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회의실 이름이 '라떼 이즈 홀스'…무슨 뜻?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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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옛 페이스북)는 어느덧 빅테크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로 시가총액은 622조원, 지난해 매출액은 156조원 수준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매출액을 합친 것(13조원)보다 10배 이상 많습니다.
이런 메타도 한때는 작은 스타트업이었습니다. 2004년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마크 저커버그가 기숙사에서 탄생시킨 서비스였죠. 15년이 훌쩍 지났지만, 메타는 스타트업의 기민한 정신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흩어진 메타 해외지사의 ‘벽면’은 그 증거입니다. 올해 확장 이전한 메타 한국지사 사무실을 통해 본 메타의 ‘성공방정식’에는 국가와 문화 차이에서 발생하는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구성원에게 업무의 속도감과 공통된 소속감을 부여하려는 세심함이 숨어있습니다.
메타는 아크플레이스 27층과 26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27층을 통해 내부로 진입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메타의 ‘정신’ 6가지를 세긴 벽면입니다. 메타가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변경하며 개편된 미래비전들인데, 사실 이번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메타는 원래 ‘move fast and break things(빠르게 움직이고 부수자)’라는 비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죠. 속도에 중점을 두던 기존 방식은 이제 다변화해야 할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특히 인상 깊은 문구가 ‘메타메이트(metamates)’라는 표현과 ‘존중(respect)’입니다. 메타메이트는 사명 변경 직후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올해 2월 처음 등장한 표현입니다. 앤드류 보스워스 메타 최고기술책임자(CTO), 통칭 ‘보즈(Boz)’로 불리는 그는 이 표현이 인스타그램이 내부에서 사용하던 해군 슬로건 ‘Ship, Shpmates, Self’에서 유래했다고 밝혔습니다. 구글의 직원을 ‘구글러’라 부르며 결속을 다지는 것처럼, 메타 직원들도 자신을 ‘메타메이트’라 부르며 사기를 증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존중이란 명사가 더해지는데, 현장의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직설적인(direct) 피드백과 존중이 한 문장안에 담겼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표현인데, 메타는 직원 성장을 위해 피드백을 많이 하면서도 동시에 존중해야 한다는 ‘스타트업 마인드’가 굉장히 뿌리 깊은 조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직원 식당은 27층의 중심부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합니다. 나머지 공간을 회의실로 활용하고 있다 보니, 언뜻 보면 한 층 전체가 식당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비단 메타뿐만이 아니더라도, 구글의 ‘헤미스피어’나 애플의 ‘카페 맥’ 등 미국 빅테크들은 별칭이 외부에 알려질 정도로 구내식당에 공을 들입니다. 다만 메타는 해외 지사에도 이런 환경을 갖추려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 인원이 많아 아직 개장하진 못했지만, 무엇보다 셰프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요건은 ‘5성급 호텔에 근무할 수 있는 이력을 갖추면서도 영어에 능통해야 한다’입니다. 식당 우측에는 테헤란로 전경이 한눈에 보입니다. 27층에는 회의실을 예약할 수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회의실의 이름 역시 독특합니다. 27층에는 ‘미나리’ ‘인천공항’ ‘홍대’ ‘제주도’ ‘대박’과 같은 이름이 눈에 띕니다. 직원들이 주로 일을 하는 26층을 예약하려 하자, ‘BTS’ ‘불고기’ ‘소주’ ‘비빔밥’과 같은 명칭도 있습니다. 왼쪽 아래엔 ‘라떼는 말이야(Latte is horse)’라는 회의실까지 있네요. 젊은 세대가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기성세대의 ‘꼰대력’을 꼬집을 때 사용하는 인터넷 밈(meme) 이죠. 일련의 명칭들은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직접 공모해 짓는다고 합니다. 일반 대기업이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이름까지 회의실의 정식 명패로 배정되는 모습입니다.
