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위기에 흔들림없는 농업 키워야 한다
옛날에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 큰아들은 우산을 팔고 작은아들은 짚신을 팔아 생계를 꾸렸다. 어머니는 비가 오는 날엔 작은아들의 짚신이 팔리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고, 해가 쨍쨍한 날엔 큰아들이 허탕을 치진 않을까 한숨을 쉬었다. 날씨가 좋아서, 날씨가 좋지 않아서 모든 날이 걱정의 연속이었다.

어려서 이 동화를 읽을 땐 ‘어머니는 걱정 마를 날이 없구나’ 생각하고 넘겼는데, 이제는 어머니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것도 같다. 농업인을 비롯해 모든 국민이 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하늘을 보고 있진 않을까. 비가 너무 안 오면 쩍쩍 갈라지는 논밭에, 치솟는 농산물 가격에 한숨을 쉰다. 비가 쏟아지면 가뭄이 해소됐다는 기쁨도 잠시, 농업인은 햇빛이 부족해 생육이 저하될까, 습해서 병해충 피해가 늘어날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장바구니를 든 소비자 마음도 가뭄 때만큼이나 초조하다. 농산물 생산량과 가격은 기온, 강수, 일사량 등 기상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기상재해가 잦을수록 농업인도 소비자도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이미 세계는 기후위기로 식량 생산과 공급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인도는 올봄 강수량이 평년보다 71% 줄고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밀 작황이 좋지 않아 지난 5월 중순엔 밀을, 7월엔 밀가루까지 수출을 금지했다. 유럽도 극한의 더위로 올해 밀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470만t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작물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중서부에서는 장마와 홍수가, 서부와 남부에선 가뭄이 발생하면서 옥수수 등 각종 곡물 작황에 빨간불이 켜졌다.

바깥 상황도 어려운데, 국내 상황이라고 좋을 리 없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금과 같이 탄소를 배출할 경우 한국 평균 기온은 20년 안에 1.5도, 이번 세기말에는 6.3도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수도권 폭염 일수는 연중 평균 7.8일. 그러나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2040년까지 18.7일로 두 배 이상, 21세기 후반에는 86.4일까지 늘어난다. 무려 3개월 내내 폭염 경보와 주의보를 오가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기상청은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수증기가 늘어 비가 한꺼번에 내리는 집중호우가 더 잦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2040년에는 ‘100년 재현 빈도 극한강수량’이 약 29%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100년에 한 번 나타나는 강수량을 말한다.

기온이 오를수록 피해는 심각해진다. 기후위기 시대 연착륙을 위한 적응과 대응, 완화 전략이 필요한 때다. 농촌진흥청은 탄소중립 핵심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저탄소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정확한 배출량 통계를 산정해 국가 정책을 지원한다. 농장 단위 작물 맞춤형 기상재해 조기경보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위성과 드론 영상을 활용해 농업생산환경을 관측하고 정책과 영농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기후영향 평가를 고도화한 기후적응형 관리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언제까지나 하늘을 보며 오늘은 짚신 파는 아들을, 내일은 우산 파는 아들을 걱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지금껏 자연을 이용하고 넘어서며 농업을 키워왔다. 지금의 철저한 준비와 투자가 앞으로의 우리 삶을 결정짓는다는 생각으로 기후위기 시대에도 흔들림 없는 농업을 위해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