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홀린 김선욱·임윤찬의 ‘네 손 연주' [송태형의 현장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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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레볼루션 2022' KBS교향악단 무대
지휘 김선욱·협연 임윤찬 멘델스존 1번 연주
모차르트 연탄곡 앙코르 연주로 '팬 서비스'
지휘 김선욱·협연 임윤찬 멘델스존 1번 연주
모차르트 연탄곡 앙코르 연주로 '팬 서비스'
1부 연주가 끝나고 커튼콜이 이어질 때 한 진행요원이 피아노 의자 하나를 들고 나왔습니다. 눈치 빠른 관객들이 그 모습을 보자 환호와 박수를 쏟아냅니다. 1부 무대에서 피아니스트가 아닌 지휘자로 포디엄에 올라 KBS교향악단을 이끈 김선욱과 독주자로 막 협연을 마친 임윤찬이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서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롯데문화재단 여름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 2022’의 9번째 공연 현장입니다. 무대에 다시 등장한 두 사람은 예상대로 그랜드 피아노 앞에 놓인 두 개의 의자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이날 공연뿐 아니라 지난 12일 개막한 올해 클래식 레볼루션의 정점으로 기록될 순간일 듯 싶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지난 6월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는 임윤찬과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클래식 팬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관람권은 예매를 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찌감치 동이 났습니다.
실제로 두 음악가는 이번 공연의 첫 리허설 때 처음 만났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함께할 협연곡은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1번 g단조. 전통적인 3악장 형식을 취하되 세 악장이 금관악기의 팡파르로 연결돼 쉼 없이 연주됩니다. 단조이지만 우울하거나 비극적인 느낌보다는 활기차고 화려한 기운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김선욱이 지난해 1월 신년음악회에서 KBS교향악단과 함께 지휘자가 아닌 피아니스트로 연주한 곡이기도 합니다. 그는 KBS교향악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 작품에 대해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구조적 짜임새가 있으면서도 가볍다는 멘델스존의 작품 이미지에 딱 부합하는 곡”이라며 “짧지만 활력 넘치고 톡톡 튀는 매력이 가득하다”고 소개했습니다.
오케스트라와의 합도 잘 맞았습니다. 누구보다도 이 곡을 잘 알 듯한 김선욱은 앙코르 때도 보여줬듯이 임윤찬의 개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연주를 이끌었습니다. 이 곡을 여러 차례 연주한 경험이 있는 KBS교향악단은 지휘자의 정교하고 명확한 지시에 맞춰 독주자를 든든하게 뒷받침했습니다. 임윤찬도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듯한 감정의 과잉 노출 없이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경청하면서 음량과 템포를 조절했습니다. 창의적인 해석과 원활한 소통으로 객석의 감동을 이끌어냈습니다.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호령할 때와는 달리 어색하고 미숙했던 임윤찬의 무대 매너도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성숙해졌습니다. 무대에 나오고 들어갈 때나 객석에 인사할 때 쑥스러워하던 모습이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팬 서비스 성격의 ‘네 손 앙코르 연주’에 이어 두 번째 앙코르 곡인 멘델스존의 ‘판타지 f#단조’를 열정적으로 연주한 후 관객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때였습니다. 임윤찬은 좀처럼 볼 수 없던 미소를 얼굴에 가득 띄운 채 왼손을 가슴에 얹고 객석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했습니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 이후 국내외에서 빡빡한 연주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만큼 무대에서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듯했습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지휘 김선욱·협연 임윤찬의 첫 만남
앙코르 연주곡은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 C장조 K. 521’ 2악장 안단테입니다. 모차르트가 남긴 다섯 곡의 연탄곡(한 대의 건반 악기를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곡) 중 마지막 작품입니다. 김선욱이 저음부, 임윤찬이 고음부를 맡은 네 손에서 모차르트의 따스한 선율과 풍부한 화음이 흘러나왔습니다. 2000여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숨죽이며 건반의 두 연주자를 주시합니다. 멜로디 파트를 담당하는 후배(임윤찬)의 자유로운 템포와 강약 변화를 선배(김선욱)가 부드러운 반주로 넉넉하게 받아주며 사이좋게 연주를 이어갑니다. 건반 위 두 손과 악보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주고받는 두 스타의 정다운 대화가 C장조 화성으로 고요하게 마무리됩니다. 앞 부분 도돌이표 반복을 생략해서인지 원곡보다 다소 짧게 끝납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다시 뜨거운 환호와 박수가 공연장에 메아리쳤습니다.이날 공연뿐 아니라 지난 12일 개막한 올해 클래식 레볼루션의 정점으로 기록될 순간일 듯 싶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지난 6월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는 임윤찬과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클래식 팬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관람권은 예매를 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찌감치 동이 났습니다.
