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낮은 잿빛 건축물들이 기괴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자세히 보면, 폐허가 된 거대한 아파트다. 집집마다 낡은 에어컨 실외기와 위성 안테나가 달려 있다. 그런데 이곳엔 사람도, 나무도 없다. 코스타가 극단적 개발과 환경 파괴로 인해 인류가 사라진 뒤 남은 문명의 흔적을 사진으로 구성한 ‘아트모스페라’ 연작의 하나다.
가로 2.7m의 대작인 이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면 시선을 압도한다. 녹슬고 휘어진 창틀, 부식돼가는 벽돌의 생생한 형체가 관람자의 심장을 서늘하게 한다. 지구의 위기를 말로 하는 것보다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렇게 ‘미래를 찍은’ 사진들은 오는 9월 9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서 ‘메타리얼리티, 현실 그 너머’를 주제로 개막하는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에 전시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