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새로 건설하는 반도체 R&D(연구개발)단지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최첨단 복합연구개발 시설로 조성된다. 세계 반도체 R&D단지 중 가장 크다. 반도체 기술 혁신의 보고(寶庫)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설계도 속 반도체 마음껏 실현…개발기간 줄이고 품질 높인다
삼성전자는 2028년까지 총 20조원을 투자해 10만9000㎡(약 3만3000평) 규모의 기흥 반도체 R&D단지를 짓겠다고 19일 발표했다. 2025년 중순부터는 단지 내 반도체 R&D전용 라인을 먼저 가동한다는 목표다.

앞으로는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핵심 연구를 이곳에서 수행하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첨단 설비를 갖춘 R&D 전용 라인이 완성되면 다양한 실험이 더 자유롭고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차세대 신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반도체 품질을 향상하는 효과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에선 기흥 반도체 R&D단지 건설이 국내 반도체산업 생태계에 ‘도움닫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분야별 기술을 종합적으로 연구할 기반을 폭넓게 갖출 수 있어서다. 반도체는 설계, 소재, 장비, 부품, 공정, 검사 등 모든 요소가 협력 발전해야 하는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이 나노 단위로 초미세화되면서 물리적 한계에 도달해 발전 속도가 더뎌진 측면이 있다”며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려면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연구 기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흥 반도체R&D단지가 본격 가동하면 삼성전자발(發) 혁신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삼성전자 자체 역량을 키우는 것을 넘어 한국 반도체산업 생태계가 함께 진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그동안 한국 반도체산업은 미국 등에 비해 기술투자 규모가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삼성전자도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 주요 경쟁사에 비해 기술 투자 규모에서 밀리곤 했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을 R&D에 투자한 곳은 미국 인텔이다. 인텔은 전년보다 13% 많은 152억달러(약 20조1552억원)를 R&D에 쏟았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R&D 투자 규모는 65억달러(약 8조6223억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R&D 투자를 계기로 파운드리 시장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격차를 빠르게 줄이겠다는 내부 목표도 세웠다. 10㎚(1㎚는 10억분의 1m)급 이하 공정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가 상당 부분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정 기술로 꼽히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를 기반으로 한 3㎚급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3㎚급 이하 반도체를 조기 생산하며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