실제로 두 음악가는 이번 공연의 첫 리허설 때 처음 만났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함께할 협연곡은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1번 g단조. 전통적인 3악장 형식을 취하되 세 악장이 금관악기의 팡파르로 연결돼 쉼 없이 연주됩니다. 단조이지만 우울하거나 비극적인 느낌보다는 활기차고 화려한 기운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김선욱이 지난해 1월 신년음악회에서 KBS교향악단과 함께 지휘자가 아닌 피아니스트로 연주한 곡이기도 합니다. 그는 KBS교향악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 작품에 대해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구조적 짜임새가 있으면서도 가볍다는 멘델스존의 작품 이미지에 딱 부합하는 곡”이라며 “짧지만 활력 넘치고 톡톡 튀는 매력이 가득하다”고 소개했습니다.
가벼운 멘델스존에 깊이 더한 임윤찬
이전까지 이 작품을 연주한 적이 없었던 임윤찬의 해석은 달랐습니다. 멘델스존의 재기발랄한 영감이 넘치는 선율에 진중한 깊이를 더했습니다. 1악장의 격하고 빠른 1주제에 이어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2주제부터 임윤찬의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다이내믹(셈여림)을 섬세하게 조절하고, 연주자에게 허용된 루바토(연주자가 선율의 느낌을 주기 위해 임의로 빠르기를 바꾸는 것)를 최대한 살리면서 선율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느린 2악장에서 이런 연주자의 개성이 좀 더 부각됐습니다. 임윤찬은 비올라와 첼로로부터 이어받은 주제 선율을 한 음 한 음의 의미를 찾는 듯한 자세로 깊이 있게 탐구했습니다. 3악장 프레스토(매우 빠르게)의 휘몰아치는 악장에서는 왼손의 강력한 타건을 앞세워 열정과 패기 넘치는 연주를 들려줬습니다.오케스트라와의 합도 잘 맞았습니다. 누구보다도 이 곡을 잘 알 듯한 김선욱은 앙코르 때도 보여줬듯이 임윤찬의 개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연주를 이끌었습니다. 이 곡을 여러 차례 연주한 경험이 있는 KBS교향악단은 지휘자의 정교하고 명확한 지시에 맞춰 독주자를 든든하게 뒷받침했습니다. 임윤찬도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듯한 감정의 과잉 노출 없이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경청하면서 음량과 템포를 조절했습니다. 창의적인 해석과 원활한 소통으로 객석의 감동을 이끌어냈습니다.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호령할 때와는 달리 어색하고 미숙했던 임윤찬의 무대 매너도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성숙해졌습니다. 무대에 나오고 들어갈 때나 객석에 인사할 때 쑥스러워하던 모습이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팬 서비스 성격의 ‘네 손 앙코르 연주’에 이어 두 번째 앙코르 곡인 멘델스존의 ‘판타지 f#단조’를 열정적으로 연주한 후 관객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때였습니다. 임윤찬은 좀처럼 볼 수 없던 미소를 얼굴에 가득 띄운 채 왼손을 가슴에 얹고 객석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했습니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 이후 국내외에서 빡빡한 연주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만큼 무대에서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듯했습니다.
지휘자로서 진일보한 모습 보여준 김선욱
‘지휘 2년 차’인 김선욱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여 만에 재회한 KBS교향악단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습니다. 1부 첫 곡인 코른골트의 ‘연극’ 서곡에서는 복잡한 화성과 급변하는 조성이 얽히는 작곡가 특유의 까다로운 음색을 매력적으로 풀어냈습니다. 금관 파트를 비롯한 관악과 현악 파트의 적절한 균형감이 돋보였습니다. 2부 메인 곡인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이탈리아’는 악보 없이 암보로 지휘했습니다. 곡에 통달한 듯했습니다. 작곡가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경험한 다채로운 색깔을 생생하게 펼쳐냈습니다. KBS교향악단 관악파트 수석들의 맛깔스러운 연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선욱은 역동적이고 유연한 제스처와 움직임으로 연주 내내 음표 하나, 마디 하나 놓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오케스트라를 이끌었습니다. ‘지휘자 김선욱’의 다음 무대를 기대하게 하는 호연이었습니다.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