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1∼10위 전부 여성이 싹쓸이…신인부터 베테랑까지 고루 인기
음원·음반 쌍끌이 흥행…쉬운 가사·멜로디 앞세워 '챌린지' 유리
소시·블핑부터 아이브·뉴진스까지…올여름 걸그룹 천하
올여름 뜨겁게 달궈진 K팝 시장에 유례없는 '걸그룹 천하'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가요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메인 차트인 '톱 100' 1∼10위를 모조리 걸그룹 등 여성 아티스트가 독차지했다.

'민희진 걸그룹'으로 잘 알려진 신인 뉴진스가 '어텐션'(Attention)과 '하이프 보이'(Hype Boy)를 각각 1·2위에 줄 세웠고, 월드스타로 부상한 블랙핑크는 신곡 '핑크 베놈'(Pink Venom)을 발매와 동시에 3위에 진입시켰다.

아이브는 히트곡 '러브 다이브'(Love Dive)로 발매 4개월이 지나도록 차트 6위를 지켰고, 걸그룹 소녀시대는 10위를 차지해 데뷔 15년이 됐어도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이 밖에도 아이돌 그룹은 아니지만 MBC TV '놀면 뭐하니?'로 결성된 여성 그룹 WSG워너비가 4위와 5위에 각각 자리했다.

가요계에서는 통상 여름 시장은 걸그룹의 성수기로 여겨왔다.

그러나 올해처럼 유독 걸그룹이 차트 상위권을 싹쓸이한 것은 무척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같은 기간인 8월 셋째 주 멜론 주간 차트에서는 상위 10위 가운데 여성 아티스트가 에스파, 태연, 레드벨벳 세 팀 뿐이었다.

대신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이무진, MSG워너비, 조정석 등 남성 아티스트가 강세를 보였다.

올해 걸그룹 강세와 관련해 멜론 관계자는 "아이브와 뉴진스처럼 전 세계에서 강력한 팬덤을 지닌 신인 걸그룹이 등장한 것과 더불어 MBC TV '놀면 뭐하니?'의 음원 시장 파급력이 올해도 반복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처럼 올해 음원 시장에서는 신인 걸그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뉴진스는 강렬한 고음이나 비트 대신 슴슴하게 귀를 자극하는 편안한 노래와 팝 아트를 방불케하는 영상·사진을 앞세워 MZ세대 팬심 공략에 성공했다.

아이브는 아이즈원 출신으로 이미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장원영과 안유진을 선봉으로 내세우고, 중독적인 저음이 돋보이는 레트로 멜로디로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

이처럼 신인 걸그룹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가요계에서는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상 부문 경쟁이 치열하리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두 팀 말고도 JYP가 야심차게 내놓은 엔믹스, 하이브 첫 걸그룹으로 이름을 알린 르세라핌 등 여느 해 같았다면 손쉽게 신인상을 따냈을 팀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소시·블핑부터 아이브·뉴진스까지…올여름 걸그룹 천하
신인 외에도 올여름 음악 시장에서는 걸그룹 트와이스의 리더 나연의 '팝!'(POP!)이 장기 흥행에 성공했고, '2세대 아이돌'의 대표 주자인 소녀시대는 데뷔 15주년에 발표한 '포에버 1'(FOREVER 1)을 톱 10에 진입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등 선배 걸그룹의 '관록'도 돋보였다.

이처럼 걸그룹이 시장을 평정한 것을 두고 과거와는 달라진 '파괴력'에 주목하는 분석도 나온다.

종전에는 '보이그룹=음반'·'걸그룹=음원' 공식이 통용될 정도로 시장이 양분됐다.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하는 보이그룹과 달리 대중성을 자양분으로 삼는 걸그룹은 음원 차트에서는 강세를 보이지만 정작 '돈이 되는' 음반이나 굿즈 판매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K팝 음반 시장이 급성장하고 글로벌 팬덤이 구축되면서 걸그룹 음반 판매고가 낮다는 건 옛말이 됐다.

블랙핑크는 2020년 정규 1집 '디 앨범'(The Album)으로 걸그룹 사상 첫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이래 다음 달 발매를 앞둔 정규 2집도 선주문량 150만장을 기록해 '더블 밀리언셀러' 탄생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메타버스(가상세계) 걸그룹을 표방한 에스파 역시 발매 첫 주에 100만장 이상을 팔아치웠고, 뉴진스·아이브·르세라핌 모두 첫 주 판매량 30만장 이상을 기록했다.

소시·블핑부터 아이브·뉴진스까지…올여름 걸그룹 천하
걸그룹이 음원은 물론이고 음반까지 잘 파는 '완전체 아이돌'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들은 이 같은 탄탄한 인기를 토대로 샤넬, 생로랑, 불가리, 티파니앤코, 프레드, 미우미우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앰버서더(홍보대사)를 꿰차기도 했다.

광고계에서도 종횡무진으로 활약한다는 의미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걸그룹 노래는 일단 가사와 멜로디가 쉬워서 따라하기 좋다"며 "요즘 '바이럴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틱톡 챌린지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보이그룹 노래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 틱톡 챌린지를 펼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나 나연의 '팝!' 등 히트한 걸그룹 노래는 모두 틱톡에서도 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