직원들의 자유분방함이 보이는 벽면은 또 있습니다. 층마다 ‘낙서하는 벽’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THE FACEFOOK WALL, What’s your mind? ‘이란 벽에는 형광펜으로 그려진 각종 낙서가 있습니다. 메타 한국지사에는 주로 영업과 마케팅 관련 업무를 보는 직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외부 사람들을 사무공간에 데려올 때마다 이렇게 한 마디씩을 함께 남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휠라, 샌드박스네트워크, 나스미디어, 클래스101 등 기업명이 눈에 띕니다. 해당 벽은 메타의 전통 중 하나입니다. 메타가 작은 스타트업이던 시절,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회의 중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즉시 벽에다 쓰던 버릇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26층부터는 직원들의 본격적 업무공간이 시작됩니다. 사무공간은 개인당 사용 면적이 넓다는 점 이외에 특별한 사항은 없지만, 근처에 각종 기구가 함께 놓여 있습니다. 직원들이 “집중이 잘 안될 때 활용한다”는 의자는 작은 책상이 붙어있습니다. 마치 비행기의 비즈니스 클래스를 연상시킵니다. 곳곳마다 1인용 사무공간도 붙어있습니다. 화상으로 원격 회의하거나, 홀로 조용히 업무를 보고 싶을 때 활용한다고 합니다. 조용히 수면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이 밖에 푹신한 의자가 놓인 화상회의 회의실이나 독서실 칸막이처럼 생긴 사무공간도 존재합니다. 인근에는 직원들 노트북 등 전용기기가 고장 났을 때 상시로 수리받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철제 사물함에 기기를 넣어두고 디스플레이로 정보를 입력하면, 빠르게 수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옆은 사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카페테리아입니다. 메타의 한국지사인 페이스북코리아는 100명이 채 안 되는 인력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마치 시리즈B 라운드를 넘어선 국내 스타트업 일부와 비슷한 덩치입니다. 한국지사가 설립된 것은 2010년입니다. 다른 국가 지사들과 마찬가지로 메타의 핵심 수입원인 광고와 관련된 영업 지원과 마케팅 서비스를 주요한 업무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542억원과 영업이익 122억원을 기록했는데,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지난해 닐슨코리안클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소셜미디어 이용자 수는 약 3500만 명에 육박합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조사 대상 전 연령대에서 1~3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기준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 수는 2775만 4200명, 인스타그램 사용자 수는 2275만 500명입니다. 메타는 특히 모바일 사용자 수가 많은 한국은 테스트베드 조건을 갖추기 충분했습니다. 지사별 특성은 인정하고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전략은 성장의 기반이 됐습니다. 지난 4월에는 메타의 신규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는 전문조직 ‘NPE’ 팀을 한국에 신설하고 관련 경력자를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역시 현재의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연 적도 있습니다. 지난 2019년에는 아산나눔재단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남산 랩 코리아’를 통해 지원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이듬해에는 ‘페이스북 액셀러레이터 서울’ 프로그램을 통해 증강현실(AR) 및 VR, 인공지능(AI), 메시징 등 메타의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해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선발했습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분야로 지원 초점을 옮겼습니다. 지난달에는 서울대와 'AR·VR 이노베이션 콘테스트'열고 대학원의 연구원이나 스타트업 소속 개발자 등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기술 공모전을 열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사명이 바뀐 메타와 협력할 곳들을 보다 폭넓게 찾아나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참 한 가지 더
꿈을 현실로…‘3세대 메타’를 만드는 ‘리얼리티랩스’ 메타의 사명변경과 함께 내부 조직인 ‘리얼리티랩스’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리얼리티랩스는 마크 저커버그 CEO가 선언한 ‘메타버스 퍼스트’의 첨병으로 불리는 조직으로, 천문학적 금액을 수혈받고 있는 곳입니다.
리얼리티랩스는 2020년 설립됐습니다. 2014년 당시 페이스북에 인수된 VR기기 회사 오큘러스를 전신으로 합니다. 과거엔 주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제품을 개발했지만, 최근에는 연구하는 분야가 다양해졌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특수 손목밴드입니다. 손의 움직임을 밴드가 인식해, 아무것도 없는 바닥도 마치 키보드처럼 활용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손으로 촉각을 느끼게 하는 장치나 학습형 AR 시스템 등도 주요 연구 분야 중 하나입니다.
메타는 웹으로 페이스북을 쓰던 시기를 1세대, 모바일 앱으로의 사용자경험(UX) 전환을 2세대로 정의합니다. 3세대는 메타버스로 명명되는 가상의 현실에서 찾아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리얼리티랩스에 메타가 쏟아붓는 자금은 막대합니다. 메타는 지난해 리얼리티랩스 부문에서 100억달러(13조276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메타는 해당 부서에만 연간 13조가 넘는 돈을 투자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이런 메타도 한때는 작은 스타트업이었습니다. 2004년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마크 저커버그가 기숙사에서 탄생시킨 서비스였죠. 15년이 훌쩍 지났지만, 메타는 스타트업의 기민한 정신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흩어진 메타 해외지사의 ‘벽면’은 그 증거입니다. 올해 확장 이전한 메타 한국지사 사무실을 통해 본 메타의 ‘성공방정식’에는 국가와 문화 차이에서 발생하는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구성원에게 업무의 속도감과 공통된 소속감을 부여하려는 세심함이 숨어있습니다.
