서 거기지만 나름 독특한 맛(맛이 있든 없든 간에)을 30년을 유지했다고 치자. 그럼 세상의 어딘가에 그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그런 사람은 그 냉면에 푹 빠진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여기 냉면 정말 맛있어요!’ 그럼, 사람들은 자꾸 그 집에 오게 되고 맛집이 된다. 그 맛의 종류에 대하여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고객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 맛은 주관적이니까.

마찬가지로 나도 신발 같지 않은 신발, 신발을 신어도 신은 것 같지 않은 신발을 벌써 15년째 팔고 있다. 뭐 코웃음을 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신발 박람회에 참가했을 때는 ‘뭐 이런 신발이 다 있어?’하고는 쓱 지나간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내 신발을 붙잡고 그 복잡한 전시장에서 20~30분을 서 있던 사람도 있다. 부산에서 신발을 오랫동안 만들었다고 한다. 개념은 어렴풋이 갖고 있었지만, 명확하게 하지 못했고 또 그 당시에는 얇고 가벼우면서 내구성 있는 소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난 그분을 보고 비바미 맨발신발, 베어풋 신발 시장의 가능성을 확신했고, 그로부터 15년을 유지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홍보와 마케팅을 해보았다. 그런데 역시 가장 좋은 것은 홍보이다. 소비자에게 비바미 맨발신발, 제로드롭 신발이 좋다는 것을 내가 직접 보도자료 써서 언론사에 보내고, 블로그, 페이스북, 브런치 같은 곳에 글을 올렸다. 물론 내가 쓰는 책에도 늘 내가 이런 장사를 하고 있다고 중간에 넣었다. 유튜브는 얼마 전에 200개째 동영상을 올렸다. 유튜브의 품질로 보면 썩 훌륭하지 않은 B급이나 C급 정도이다. 그런데 2년 반 동안 대략 3.9일마다 하나씩 올렸다. 때로는 다소 성의가 없어 보일 때도 있고, 때로는 좀 억지스러울 때도 있었다. 나도 안다. 그런데 완벽하게 만드는 것보다 꾸준히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사람들 눈에 띄게 된다. 누가 나에게 양과 질에서 무엇이 먼저냐고 묻는다면 양이 먼저라고 대답한다. 많이 해봐야 제대로 만들고, 많이 찍어야 사람들이 본다. 돈 쓰는 마케팅은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기 어렵다. 꾸준히 돈을 써야 하니 돈이 들고, 마케팅에 돈을 덜 쓰는 순간부터 소비자의 마음으로부터 멀어진다. 하지만 홍보는 언제나 할 수가 있고, 소비자들도 진심을 알게 된다. 소비자들이 홍보를 좋아하는 것은 제품 신뢰성과 시간의 검증을 거쳤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무리 홍보와 마케팅을 잘하더라도 #제품의가치를 #소비자가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꽝이다. 가치가 없는 제품은 하지 않는 게 낫다. 그럼 우연히라도 모르는 소비자가 걸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쁜 제품 광고하면 더 순식간에 망한다. 그런 면에서 보며 #비바미 #신발은 시간과 가치의 검증은 지난 15년으로 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홍보활동은 계속된다. 쭈욱~

그래서 나는 계속 글을 써야 한다. 책을 내야 한다. 다행히도 현대는 글로 소통하는 시대이다.
그리고 나는 나름 글을 잘 쓴다. (맞나?)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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