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왼쪽),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 사진=연합뉴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왼쪽),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 사진=연합뉴스
여권 청년 정치인인 김용태 전 최고위원과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전 인수위 청년소통 TF 단장)이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장 이사장이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선당후사를 촉구하자 김 전 최고위원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에 대해선 비겁하게 침묵한다"고 비판하면서다. 이에 장 이사장은 이 전 대표를 두둔하는 청년 정치인들을 전부 싸잡아 "사회생활을 해본 적 없는 여의도 2시 청년"이라고 반격했다.

장예찬, 이준석 측근 청년 비판…"여의도 2시 청년 그 자체"

장 이사장은 19일 페이스북에 "여의도 2시 청년. 사회생활 경험 없이 정치권을 어슬렁거리는 청년들을 비하하는 말"이라며 "정치 말고는 사회생활을 해본 적 없는, 다른 일로 돈을 벌어 세금 한 푼 내본 적 없는 일군의 정치 청년들이 바로 여의도 2시 청년"이라고 적었다.

장 이사장이 언급한 여의도 2시 청년은 직업 없이 낮 시간대 열리는 정치권 행사에 참석하며 유력 정치인과의 관계 형성에 집중하는 청년 정치인을 일컫는 표현이다. 장 이사장은 "변호사라는 본업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 전 대표 편에 서는 청년들이 여의도 2시 청년 그 자체"라고 했다.

장 이사장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나국대'(나는 국민의힘 대변인이다·이 전 대표가 기획한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프로그램)의 이대남(20대 남성) 대변인들, 2년 만에 20억 원대 재산 신고를 해 돈 걱정 없이 정치만 하면 되는 김 전 최고위원"을 거론하면서 "정치나 방송 말고 대체 무슨 사회생활을 했고, 평범한 청년이 겪는 취업과 자립 문제를 경험한 적 있느냐"고 주장했다.

장 이사장은 "음악학원 운영부터 웹 소설, 웹툰 창작 그리고 외국계 자동차기업 홍보 대행 등 정치와 방송 외적으로도 사회생활을 경험하며 세금 내온 제가 보기에는 여의도 2시 청년 집단의 SNS 정치가 우습기만 하다"며 "우리 당을 위해 헌신한 수많은 청년을 여의도 2시 청년이라 비난한 그 논리 그대로 여러분을 돌아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 사진=연합뉴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 사진=연합뉴스

김용태 "장예찬, 윤핵관 당 훼손할 때 뭐 하고 있었나"

김 전 최고위원은 전날 장 이사장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청년 당원이 모두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면서 작심 비판을 쏟아내자 페이스북에 장 이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장 이사장의 기자회견을 봤다. 앞서 저는 대선 당시 장 이사장에게 청년본부장 직책을 양보한 바 있다"며 "당시 제가 그런 선택을 내린 것은 눈앞에 불의를 뻔히 보면서도 권력에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조아리라는 뜻이 아니었음을 명심하라"고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우리 당은 YS 민주화 유산을 가진 정당이다. 수많은 선배 당원들께서 민주주의를 위해 권력에 빌붙은 자들과 목숨 걸고 싸워 지켜온 역사 있는 정당"이라며 "윤핵관이라는 분들이 권력에 눈이 멀어 절차적 정당성도 없이 당의 민주주의를 훼손할 때 장 이사장은 뭘 하고 있었냐"고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모든 당 혼란의 책임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면서 세련되지 못하고 무식한 방법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뒤흔든 윤핵관에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가 다 아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비겁하게 침묵한다"며 "이재명 의원을 지키기 위해 당헌을 바꾸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친명 사수대 주장에 아무 말도 못하는 다수의 민주당 청년 정치인이나 장 이사장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대표가 잘못이 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지면 된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목소리를 내는 당내 많은 청년 당원들의 모습을 단순히 당대표를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치부하다니 그 알량하고 졸렬한 시각에 참 유감"이라고 했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 사진=연합뉴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그래, 그렇게 해서 네가 더 잘살 수 있다면…"

장 이사장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표는 선당후사라는 숭고한 단어 앞에서 내로남불 하지 말라"며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 전 대표나 저 같은 사람은 대선을 통해 자신을 증명할 기회를 잡은 것일 뿐, 이름도 알리지 못하고 헌신한 다른 청년들 앞에서 감히 선당후사 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에는 이 전 대표와 친이준석계 청년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당의 개혁을 위해서는 이 전 대표가 남 탓을 하기 이전에 먼저 반성하며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장 이사장에게 "그렇게 해서 네가 더 잘 살 수 있다면 응원하겠다"고 받아쳤다.

이 전 대표는 장 이사장의 비판 성명 발표 관련 페이스북 게시물에 "그래 예찬아, 그렇게 해서 네가 더 잘 살 수 있다면 나는 널 응원할게"라고 적었다.

이에 장 이사장은 "형님, 저도 그렇고 오세훈 (서울)시장님이나 홍준표 (대구)시장님도 형님이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여러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한 번쯤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라고 답글을 달았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