존중의 미학…'메타, 메타메이트, 나'
메타의 한국지사 역할을 하는 페이스북코리아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의 센터필드에 있습니다. 이사한 지 반년이 되지 않은 이 공간은 입장까지 매우 까다로운 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방문 날짜와 방문 시각을 정하면, 내부 직원이 미리 제 ‘액세스 코드’와 QR코드를 발급해줍니다. 1층에서 QR코드를 찍고 올라가면, 보안직원만 4명이 넘는 창구가 다시 등장합니다. 출입 카드를 받아도 내부 직원이 나오기 전까지 게이트는 열리지 않습니다. ‘MOVE FAST(빠르게 움직여라)’ ‘FOCUS ON LONG-TERM IMPACT(장기적 영향에 집중하라)’ ‘LIVE IN THE FUTURE(미래에 살아라)’ ‘BUILD AWESOME THINGS(멋진 것을 만들자)’ ‘META, METAMATES, ME(메타, 메타메이트, 나)’ ‘BE DIRECT AND RESPECT YOUR COLLEAGUES(솔직하면서도, 동료를 존중하라)’메타는 아크플레이스 27층과 26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27층을 통해 내부로 진입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메타의 ‘정신’ 6가지를 세긴 벽면입니다. 메타가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변경하며 개편된 미래비전들인데, 사실 이번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메타는 원래 ‘move fast and break things(빠르게 움직이고 부수자)’라는 비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죠. 속도에 중점을 두던 기존 방식은 이제 다변화해야 할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특히 인상 깊은 문구가 ‘메타메이트(metamates)’라는 표현과 ‘존중(respect)’입니다. 메타메이트는 사명 변경 직후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올해 2월 처음 등장한 표현입니다. 앤드류 보스워스 메타 최고기술책임자(CTO), 통칭 ‘보즈(Boz)’로 불리는 그는 이 표현이 인스타그램이 내부에서 사용하던 해군 슬로건 ‘Ship, Shpmates, Self’에서 유래했다고 밝혔습니다. 구글의 직원을 ‘구글러’라 부르며 결속을 다지는 것처럼, 메타 직원들도 자신을 ‘메타메이트’라 부르며 사기를 증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존중이란 명사가 더해지는데, 현장의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직설적인(direct) 피드백과 존중이 한 문장안에 담겼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표현인데, 메타는 직원 성장을 위해 피드백을 많이 하면서도 동시에 존중해야 한다는 ‘스타트업 마인드’가 굉장히 뿌리 깊은 조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벽에 낙서하는 CEO 습관까지 세기다
바로 옆에는 국가별 도시를 상징하는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일본의 도쿄를 상징하는 포스터엔 에는 후지산의 전경이, 이탈리아 밀라노를 그린 포스터엔 밀라노에서 가장 큰 광장인 두오모 광장을 세겼습니다. 형형색색으로 이루어진 포스터는 모두 메타의 글로벌 지사들이 존재하는 도시라고 합니다. 해태 조각상과 함께 ‘SEOUL’이 그려진 포스터도 보이네요. 해외 지사 일원들의 개별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도,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직원 식당은 27층의 중심부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합니다. 나머지 공간을 회의실로 활용하고 있다 보니, 언뜻 보면 한 층 전체가 식당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비단 메타뿐만이 아니더라도, 구글의 ‘헤미스피어’나 애플의 ‘카페 맥’ 등 미국 빅테크들은 별칭이 외부에 알려질 정도로 구내식당에 공을 들입니다. 다만 메타는 해외 지사에도 이런 환경을 갖추려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 인원이 많아 아직 개장하진 못했지만, 무엇보다 셰프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요건은 ‘5성급 호텔에 근무할 수 있는 이력을 갖추면서도 영어에 능통해야 한다’입니다. 식당 우측에는 테헤란로 전경이 한눈에 보입니다. 27층에는 회의실을 예약할 수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회의실의 이름 역시 독특합니다. 27층에는 ‘미나리’ ‘인천공항’ ‘홍대’ ‘제주도’ ‘대박’과 같은 이름이 눈에 띕니다. 직원들이 주로 일을 하는 26층을 예약하려 하자, ‘BTS’ ‘불고기’ ‘소주’ ‘비빔밥’과 같은 명칭도 있습니다. 왼쪽 아래엔 ‘라떼는 말이야(Latte is horse)’라는 회의실까지 있네요. 젊은 세대가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기성세대의 ‘꼰대력’을 꼬집을 때 사용하는 인터넷 밈(meme) 이죠. 일련의 명칭들은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직접 공모해 짓는다고 합니다. 일반 대기업이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이름까지 회의실의 정식 명패로 배정되는 모습입니다.
