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0만원 시계 실물 안보고 '척척'…명품쇼핑 큰손 정체는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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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의 명품의세계] 11회
1조7000억 시장… 뛰어드는 명품 브랜드들
카톡 선물하기·네이버쇼핑 등에도 속속 입점
1조7000억 시장… 뛰어드는 명품 브랜드들
카톡 선물하기·네이버쇼핑 등에도 속속 입점
#1. 명품 마니아인 박재희 씨(36·가명) 씨는 최근 우연히 스마트폰으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했다가 평소 사고 싶었던 ‘피코탄백’을 ‘득템’했습니다. 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에는 6만8000원짜리 립스틱, 18만원짜리 접시부터 1400만원짜리 가방, 6100만원대 목걸이, 8500만원대 시계까지 ‘터치’만으로 구입할 수 있게 돼 있었습니다. 박 씨는 “백화점 매장에서 장시간 줄을 서거나 대기하지 않고 손쉽게 물건을 사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2. 대학원생 유지원 씨(25)는 최근 가족으로부터 미국 명품 보석 브랜드 티파니앤코의 은목걸이를 선물받았습니다. 40만원 가까이 하는 이 목걸이 제품은 매장에선 팔지 않지만 메신저 앱 카카오톡 선물하기 코너에선 팔고 있습니다. 학업 때문에 먼 곳에 살아 자주 보지 못하는 동생을 위해 친언니가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해 ‘명품 선물’을 한 것입니다.
백화점에서만 만날 수 있던 고가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퉈 온라인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습니다. 수백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이나 수천만원대 명품 시계도 개장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대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입니다.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가 명품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게 이같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콧대 높던 에르메스 등 최고급 명품 브랜드가 온라인몰을 강화하면서 이커머스 업체는 별도의 명품 코너를 만들고 있습니다. 소액 기프티콘 위주였던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수천만원대 명품을 구매하는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모양새입니다.
코로나19로 보복소비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명품 브랜드들은 국내에서 공식 온라인몰을 강화했습니다. 2년 전 최고급 시계·주얼리 브랜드인 까르띠에가 명품 시계·주얼리 브랜드 최초로 국내 시장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개장한 이후 프라다나 구찌·디올·루이비통 등이 공식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최고급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까지 가세해 온라인 판매 품목을 크게 늘리는 상황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2019년 전체 명품 시장의 12%에 불과했던 온라인 판매 비율이 2025년이면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온라인 명품 판매가 기존 오프라인 고객을 잠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커머스에 익숙한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하고 있다는 게 명품업계의 분석입니다. 지난해 에르메스 온라인 매출의 78%는 신규 고객들로부터 나왔다고 전해집니다.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소비자의 70% 이상이 첫 구매에 나선 신규 고객”이라고 했습니다.
전통 유통 대기업도 온라인 명품 판매를 강화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SSG닷컴은 지난달 명품 전문관 ‘SSG 력셔리’를 신설했으며, 정품 보증서를 발급해주는 ‘SSG 개런티’ 상품도 8만여 종으로 확대했습니다. 롯데온도 온라인몰에 입점한 외부 판매자의 병행 수입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가품일 경우 2배로 보상하는 ‘트러스트 온’ 서비스를 시행 중입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네이버쇼핑 등에 앞다퉈 입점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매하는 게 익숙한 MZ세대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 힘든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입니다. 지난 3월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 뷰티’는 국내 백화점 매장을 열기도 전에 카카오톡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이외에도 카카오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과 손잡고 한정판 제품을 단독으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명품 패션·잡화 카테고리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늘었습니다. 네이버쇼핑도 ‘럭셔리관’을 열고 프레드릭콘스탄트, 몽블랑 등 80여개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켜 카카오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과거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은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해왔는데 최근엔 하이엔드의 대명사 에르메스까지 ‘디지털 시장 확장’을 주요 기조로 삼을 정도로 온라인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특히 국내시장에선 오픈런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재고가 있는 매장을 찾아 몇시간씩 기다리는 데 지친 소비자들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2. 대학원생 유지원 씨(25)는 최근 가족으로부터 미국 명품 보석 브랜드 티파니앤코의 은목걸이를 선물받았습니다. 40만원 가까이 하는 이 목걸이 제품은 매장에선 팔지 않지만 메신저 앱 카카오톡 선물하기 코너에선 팔고 있습니다. 학업 때문에 먼 곳에 살아 자주 보지 못하는 동생을 위해 친언니가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해 ‘명품 선물’을 한 것입니다.
