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빚 부담을 줄여주는 ‘새출발기금’ 1인당 최대 채무 조정 한도를 당초 30억원에서 낮추기로 했다. 수십억원의 빚을 질 만큼 담보나 신용을 갖춘 법인까지 지원하는 것은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수용하면서다.

▶본지 7월 28일자 A1, 3면 참조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18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금융권 새출발기금 설명회에 참석해 “채무 조정 한도가 크다는 지적이 있어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출발기금 초안에 따르면 채무 조정 지원 한도는 법인 소상공인이 최대 30억원, 개인사업자는 25억원이었다. 법원의 채무 조정 한도(25억원)와 비슷하지만 신용회복위원회(15억원)보다 훨씬 크다.

3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새출발기금은 부실 차주(연체 90일 이상)에게 대출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해주고, 부실 우려 차주에게는 장기 분할상환과 금리 조정(채무조정금리 연 3~5%대)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당초 부실 우려 차주 범위로 10일 이상 단기 연체자(최근 6개월간 3회 이상), 개인신용점수 하위 20% 이하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2금융권을 중심으로 “원래 저신용자가 많이 찾는 2금융권은 정상 고객이 대거 부실 우려 차주로 분류될 수 있고, 연 3~5%의 채무조정금리는 조달금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금융권 일각에선 최대 90%에 달하는 원금 감면율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금융위는 대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공개했다. 먼저 원금 탕감의 경우 총부채가 아니라 순부채(부채-자산)에 대해 적용하기로 했다. 은닉재산이 발견되면 채무 조정을 무효로 한다는 방침이다.

또 원금 감면을 최대치인 90%까지 받을 수 있는 대상자를 기초생활수급자와 만 70세 이상 고령자, 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으로 한정했다. 채무 조정 이용 사실은 2년간 등록되고 1~5년간 신용평가에 반영된다.

금융위는 지원 자격을 알아보고 신청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새출발기금.kr’을 다음달 개설할 예정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