직원들의 자유분방함이 보이는 벽면은 또 있습니다. 층마다 ‘낙서하는 벽’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THE FACEFOOK WALL, What’s your mind? ‘이란 벽에는 형광펜으로 그려진 각종 낙서가 있습니다. 메타 한국지사에는 주로 영업과 마케팅 관련 업무를 보는 직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외부 사람들을 사무공간에 데려올 때마다 이렇게 한 마디씩을 함께 남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휠라, 샌드박스네트워크, 나스미디어, 클래스101 등 기업명이 눈에 띕니다. 해당 벽은 메타의 전통 중 하나입니다. 메타가 작은 스타트업이던 시절,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회의 중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즉시 벽에다 쓰던 버릇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고 글로벌' 철칙은 자율성과 소속감
공간 한쪽에는 직원들의 여가시설이 있습니다. 당구를 칠 수 있는 시설, 미니 축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놀이도구도 있습니다. 각종 모형으로 장식된 로비 옆 공간에는 의자와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TV 옆에 비치된 기기는 메타가 지난 2020년 10월 발매한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입니다. VR기기로 게임이나 영상물을 즐기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한 데, 이곳은 오큘러스 퀘스트2 기기를 이용하는 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26층부터는 직원들의 본격적 업무공간이 시작됩니다. 사무공간은 개인당 사용 면적이 넓다는 점 이외에 특별한 사항은 없지만, 근처에 각종 기구가 함께 놓여 있습니다. 직원들이 “집중이 잘 안될 때 활용한다”는 의자는 작은 책상이 붙어있습니다. 마치 비행기의 비즈니스 클래스를 연상시킵니다. 곳곳마다 1인용 사무공간도 붙어있습니다. 화상으로 원격 회의하거나, 홀로 조용히 업무를 보고 싶을 때 활용한다고 합니다. 조용히 수면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이 밖에 푹신한 의자가 놓인 화상회의 회의실이나 독서실 칸막이처럼 생긴 사무공간도 존재합니다. 인근에는 직원들 노트북 등 전용기기가 고장 났을 때 상시로 수리받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철제 사물함에 기기를 넣어두고 디스플레이로 정보를 입력하면, 빠르게 수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옆은 사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카페테리아입니다. 메타의 한국지사인 페이스북코리아는 100명이 채 안 되는 인력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마치 시리즈B 라운드를 넘어선 국내 스타트업 일부와 비슷한 덩치입니다. 한국지사가 설립된 것은 2010년입니다. 다른 국가 지사들과 마찬가지로 메타의 핵심 수입원인 광고와 관련된 영업 지원과 마케팅 서비스를 주요한 업무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542억원과 영업이익 122억원을 기록했는데,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지난해 닐슨코리안클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소셜미디어 이용자 수는 약 3500만 명에 육박합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조사 대상 전 연령대에서 1~3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기준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 수는 2775만 4200명, 인스타그램 사용자 수는 2275만 500명입니다. 메타는 특히 모바일 사용자 수가 많은 한국은 테스트베드 조건을 갖추기 충분했습니다. 지사별 특성은 인정하고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전략은 성장의 기반이 됐습니다. 지난 4월에는 메타의 신규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는 전문조직 ‘NPE’ 팀을 한국에 신설하고 관련 경력자를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역시 현재의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연 적도 있습니다. 지난 2019년에는 아산나눔재단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남산 랩 코리아’를 통해 지원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이듬해에는 ‘페이스북 액셀러레이터 서울’ 프로그램을 통해 증강현실(AR) 및 VR, 인공지능(AI), 메시징 등 메타의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해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선발했습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분야로 지원 초점을 옮겼습니다. 지난달에는 서울대와 'AR·VR 이노베이션 콘테스트'열고 대학원의 연구원이나 스타트업 소속 개발자 등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기술 공모전을 열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사명이 바뀐 메타와 협력할 곳들을 보다 폭넓게 찾아나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참 한 가지 더
꿈을 현실로…‘3세대 메타’를 만드는 ‘리얼리티랩스’ 메타의 사명변경과 함께 내부 조직인 ‘리얼리티랩스’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리얼리티랩스는 마크 저커버그 CEO가 선언한 ‘메타버스 퍼스트’의 첨병으로 불리는 조직으로, 천문학적 금액을 수혈받고 있는 곳입니다.
리얼리티랩스는 2020년 설립됐습니다. 2014년 당시 페이스북에 인수된 VR기기 회사 오큘러스를 전신으로 합니다. 과거엔 주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제품을 개발했지만, 최근에는 연구하는 분야가 다양해졌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특수 손목밴드입니다. 손의 움직임을 밴드가 인식해, 아무것도 없는 바닥도 마치 키보드처럼 활용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손으로 촉각을 느끼게 하는 장치나 학습형 AR 시스템 등도 주요 연구 분야 중 하나입니다.
메타는 웹으로 페이스북을 쓰던 시기를 1세대, 모바일 앱으로의 사용자경험(UX) 전환을 2세대로 정의합니다. 3세대는 메타버스로 명명되는 가상의 현실에서 찾아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리얼리티랩스에 메타가 쏟아붓는 자금은 막대합니다. 메타는 지난해 리얼리티랩스 부문에서 100억달러(13조276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메타는 해당 부서에만 연간 13조가 넘는 돈을 투자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