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 감소…배 만들 사람 없어 수백억 일감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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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들 생산현장 외면에
조선·건설 등 환경 열악한 곳
외국인 없으면 가동중단 위기
중소기업·농어촌도 상황 비슷
"채용 쿼터 늘려달라" 하소연
조선·건설 등 환경 열악한 곳
외국인 없으면 가동중단 위기
중소기업·농어촌도 상황 비슷
"채용 쿼터 늘려달라" 하소연
“배 만들 사람이 없어 올해 들어서만 800억원어치의 일감을 포기했습니다.”
지난 17일 전남 영암군의 한 조선 기자재업체 대표는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인구가 줄어들고 젊은 층은 생산현장을 외면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가 겹쳐 외국인 근로자까지 부족해지면서 현대삼호중공업 대한조선 등 대기업마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일은 건설현장과 중소기업, 농어촌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줄어든 외국인 근로자를 놓고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짧게 보면 조선업계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2010년부터 이어진 수주 절벽과 적자 행진 여파로 조선업계가 인력 감축을 추진한 결과다. 하지만 길게 보면 인구 감소와 젊은 층 부족이 맞물려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간 공백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워왔다. 올 6월 말 조선업계에 종사하는 외국인 인력은 6031명으로 작년 말보다 33.7%(1519명) 늘었다. 하지만 외국인만으로는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외국인마저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고 근무 환경이 열악한 조선소를 기피하고 있다.
건설업계 상황도 비슷하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작년 전국 건설현장의 인력 총수요 175만4000명 중 내국 인력 공급은 153만9000명에 그쳤다. 필요 인력의 12%는 외국인으로 채워졌다는 의미다. 이 중 비자를 보유한 외국 인력 6만5000명을 뺀 15만 명은 불법 체류자로 추정된다는 것이 공제회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로 건설업계에선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늘릴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건설업계 연간 신규 외국인 채용 쿼터는 2400명으로 제조업(3만1000명), 농축업(6000명) 등 다른 산업 대비 현저히 낮다.
내국인의 빈자리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워가고 있다. 2004년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매년 5만여 명의 외국인이 국내 중소기업 현장에 배정되면서 중기 인력난 완화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년간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막히면서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기가 크게 늘었다. 비숙련 취업 비자인 E-9 외국인 근로자 국내 체류 인원은 2019년 말 27만6755명에서 올 6월 말 22만5516명으로 5만여 명 줄었다. 중기 현장에선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았다.
농촌 사정은 더 심각하다. 청장년층인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모내기와 수확철 등 농번기를 넘기기 어렵다. 경북 의성의 한 마늘 재배 농민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하루 품삯을 15만원 안팎으로 제시했지만, 사람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근로자 4명을 배정받은 충북 괴산의 한 옥수수 농가 농민은 “옥수수 수확철에 인력난으로 걱정했지만,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김익환/하헌형/민경진 기자 lovepen@hankyung.com
지난 17일 전남 영암군의 한 조선 기자재업체 대표는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인구가 줄어들고 젊은 층은 생산현장을 외면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가 겹쳐 외국인 근로자까지 부족해지면서 현대삼호중공업 대한조선 등 대기업마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일은 건설현장과 중소기업, 농어촌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줄어든 외국인 근로자를 놓고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조선·건설업계
전남조선해양전문인력양성센터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남 조선업계의 인력 부족 규모가 9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말 부족 인력이 7849명인데 내년 6월 말엔 1만944명으로 28.3%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내년 말엔 1만5000명 안팎으로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짧게 보면 조선업계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2010년부터 이어진 수주 절벽과 적자 행진 여파로 조선업계가 인력 감축을 추진한 결과다. 하지만 길게 보면 인구 감소와 젊은 층 부족이 맞물려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간 공백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워왔다. 올 6월 말 조선업계에 종사하는 외국인 인력은 6031명으로 작년 말보다 33.7%(1519명) 늘었다. 하지만 외국인만으로는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외국인마저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고 근무 환경이 열악한 조선소를 기피하고 있다.
건설업계 상황도 비슷하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작년 전국 건설현장의 인력 총수요 175만4000명 중 내국 인력 공급은 153만9000명에 그쳤다. 필요 인력의 12%는 외국인으로 채워졌다는 의미다. 이 중 비자를 보유한 외국 인력 6만5000명을 뺀 15만 명은 불법 체류자로 추정된다는 것이 공제회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로 건설업계에선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늘릴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건설업계 연간 신규 외국인 채용 쿼터는 2400명으로 제조업(3만1000명), 농축업(6000명) 등 다른 산업 대비 현저히 낮다.
외국인이 받치는 중기·농촌
중소기업의 인력난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기 부족 인원은 59만8000명으로 작년 상반기(38만1000명)에 비해 56.9%(21만7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채용하지 못한 미충원 인원은 16만4000명으로 71.3% 불었다. 중기 인력의 고령화도 심각해지고 있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 따르면 대표적 중기 업종인 뿌리산업 종사자 중 50대 이상 비율은 2018년 26.7%에서 2020년 31.5%까지 확대됐다. 전체 종사자의 64.4%는 4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내국인의 빈자리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워가고 있다. 2004년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매년 5만여 명의 외국인이 국내 중소기업 현장에 배정되면서 중기 인력난 완화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년간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막히면서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기가 크게 늘었다. 비숙련 취업 비자인 E-9 외국인 근로자 국내 체류 인원은 2019년 말 27만6755명에서 올 6월 말 22만5516명으로 5만여 명 줄었다. 중기 현장에선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았다.
농촌 사정은 더 심각하다. 청장년층인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모내기와 수확철 등 농번기를 넘기기 어렵다. 경북 의성의 한 마늘 재배 농민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하루 품삯을 15만원 안팎으로 제시했지만, 사람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근로자 4명을 배정받은 충북 괴산의 한 옥수수 농가 농민은 “옥수수 수확철에 인력난으로 걱정했지만,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김익환/하헌형/민경진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