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볼모냐"…1기 신도시 반발에 '화들짝' 놀란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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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마스터플랜 수립, 이례적으로 빨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서는 “부동산 정책은 워낙 민감해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정부가 단기적 시장 변화나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 반발에 화들짝 놀란 대통령실
정부는 8·16 대책에서 2024년까지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중장기 개발 계획(마스터플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마스터플랜을 통해 종합 발전 계획을 구상할 것”이라고 밝힌 것보다 1년 넘게 시기가 늦춰진 것이다. 심교언 주택공급혁신위원회 민간 대표는 “지역마다 사업 여건이 다르고 3기 신도시 등 주변 택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러자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24년이면 총선을 앞두고 계획을 발표하려는 것 같은데, 주민들을 총선 볼모로 잡겠다는 것이냐”, “대선 주요 공약인 것처럼 하더니 이번 정부에서 재건축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항의 글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도시 같은 도시 재창조 수준의 마스터플랜은 5년 이상 걸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마스터플랜 수립에 1년6개월 정도 소요되는 게 물리적으로 가장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도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최대한 앞당긴 일정이 2024년”이라며 “이 일정대로 종합 발전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30여 만 가구의 1기 신도시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 10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1기 신도시는 지난해 분당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총 27만여 가구가 재건축 가능 연한인 ‘입주 30년 차’를 넘기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도시 과밀을 막기 위해 만든 지구단위계획의 용적률 제한에 묶여 있어 현재로선 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은 현행 지구단위계획을 뛰어넘는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하루빨리 제정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마스터플랜 발표 왜 연기됐나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엇갈리는 메시지를 내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수위가 지난 4월 1기 신도시 재정비에 대해 “중장기 국정 과제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1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 “공약을 번복하는 거냐”는 반발이 나오자 서너 번 추가 입장을 발표하며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해명했다.
애초에 십수 년이 걸리는 대규모 신도시 사업에 대해 ‘속도’를 운운한 것 자체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도 있다. 30만 가구인 1기 신도시를 10년에 걸쳐 재건축할 경우 연간 3만 가구씩 착공해야 한다. 공사 기간이 3년 정도임을 감안하면 9만 가구의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 서울시도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한 만큼 신도시 재건축 이주와 맞물리면서 전세 대란이 발생하고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주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을 미리 공급하고 재건축 착공 물량을 조정하는 등 정교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정비사업으로 늘어난 인구를 소화할 수 있는 교통, 학교 등 인프라 확충 계획을 세우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하헌형/이혜인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