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치킨.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치킨. /연합뉴스
정부가 규제심판부 1호 안건으로 올린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개선 방안에 대한 온라인 국민토론에서 '반대' 의견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대로 주말 영업 등을 금지해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이다. 반면, 토론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올라온 의견에 대한 공감을 표시하는 코너에는 규제 개선을 해야한다는 쪽이 반대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8일까지 규제정보포털에서 진행한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 개선' 온라인 토론장에 3073명이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87.5%인 2689명이 '규제개선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규제개선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337명(11.0%)에 그쳤다.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10~24시로 규제하고, 휴일 2회 영업을 금지한 현재의 규제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많이 올라온 것이다.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에는 힘이 실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별 의견에 '공감'을 표시한 것은 규제개선 찬성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엄모씨가 올린 "대형마트를 주말 하루 막는다고 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는다. 대형마트 종사자의 주말 휴식권과 건강권 보장은 대형마트가 추가적인 고용 창출을 통해 순환근무로 해결해야할 문제이지 영업규제를 강제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에는 68명이 공감을 표시했다. 고모 씨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휴업날에 전통시장으로 가지 않는다"며 "전통시장을 대형마트처럼 위생적이고 현대적으로 개선해야 둘다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 의견은 53명의 공감을 얻었다. "소비자의 선택 영역"이라는 김 모씨 의견에도 47명이 동의했다.

반면, 반대 의견 중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것은 이모 씨가 올린 글로 17건에 그쳤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가달라"는 홍모 씨의 글은 14명의 공감을 받아 2위를 기록했다. 공감 수 기준 상위 50위에 반대 의견은 "워라벨 실현이 중요하다"는 김모 씨의 글(12건)까지 3건에 불과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이같은 양상이 최근 소상공인들의 집단적 의사표시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소상공인 단체 등이 집단적으로 반대 의견 표시를 해 왜곡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은 별도의 의견을 내지 않고 공감하는 것으로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공감은 다수의 의견에 표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다수 국민의 의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특정 단체가 집중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국민 정서와는 다른 결과가 나온 투표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진행한 부동산중개수수료 개편방안 의견수렴 과정에서는 정부가 중개수수료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본 중개사들이 집중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동산 거래가 되지 않아도 알선 수수료를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적절하다'는 답이 쏟아졌다. 부동산 종사자는 88%가, 일반국민은 69%만이 적절하다는 응답을 했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를 원치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답변 결과가 왜곡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본인이 부동산 종사자인지, 일반 국민인지 여부를 검증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국민으로 표시한 상당수도 부동산 업종 관계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