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일어난 한 승객이 버스가 출발하자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 사진=한문철TV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일어난 한 승객이 버스가 출발하자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 사진=한문철TV
버스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진 승객이 '급출발 때문에 넘어졌다'고 주장하자 기사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네티즌은 해당 사고를 처리한 경찰의 판단에 박수를 보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최근 '이것도 급출발이면 운행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대구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6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A 씨가 제보한 영상에 따르면 지난 7월 9일 오후 4시께 대구 시내버스 앞쪽에 앉아있던 승객 B 씨는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좌석에서 일어났다. B 씨는 뒤쪽으로 자리를 옮기려 했다고 한다.

왼손에 가방을 들고 있던 B 씨는 버스가 출발하자 중심을 잃었고, 이내 본인이 앉아있던 바로 뒷좌석으로 풀썩 쓰러졌다. 놀란 A 씨는 버스를 급히 멈춰 세웠고, 이후 다른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119를 불러 B 씨를 병원으로 보냈다.

그러나 이후 B 씨가 "버스가 급출발해서 넘어졌다"고 주장하면서 A 씨는 제보를 결심하게 됐다.

A 씨는 "교차로 횡단보도 정지선에 정류장이 있어서 승용차들이 '칼치기'로 우회전을 많이 하는 장소"라며 "항상 승객 승·하차 후 전방 신호와 왼쪽 차선을 살피고 출발하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직 보험 접수를 안 한 상태인데, 접수해야 하냐"며 "버스 안에서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모든 걸 기사가 책임져야 하냐"고 도움을 요청했다.

한 변호사는 "너무나 명백하게 A 씨의 잘못은 없다. 운전자가 뭘 잘못한 거냐"며 "중심을 못 잡고 넘어진 B 씨가 100% 잘못했다. 다른 승객들은 미동도 없다"고 말했다.
B 씨는 버스의 급출발이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동일한 버스에 탑승해 걸어가던 다른 승객은 넘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혐의없음' 이유로
B 씨는 버스의 급출발이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동일한 버스에 탑승해 걸어가던 다른 승객은 넘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혐의없음' 이유로 "차내 시설물이 심하게 흔들리지 않았고, 걸어가는 승객이 넘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 사진=한문철TV
그렇다면 경찰의 판단은 어땠을까.

한 변호사는 "이제는 경찰의 생각도 많이 바뀐 것 같다"면서 후기를 전했다. 결과는 '혐의없음'이다.

사건처리결과통지서에 따르면 대구북부경찰서는 "시내버스의 CCTV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차내 시설물이 심하게 흔들리지 않았고, 걸어가는 승객이 넘어지지 않았다"며 "안전 운전을 소홀히 했다고 볼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혐의없음'으로 판단돼 입건 전 조사를 종결했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대구북부경찰서 담당 조사관님 고맙다.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오랫동안 무조건 시내버스 승무 사원의 잘못으로 해왔던 것들이 이제는 바뀌고 있다"며 "전국의 모든 경찰서의 모든 조사관님께서도 이렇게 하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