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올해 못 먹는다"…'가을 별미' 전어의 눈물 [박종관의 유통관통]
본격적으로 제철을 맞기 시작한 '가을 별미' 전어 시장이 심상치 않다. 전어 주요 산지에선 "올해는 도저히 단가가 안 맞아 전어 잡이를 포기하겠다"는 어선들이 속출하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남해안 주요 전어 산지에서 이달 초중순 전어 도매 가격은 ㎏당 4000원대에 형성됐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산지에선 조업을 포기하는 어선들이 크게 늘었다. 올 들어 급등한 유류비와 인건비 부담을 고려하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유류비 급등으로 최근 어업용 면세유(경유) 가격은 1드럼(200L) 기준 25만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가 줄어들면서 인건비도 크게 뛰었다.

전어 등을 주로 취급하는 산지 도매업자는 "전어는 조업 난도가 높지 않고 어량이 풍부한 생선이다보니 기본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생선"이라며 "유류비와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어선들이 전어 대신 다른 어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어 잡이에 나서는 어선이 줄어들자 최근 들어 전어 가격은 ㎏당 7000원선까지 가격이 회복했다. 하지만 많은 어선들이 여전히 전어 조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조업에 참가하는 어선들이 다시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주요 산지 어선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올 가을 전어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형마트 수산 바이어는 "산지 체감 어획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줄어든 상황"이라며 "올 가을 전어 가격은 급등한 유류비와 인건비가 반영돼 평년에 비해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위기를 감지한 유통업체들은 제철 전어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마트는 서해안 전어 조업선 규모의 70%를 차지하는 서천 선단, 격포 선단과 손잡고 여수 중앙시장과 남해 선단에 전어 전문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마트는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평년 대비 가격이 떨어진 전어를 매입할 때 제값을 쳐주기로 했다. 판매처를 확보한 전어 선단은 적극적인 조업을 약속했다. 이마트는 이러한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해 확보한 60t 규모의 전어를 오는 24일까지 20% 할인 판매할 예정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