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새로운 수도…베를린서 쓴 아트리포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Cover Story
베를린 비엔날레를 가다
베를린 비엔날레를 가다
![다오 차우 하이 ‘동해의 발라드' (2022·위)
새미 발로지 ‘그리고 북해의 파도에 속삭이는 침몰 이야기' (2021·아래)](https://img.hankyung.com/photo/202208/AA.30958216.1.jpg)
베를린은 거대한 슬픔의 도시다. 브란덴부르크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놓인 2711개의 대형 콘크리트 블록이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엄숙하게 감싸고 있다. 도시는 나치에게 생명을 빼앗긴 600만 명의 유대인, 50만 명의 집시, 5만 명의 동성애자, 96명의 의회 의원을 끊임없이 추모한다.
베벨광장에 놓인 2만 권의 책을 꽂을 수 있는 ‘빈 책장’도 참회의 미술이다. 1933년 나치가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을 불태운 곳이다. 동서 분단의 상징이던 찰리검문소 옆에는 18세 소년 페터 페히터 추모비가 있다. 동베를린을 탈출하려다 경비대의 사격으로 철조망 사이에서 죽어간 그의 비석에는 ‘다만, 자유를 원했다’고 적혀 있다.
1989년 장벽이 무너진 그날, 베를린은 다시는 슬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예술은 다짐을 현실로 옮겨 놓은 동력이었다. 폐허가 된 건물과 문 닫은 옛 기차역은 현대미술의 실험장이 됐다. 무너진 장벽을 옮겨놓은 베를린의 동쪽 이스트사이드갤러리엔 젊은 예술가들이 벽에 화려한 그림들을 그렸다.
이윽고 베를린에는 6000여 명의 예술가가 모였고 500개에 육박하는 갤러리가 들어섰다. 그렇게 베를린은 거대한 자유의 도시, 예술의 수도가 됐다. 베를린에서는 2년에 한 번 비엔날레가 열린다. 동시대 미술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행사다. 올해로 12번째를 맞이한 베를린비엔날레는 다음달 18일까지 열린다.
베를린=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