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태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
박상태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
"신약 개발 등 아직 이뤄지지 않은 꿈을 강조하면서 지금은 '당연히 적자'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개선기간을 통해 바이오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 흑자 구조의 바이오 헬스케어 회사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박상태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대표(사진)는 한경 마켓PRO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지난해 말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최대주주로 등극, 경영진을 새 인물로 교체하는 등 거래 재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오는 11월 22일 한국거래소의 개선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다. 거래 정지로 3년 넘게 돈이 묶인 1만4000여명의 디엑스앤브이엑스 소액 주주뿐 아니라 바이오 업계도 거래소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회사는 거래 정지 과정에서 수익성과 성장성 면에서 근본적인 숙제를 안고 있음이 고스란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산전·후 신생아 검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전체 진단 회사다. 박상태 대표는 임종윤 사장이 설립한 코리그룹의 미국 법인 대표를 거쳐 작년 12월 말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로 신규 부임했다.

박 대표는 부임과 동시에 흑자를 낼 수 있는 사업과 영업망을 구축했다. 실제로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거두면서 과거 적자기업의 이미지에서 탈피했다.

박 대표는 "신사업으로 추진한 바이오 헬스케어 부문이 실적 성장을 주도하면서, 올 상반기 연결 매출액 130억원, 영업이익 10억9000만원을 기록했다"면서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기업 체질을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들은 '실적'이란 말 앞에선 한없이 작아진다. 신약 개발에는 최소 몇년간의 긴 시간이 걸리고,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바이오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흑자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장폐지 기로에 선 디엑스엔브이엑스가 1년간의 개선기간 동안 무엇이 달라졌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체질 개선으로 무엇이 달라졌나요?

"개인위생에서 생활 방역까지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유전체 진단·신약 개발과 헬스케어 '투트랙' 전략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습니다. 이탈리아 법인에서 진행 중인 마이크로바이옴과 유전체 기반의 디지털 테라피 개발 임상을 총괄 운영하면서 새로운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관계사 옥스포드백메딕스(OVM)를 통해 항암백신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등 중장기적인 기술 파이프라인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 외에도 회사의 흑자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 6월 필립스의 UV-C 공기살균기 유통하는 등 생활 방역 시장에도 뛰어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코리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소에서 기획, 개발한 영유아 헬스케어 제품이 중국 내 1만2000여개 유아용품 전문점과 온라인에서 프리미엄급으로 성황리에 판매되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향후 핵심 사업부로는 어떤 분야를 보고 있나요?

"유전체 기반 기술과 제조품질 관리기준(GMP)의 위탁개발생산(CDMO)을 결합한 위탁연구 및 생산(CRAM)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신속 PCR·항체·항원 진단키트 생산능력이 있으며, 원재료부터 생산할 수 있는 GMP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진단 업체들은 개발부터 생산까지의 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의 CRAM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들의 중국 진출 매니지먼트 역할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코리그룹이 가지고 있는 중국 내 인프라를 활용해 기업들의 신약이나 제품 등 허가부터 임상, 유통, 마케팅 등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중국 시장의 진입 장벽은 상당히 높습니다. 중국 내 인프라 등 노하우 없이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쉽지 않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CRAM 서비스를 해외 진출 개념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이 과정에서 컨소시엄 참여, 해외 영업권 확보 등 예비 고객사와의 협력을 통해 수익 구조를 만들 계획입니다.

▷한미약품과의 협업은? 최근 바이오 시장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현재 실무적 업무 영역에선 한미약품과 맞닿는 부분은 없습니다. 최대주주인 임종윤 사장이 사업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여러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한미약품 측의 조언은 받고 있습니다. 사업적 협력을 하기 위해선 서로 같은 니즈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시장에서 바라보는 바이오 회사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습니다. 과거처럼 신약 연구에만 몰두해선 안 되는 분위기죠. 바이오 벤처들도 어느 정도의 수익은 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기술만 쫓는 형태의 사업구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 중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기업은 10개 미만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이오 벤처도 앞으로 생존성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개선기간을 통해 디엑스엔브이엑스가 바이오 생태계의 좋은 사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기존 사업 부문인 유전체 진단과 바이오 헬스케어 외에도 차세대 기술 연구와 신상품 개발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한양대학교와 공동으로 '인공지능 기반 증강 mRNA 백신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정부 국책 과제에 선정돼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시대를 맞이하여 생활 방역 중요성과 그 인식이 높아진 만큼 포스트바이오틱스 항균 물질 기반의 생활 방역 제품을 출시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거래소의 개선기간을 통해 회사 체질을 완전히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향후 투트랙 전략을 통해 실적과 성과를 거두는 것이 목표입니다. 신약 파이프라인 등 신약 개발과 함께 실적 나오는 헬스케어 부문을 같이 키우는 것이죠. 실제로 올 상반기 신사업으로 추진한 바이오 헬스케어 부문이 실적 성장을 주도했습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한 것이 있나요?

"아직 거래소의 개선기간이 끝난 것도 아니고, 심사가 남아있기에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우선 주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주주들에게 신뢰받는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년여간 거래정지로 멈췄던 만큼 추후 주주들에게 기업가치 등을 높여 보답할 계획입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