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과 품목, 시설 구별 없는 겹겹의 거미줄 규제를 보면 기업 입장에선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런 식으로 경영 의지를 꺾어버리니 “차라리 회사를 접는 게 낫다”는 성토가 쏟아지는 것 아닌가.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규제에 더욱 취약하다. 같은 규제라도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부담이 커지는 게 일반 원리다. 환경규제 준수 비용의 경우 대기업 대비 소기업 부담이 5.2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규제 중 상당수는 중소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한국만의 ‘갈라파고스식 규제’가 중소기업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토론회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현장의 애로사항 229건을 담은 ‘규제개혁 과제집’을 전달했다. 이제 정부 규제개혁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한 총리가 책임지고 실적으로 답해야 한다. 중앙과 지방의 일선 공무원들이 스스로 불필요한 규제를 발굴해 푸는 ‘적극 행정’이 성공의 관건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아무리 규제 개혁을 외쳐도 일선 행정 현장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헛구호에 그친다. 역대 정부의 규제 개혁이 실패한 주요 원인이다. 코로나19 위기에 이은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산업환경 급변으로 중소기업이 경영 위기에 내몰리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만큼 혁파 속도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