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스펜스 "美 경기침체 가능성 작지 않아"
세계적인 경제 석학이 미국의 경기침체를 경고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스펜스(78) 미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가라앉고 있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경기침체나 극적인 둔화를 겪을 가능성은 여전히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지난 17일 스펜스 교수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경기침체에 관한 전망을 제시했다. 스펜스 교수는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중국, 유럽 경기와 세계 경제가 맞닥뜨린 위기에 내해 논평했다.

스펜스 교수는 2001년 시장과 정보 비대칭성을 연구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하버드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을 거쳐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인 빌 게이츠의 은사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려면 수년은 걸릴 거라고 전망했다. 스펜서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하지만, 시장이 이를 곧장 수용할 정도로 안정되진 않았다”며 “거의 모든 제품군에서 치솟은 가격은 경제 시스템이 안정화되면서 가라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현황에 대한 해석도 내놨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의무감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설명이다. 스펜서 교수는 “인플레이션 조짐이 처음 나타났을 때 안일하게 대처한 탓에 현재 Fed는 신뢰를 회복하려 애쓰고 있다”라며 “하지만 동시에 경제 붕괴도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위기는 지정학적 갈등에서 비롯될 거라고 예견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자칫 재앙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기후 위기 역시 위험 요소라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에 대해선 경기침체에 돌입했다고 확언했다.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이 리스크를 증대하고 있다는 분석했다. 스펜서 교수는 “중국의 경기침체는 현실이 되고 있다”며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험은 지나치게 크고 당국이 이를 관리하면 할수록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 속에서 거시 경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의 공급망이 견고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세계화가 가속화되며 생산자들이 수요를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때문에 수요 부족 대신 공급망 위기가 세계 경제를 좌우할 거란 설명이다.

스펜서 교수는 “(선진국은) 지난 20년 가까이 개발도상국의 생산 여력을 온라인을 통해 활용해왔다”며 “수요가 급증해도 공급 측면에서 곧장 대응해 공급 탄력성이 줄었다. ‘수요 제한된 경제’에서 ‘공급 제한 경제’로 바뀌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며 경제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방국가와 러시아·중국 등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국가가 늘어나서다. 스펜서 교수는 “이른바 ‘비(非)동맹 국가’들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불어나고 있다”며 “기존 경제가 붕괴하고 있지만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지도 않고 있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라고 역설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