백화점에서만 만날 수 있던 고가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퉈 온라인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습니다. 수백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이나 수천만원대 명품 시계도 개장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대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입니다.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가 명품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게 이같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콧대 높던 에르메스 등 최고급 명품 브랜드가 온라인몰을 강화하면서 이커머스 업체는 별도의 명품 코너를 만들고 있습니다. 소액 기프티콘 위주였던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수천만원대 명품을 구매하는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모양새입니다.
에르메스·루이비통 등…공홈 강화하는 명품
명품업계에 따르면 명품 구매 수요는 최근 들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시장 규모는 약 15조9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온라인 매출액은 1조7475억원으로 전년보다 7.2% 늘었습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38.2%나 커졌습니다. 가두 매장, 백화점 등과 비교해 증가 폭이 큽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지난해 내놓은 ‘세대별 온라인 소비 행태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봐도 온라인 명품 결제액에서 20대는 전년보다 80%, 30대는 75% 증가했습니다.코로나19로 보복소비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명품 브랜드들은 국내에서 공식 온라인몰을 강화했습니다. 2년 전 최고급 시계·주얼리 브랜드인 까르띠에가 명품 시계·주얼리 브랜드 최초로 국내 시장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개장한 이후 프라다나 구찌·디올·루이비통 등이 공식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최고급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까지 가세해 온라인 판매 품목을 크게 늘리는 상황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2019년 전체 명품 시장의 12%에 불과했던 온라인 판매 비율이 2025년이면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온라인 명품 판매가 기존 오프라인 고객을 잠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커머스에 익숙한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하고 있다는 게 명품업계의 분석입니다. 지난해 에르메스 온라인 매출의 78%는 신규 고객들로부터 나왔다고 전해집니다.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소비자의 70% 이상이 첫 구매에 나선 신규 고객”이라고 했습니다.
명품도 '모바일 선물하기' 바람
온라인 명품 시장에 뛰어든 것은 개별 브랜드만이 아닙니다. 여러 브랜드를 한데 모은 편집몰 형태의 ‘온라인 명품 플랫폼’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은 작년 매출이 522억원으로 전년(243억원)의 2배 이상이었습니다. 트렌비도 작년 매출 217억원을 기록해 전년(171억원)보다 27% 늘었고, 머스트잇은 199억원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34% 성장했습니다.전통 유통 대기업도 온라인 명품 판매를 강화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SSG닷컴은 지난달 명품 전문관 ‘SSG 력셔리’를 신설했으며, 정품 보증서를 발급해주는 ‘SSG 개런티’ 상품도 8만여 종으로 확대했습니다. 롯데온도 온라인몰에 입점한 외부 판매자의 병행 수입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가품일 경우 2배로 보상하는 ‘트러스트 온’ 서비스를 시행 중입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네이버쇼핑 등에 앞다퉈 입점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매하는 게 익숙한 MZ세대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 힘든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입니다. 지난 3월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 뷰티’는 국내 백화점 매장을 열기도 전에 카카오톡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이외에도 카카오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과 손잡고 한정판 제품을 단독으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명품 패션·잡화 카테고리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늘었습니다. 네이버쇼핑도 ‘럭셔리관’을 열고 프레드릭콘스탄트, 몽블랑 등 80여개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켜 카카오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과거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은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해왔는데 최근엔 하이엔드의 대명사 에르메스까지 ‘디지털 시장 확장’을 주요 기조로 삼을 정도로 온라인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특히 국내시장에선 오픈런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재고가 있는 매장을 찾아 몇시간씩 기다리는 데 지친 소비자들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